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방문해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7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화재현장을 방문해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있다. 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경남 밀양화재 참사를 놓고 정치권이 여야로 나뉘어 ‘책임공방’ 하며 정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바라보는 국민과 참사 피해자 가족들의 성토와 비난이 만만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일부 피해자 가족은 “불난 집에 부채질 한다”며 정치권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 홍준표 대표 “문재인 정부 아마라 예방행정 중요성 몰라”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지난 27일 경남 밀양시 세종병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이 즉각적으로 소방점검을 지시할 것을 촉구했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1시30분께 밀양시 삼문동 밀양문화체육회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다.

그는 "정부가 아마추어라 예방행정의 중요성을 모르는 것 같다"며 "오늘이라도 당장 대통령이 전국에 소방점검 특별지시를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방점검을 하면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생겨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문 대통령이 "소방당국의 발 빠른 초동대처가 있었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의 날을 세웠다.

홍 대표는 "대통령으로서 해서는 안 될 말"이라며 “초동대처를 잘 했으면 과연 이런 참사가 발생했겠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내가 경남도지사를 맡은 4년 4개월 동안은 항상 특별 소방점검을 했기 때문에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조문을 마친 홍 대표는 유가족을 만나 위로했다.

하지만 일부 유가족은 "소방법 반대한 사람이 여길 왜 오냐"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이후 홍준표 대표는 세종병원 화재 참사 현장에서 최만우 밀양소방서장의 브리핑을 받은 뒤 밀양 제일병원으로 이동해 부상자들을 위로했다.

# 추미애 “정치권 밀양화재로 막말잔치…시비 응하지 않을 것”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밀양화재 참사와 관련한 정치권의 책임론 공방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밀양화재를 정쟁 사례로 삼기에 급급해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민주당은 국민의 슬픔 위에 벌어지는 막말잔치와 그 어떤 시비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추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 참석해 이같이 말한 뒤 "민주당은 오로지 국민의 손을 잡고 수습에 만전을 기하고 재발을 막도록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 매진할 것이다. 야당의 적극적 협조를 호소한다"고 했다.

그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대해서는 "남남갈등과 색깔론으로 덧씌우는 야당의 태도는 무책임하다"며 "세계가 평창을 주목할 것이다. 우리 정치권이 성숙한 태도를 보여 평창올림픽이 성공적으로 개최되길 호소한다"고 했다.

우원식 원내대표도 야당을 향해 "평창올림픽이 세계인의 평화를 바라는 마음을 하나로 모으듯 여야의 초당적 협력의 중요한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자유한국당이 민주당의 정쟁중단 선언과 문재인 대통령의 원내대표 회담 제안을 받아들여 손님을 거국적으로 맞이할 수 있도록 당부드린다"고 했다.

# 안철수 "밀양 참사가 진짜 적폐…文정부 달라진 것 없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29일까지 39명의 희생자를 낸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핵심 국정 목표로 삼았지만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안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에서 이같이 말했다.

안 대표는 "아직 명확한 화재 원인이 규명되지 않았지만 경찰의 합동감식 결과 전기적 요인에 의한 발화가 유력하게 지적됐고 불법 증축 사실도 밝혀졌다"며 "특히 스프링쿨러 설치 등 화재 예방과 초기 진화 시스템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런 것이 진짜 적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스프링쿨러를 의무 설치하고 재난안전시설을 완전히 확보해야 한다. 현장의 부담이 있더라도 밀어붙여서 해야 할 일이 바로 안전"이라며 "일자리안정자금을 만들 여력이 있었다면 국민안전자금을 만들어서라도 반드시 즉시 했어야 하는 일"이라고 정부의 일자리 정책 보완책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더 이상 과거의 안전의식과 대응책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없다. 이제는 캠페인용 대책, 말뿐인 대책이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을 즉각 실행해야 한다"며 "안전은 국가의 기본이자 제1의 책무다.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일에 유예란 없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는 이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지긋지긋한 책임공방만 벌일 게 아니라 진정으로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일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주시길 바란다"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유승민 "초상집 앞 여야 정쟁, 국민에 대한 예의 아냐"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29일 "밀양 화재 참사가 일어났는데 그 초상집 앞에서 여야가 정쟁하는 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유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여야간 정쟁은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야기한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어제 밀양에 가서 조문을 하고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왔다. 정치하는 사람으로서 참으로 죄송하다는 말씀밖에 드릴 게 없었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에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법제도와 시스템 그리고 행정과 관행이 아직도 부족하다는 걸 요즘 절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제천에 이어 이번 밀양 참사를 겪으며 국회가 행정부, 지방정부와 함께 참사로부터 국민을 지킬 수 있는 특단의 종합적인 대책을 제도화하는 노력을 시작하길 제안한다"며 "국회의 특별위원회 정도로 끝낼 일이 아니고 대통령과 정부, 각 정당이 이번에야 말로 힘을 합쳐서 2월 국회에서 진지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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