[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그 동안 다양한 의혹에 소극적으로 대응해 오던 MB가 1월 17일 오후에 전격적으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최측근들의 연이은 구속으로 검찰의 칼끝이 턱 밑까지 다가온 상황이었기에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었다. 

국민들은 MB의 입을 통해 논란이 되고 있는 다스의 소유 문제나 국정원 특수활동비 문제 등에 대한 본인의 입장을 들을 수 있길 바랬다. 

그런데 기자회견에서 지금의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 "보수궤멸, 표적수사"로 규정하며 정치적 이슈로 돌려놓았다. 기자들의 질문도 일체 받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법적인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프레임 전환을 시도했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MB는 지금 검찰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알 수 없기에 사건에 관해 언급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MB를 따르던 많은 사람들이 여러가지 이유로 등을 돌렸다. 그들이 어떤 진술을 했는지 지금 MB는 알 수 없다. 

#긴박했던 5일

1월 12일 검찰은 전격적으로 MB정부 시절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 받았다는 혐의로 김백준 전 총무기획관, 김진모 전 민정2비서관, 김희중 전 제1부속실장의 자택 및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김진모 비서관과 김희중 실장은 압수수색 당일, 김백준 기획관은 다음날인 13일 소환하여 조사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고 16일 영장 실질심사를 거쳐 김백준 기획관과 김진모 비서관을 구속했다. 

통상의 수사과정으로는 압수수색을 통해 압수한 압수물을 분석하고 피의자를 소환한다. 피의자 신문을 마치면 그 신문 내용과 증거를 교차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구속이 필요한 경우 구속영장을 청구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단 5일만에 완료가 된 것이다. 사실상 압수수색이나 피의자 신문은 요식행위나 확인행위에 불과했다는 의미다. 이미 대부분의 수사 정보가 검찰의 손 안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하나.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수수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은 사람 중에 한 사람 김희중 실장은 왜 구속영장청구조차 하지 않았을까. 김희중 실장은 자신의 혐의를 넘어선 무언가 다른 부분에 대한 진술까지 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김윤옥 여사를 보좌하는 제2부속실장에게 전달했다는 진술을 했다는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됐다. 

검찰은 이미 가지고 있는 많은 수사 정보에 MB의 최측근인 김희중 실장까지 확보한 셈이다. 김희중 실장은 MB의 다이어리라고 불릴 만큼 MB가 국회의원이 된 이래 서울시장을 거쳐 대통령이 되기까지 지근거리에서 MB를 보좌했다. 김희중 실장이 무슨 이야기를 어디까지 검찰에 했는지 MB는 알지 못한다. 

2008년 원세훈 국정원장으로부터 지시를 받고 김백준 기획관에게 특수활동비를 전달한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은 독대과정에서 MB에게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이렇게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발언을 했다는 내용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다. 

MB측은 즉각 반박했다. 국정원 기조실장은 대통령을 독대할만한 지위가 아니라고. 그뒤로 바로 류우익 당시 비서실장이 김주성 기조실장과 MB 사이의 독대를 주선했다는 진술이 공개됐다. 반박을 하면 바로 되치기당하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진술을 한 류우익 비서실장은 마지막 순간 MB정권 시절 장차관급 인사들의 대책회의에 나가지 않았다. 

#검찰의 힌트

검찰은 아직 구체적으로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에 MB가 관여했다는 이야길를 한 바 없다. 다만 김백준 총무기획관은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것은 아니라는 점과 김주성 국정원 기조실장이 MB에게 특수활동비 수수에 문제점을 언급했다는 점을 확인해줬다. 

특수활동비를 수수한 사람은 김백준 기획관인데 왜 김주성 기조실장은  MB에게 문제제기를 했을까.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지시가 MB로부터 시작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알려주는 힌트다. 

그리고 언론을 통해 공개되는 수사 내용에 대한 MB측의 반박에 무엇이든 바로 대응이 가능할 정도로 수사 정보가 많다는 것은 류우익 비서실장에 대한 언급으로 충분히 유추 가능하다. 특수활동비 수사에서 사실상 MB에게 등을 돌린 최측근이 벌써 확인된 것만 네 명이다. 

당시 국정원장과 국정원 기조실장 그리고 비서실장과 제1부속실장이다. 이 네 명의 진술이 합쳐지면 MB정권시절 무슨일이 있었는지 대부분 알 수 있다. 범죄 여부를 떠나서. 

#이제는 진실을 밝혀야 할 때다

MB의 기자회견과 같이 정치 보복이 되려면 정권 차원에서 없는 사실을 뒤집어 씌우는 상황이어야 한다. 우리 국민들은 없는 사실을 만들어서 보복하려는 것을 눈치 채지 못할 정도의 바보가 아니다. 

그 동안 부인해 왔던 다스의 실소유주 문제도 다스의 김성우 사장이 진술을 바꿨다,  과거 한나라당 대선 경선 과정에서 김성우 사장이 누군지 잘 모른다고 주장했던 것도 사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문제도 최소한 국정원 기조실장이 직접 MB에게 문제점을 알렸다는 점은 확인됐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국가적으로 참 슬픈 일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파면되고 여러 가지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검찰 포토라인에 설 수도 있는 상황을 기분 좋게 느끼는 국민들은 없을 것이다. 다만 국민들은 진실을 알고 싶을 뿐이다. 

지금은 보수에 대한 궤멸을 언급하거나 정치보복 운운할 상황이 아니다. MB가 받고 있는 여러 가지 혐의가 증거를 통해서 입증될 수 있는지, 즉 범죄 사실이 인정되는지의 문제일 뿐이다. 범죄사실이 인정된다면 누구든 처벌을 받는 것이 법치주의의 첫걸음 아닌가. 국민들은 정치와 법치를 혼동하지 않는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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