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음주단속할 때 차세우고 소주한 병 원샷하면 음주 단속 못한대" 이런 이야기를 하면서 "에이 설마 말이돼?"라고 반문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이런 상상속의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지난 해 4월에 있었던 일이다.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에서 음주단속이 진행중이었다. 39세 한 남성은 음주단속을 하는 경찰을 발견하고 갑자기 차에서 내려 근처 편의점으로 뛰어들어갔다. 이 남성의 행동을 이상하게 여긴 경찰관이 급히 편의점으로 따라들어왔다.

그 때 이 남성은 냉장고 안에서 소주 한 병을 꺼내 병째 들이키고 있었다. 경찰이 급히 제지했지만 이미 반 병을 마셔버린 상태였다. 이 남성은 갑자기 소주가 마시고 싶어 차를 세우고 마셨을 뿐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10여분이 지나 측정한 이 남성의 혈중 알콜 농도는 "면허 정지 수치인 0.082%"였다.

#경찰의 대응

경찰은 고민에 빠졌다. 일단 이 남성의 행동은 누가 봐도 음주 단속을 피하기 위한 것이다. 경찰도 그렇게 판단했다. 하지만 음주운전에 해당하는 혈중알콜 농도는  "편의점에서 소주를 들이킬 당시"가 아닌 "운전할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한다. 소주를 들이키고 측정한 혈중 알콜 농도 "0.082%"로 이 남성을 음주운전으로 입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경찰은 이 남성이 편의점에서 마신 술을 빼고 운전할 당시의 혈중알콜농도를 측정하기 위해 위드마크 공식을 사용했다. 위드마크 공식은 뺑소니 등으로 시간이 많이 경과되어 운전자의 대부분의 알콜이 분해된 경우 시간당 알콜 분해값을 합산해 운전 당시의 혈중 알콜 농도를 역추적하는 것이다. 이 사안에 딱 들어 맞지도 않는데다가 계산을 해도 이 남성이 운전할 당시의 혈중 알콜 농도가 면허정지에 해당하는 "0.05%"가 넘는지 애매한 상황이었다. 결국 경찰은 이 남성을 음주운전으로 입건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이 남성을 그냥 집에 보내는 것은 누가 봐도 법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 두번째로 생각해 볼 것은 음주운전 범행에 대한 증거인멸이었다. 그런데 증거인멸죄는 "타인의 범죄에" 대한 증거를 인멸할 때 성립하는 범죄다. 본인의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은 처벌하지 않는다. 결국 경찰은 이 남성이 소주를 들이켜서 속임수를 사용에 음주단속을 회피했기 때문에 "음주 단속중인 경찰"의 공무집행을 방해했다는 혐의(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만으로 이 남성을 기소했다.

#법원의 판단

법원은 이 남성의 범죄혐의(위계에의한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이 남성이 편의점에서 소주를 들이킨 시점은 음주측정이라는 구체적 공무집행이 개시되기 전이라는 이유에서였다. "공무집행중"이 아니었기 때문에 방해할 공무집행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 남성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라기 보다는 증거인멸에 가깝지만 본인의 범죄에 대한 증거인멸은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유죄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의 판단은 앞으로 음주단속을 하면 급히 차를 버리고 술을 마시면 해결할 수 있다는 "음주단속을 피하는 방법"을 알려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만큼 국민의 건전한 법상식에 부합하지 않는다.법규에 대한 엄격한 판단을 통해 무죄판결을 한 법원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지만 이 남성의 행위에 면죄부를 부여한 법원의 판단은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음주단속을 피하는 방법

최근의 법원의 판단을 살펴보면 음주 단속을 통해 수치가 명백한 상황이 아니고 차를 두고 도주하여 체내에 알콜 성분이 남아 있지 않은 경우에는 음주운전 혐의를 모두 무죄로 판단하고 있다. 2016년 전국적 이슈가 됐던 크림빵 아빠 뺑소니 사건의 경우 피고인이 소주를 네병 마셨다고 자백했음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연예인 이창명도 한밤중 신호등을 들이받는 사고를 저지르고 20여시간 잠적한 후 경찰에 출석했는데 병원 진료기록에 "소주 2병"을 마셨다는 기재도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이창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종합해보면, 1)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도주하거나 2) 음주 단속 직전에 "운전하지 않는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는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소한 도주했더라도 면허 정지 수준 이상의 술을 마셨다는 점이 명백하다면 수사기관의 위드마크 공식 적용을 탄력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음주 단속 직전 역시 넓은 의미의 "음주측정과정"이라고 판단해서 공무수행중이라고 보아 처벌할 필요가 있다. 법원의 판단이 국민의 건전한 법상식과 괴리가 크다면 법원 역시 이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입법부 역시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다면 이런 행위에 대한 명확한 처벌 규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인적 물적 사고를 내고 도주한 경우 음주 사실이 객관적으로 확인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규정과 음주측정 거부행위 뿐만 아니라 음주측정 회피행위를 처벌하는 규정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입법부가 구체적으로 법규를 마련해줘야 이와 같이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 안나오지 않겠는가.

입법부의 법규신설이나 법원 판단의 변화가 없다면 지금의 상황은 국민들에게 친절하게 음주단속을 피하는 법을 홍보하는 것과 다를바 없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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