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완재 편집국장

‘新星 정현’ ‘거물 사냥꾼(Giant killer)’ ‘갓항서’ ‘박항서 매직’ ‘베트남 히딩크’

혹한에도 국민의 시름을 잊게 해주는 스포츠스타 2인에 대한 찬사다. 이슈의 주인공은 한국 테니스계의 떠오르는 샛별 정현과 축구계 박항서 감독이다. 두 스포츠 스타가 전해오는 낭보로 IMF(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시절, 박찬호와 박세리의 데자뷰가 떠오른다.

22세의 약관 정현이 세계 4대 테니스 대회인 호주오픈에서 4강에 오르며 스타로 떠올랐다. 세계 랭킹 58위 정현의 메이저 대회 4강 진출은 한국 선수 최초로, 앞선 한국남자 테니스 이형택 윤용일 등의 성적을 뛰어넘는 것이다. 호주오픈은 총 상금만 5천500만호주달러(약 463억원)에 달하는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다.

정현은 이 대회 32강에서 세계랭킹 4위인 독일의 알렉산더 즈베레프, 16강에서는 1위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를 잇달아 격파했다. 이어 8강에서는 대회 돌풍의 주역 미국의 샌드그랜마저 제압했다. 현재까지 성적만으로도 단연 이 대회 최고의 흥행 메이커로서 손색이 없다. 실제 호주 현지에서는 대회 최고의 선수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정현은 26일 테니스 황제이자 세계랭킹 2위 로저 페더러와 4강을 놓고 겨룬다. 현지 예언가와 갬블러들은 대체로 페더러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지만, 정현의 현재 무서운 상승세와 기량만 보면 승리 가능성도 충분하다.

정현의 놀라운 성적과 스타 등극은 테니스계에서는 이미 준비된 일로 회자된다. 유창한 영어실력과 재치 넘치는 인터뷰, 승리 이후 부모와 은사에 대한 한국식 예절법인 큰 절도 화제다. 몸에 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과 예의바른 태도는 그의 인성을 짐작케한다. 뉴욕타임스 등 해외 언론도 이런 정현의 스타성을 극찬했다.

정현의 성공 뒤에는 자신의 피나는 노력과 함께 테니스 가족인 식구들의 뒷받침이 있었다. 본인 스스로 테니스 선수로서는 치명적 핸드캡인 시력 9도 근시를 극복했다. 아버지 정석진씨는 대한항공에서 선수생활을 한 테니스 선배다. 정현의 모교인 수원의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냈고, 기술적 정신적인 스승 역할을 다했다. 그의 형 정홍도 실업팀 현역 선수로 뛰고 있다. 여기에 어머니 김영미씨는 두 아들을 테니스 선수로 키워낸 숨은 조력자다. 여기에 삼성증권의 묵묵한 후원도 오늘날 정현이 있기까지 든든한 힘이었다.

정현 열풍은 한국에선 비인기종목에 가까운 테니스의 저변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벌써부터 정현이 착용한 메이커의 테니스 용품에 대한 문의와 테니스를 취미로 삼겠다는 층이 늘고 있다.

# 만년 2인자 박항서, 베트남 국민영웅 반열에

여기에 또 한 사람,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히딩크로 불리며 베트남의 국민적 영웅으로 떠올랐다. 박 감독은 베트남 23세 이하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감독이다. 그는 지난 23일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 카타르와의 4강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오르며 화제의 주인공이 됐다.

축구 후진국인 베트남은 기적 같은 결승 진출 소식에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와 승리를 만끽하고 있다. 흡사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우리의 4강신화의 그것을 닮아있다. 베트남의 꿈을 현실로 만든 장본인은 다름아닌 한국 축구인 박항서 감독. 베트남 국민들은 이번 대회 최약체로 평가 받던 축구팀을 결승까지 끌어올린 박항서 감독을 영웅으로 추겨 세우며 환호하고 있다. 그를 국가적인 영웅으로 대접하는 분위기다. 베트남 축구사를 새로 쓴 그를 축구의 마법사, 갓항서로 부르며 박항서 신드롬이 확산중이다. 한국에서도 내친김에 박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의 우승을 바라는 응원 열기가 뜨겁다.

박 감독은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히딩크를 도운 코칭스테프 중 한명으로 한국 축구계의 중견 지도자다. 이번 베트남의 축구 승전보는 그가 당시의 경험을 토대로 특유의 뚝심과 인정, 한국식 지도력을 접목시켜 일군 성공으로 평가된다.

한파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적폐수사, 가상화폐 열풍, 평창동계올림픽 논란으로 어수선한 시국이다. 이 와중에 들려온 두 스포츠인의 쌍끌이 낭보가 반갑다. 무엇보다 테니스 세계랭킹 58위의 정현과 축구계 만년 2인자였던 박항서 감독. 두 언더독 (Underdog)의 승전보로 올 겨울은 어느 해보다 뜨겁다. 두 스포츠인의 인생성공, 신화가 계속 되길 기대한다.

<이완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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