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가상화폐 실명제가 실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시안=송범선 기자]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가 30일 본격 시행돼 논란이 생기고 있다. 이번 실명제는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첫 번째 규제다. 이를 두고 긍정적의 시각도 있지만, 한국블록체인협회 등 부정적인 시각도 많아 제도의 정착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일단 가상화폐 시장은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이를 반영하듯 비트코인과 리플, 이더리움, 퀀텀 등 대부분의 주요 암호화폐들은 하락세다.

2017년에 신규계좌 개설이 금지되기 전까지는 모든 암호화폐 거래자가 익명으로 거래 할 수 있었다. 덕분에 거래를 하면서 계좌를 2, 3개까지도 운영이 가능했다. 그러나 실명제가 도입되면서 본인 명의의 계좌만으로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됐다.

유시민 작가는 이날 시행되는 실명제에 대해 "블록체인 기술과 무관한 거래나 소액 투자자들을 막는 효과가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에서 발표한 실명제 도입의 긍정적인 해석으로는 거래의 투명성이다. 익명성 뒤에 가려진 검은 돈문제에서 탈피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IMF 대란으로 많은 비판을 받은 김영삼 정부도 정말 잘 한 정책으로 칭찬받는 것이 1993년 금융실명제의 도입이다.

1982년 대형 금융사고인 '장영자 이철희 사건'이 터졌을 때 금융실명제가 처음으로 논의됐다. 이밖에도 정경유착으로 뒷돈이 오고가는 것에 사회적 시선이 주목됐다. 이에 김영삼 정부는 금융거래에 투명성을 부과하기 위해 금융 실명제를 시행했다. 본인의 이름으로만 은행 계좌 개설 및 송금 등이 가능해진 것이다.

금융실명제의 도입으로 자금이동이나 출처에 대한 공개를 의무화 시켜 각종 음성적 거래를 위축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이러한 성격의 정책인 실명제가 가상화폐 시장에도 도입되는 것이다.

정부는 가상화폐를 통제하고 싶어한다. 사진=픽사베이

문제는 가상화폐의 원래 성격이 탈중앙화라는 점이다. 가상화폐의 근본인 블록체인은 중앙 집권에서 탈피해 권력의 분산화를 지향한다. 블록체인이 분산원장기술로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행 없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으로 시작한 암호화폐가 바로 비트코인이다. 그런데 이제 국내에서는 정책에 의해 암호화폐가 은행에게 지배당하게 됐다. 이러한 분위기는 블록체인 철학의 근간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중앙의 권력에 의해 가상화폐가 통제되는 것은 처음부터 블록체인과는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애초에 정부는 화폐에 대해 통제하길 원한다. 정부가 중앙은행을 두고 화폐를 발행하는 이유도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사단법인 한국블록체인협회도 이날 시행되는 암호화폐 거래소의 제한적 실명제 도입으로 혼란이 예상된다며 우려를 언급했다.

▲ 빅4 거래소로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 논란 

또 이번 실명제 도입으로 빅4 거래소로 일감 몰아주기 아니냐는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가장 피해를 보는 이들은 중소 거래사이트들이다.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신규 거래사이트들은 당분간 오픈을 하지 못하고 눈치를 보게 됐다. 일부 거래소에만 신규 가상계좌를 허용하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 매우 어긋난다는 불만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거래 실명제 시스템을 도입한 IBK기업은행, 신한은행, NH농협은행, KB국민은행, 농협은행, 광주은행, 이렇게 시중은행 6곳이 당분간 국내 최대거래소 4곳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 현재 '4' 가상화폐 거래소로 불린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거래소들에는 6곳 은행들이 당분간 계좌 발급 계약을 맺지 않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블록체인협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4를 제외한 중소 거래소는 당혹스런 입장이다. 이들은 주거래 은행으로부터 일방적으로 거래 중단과 신규계좌 발급 불가 내용을 전달 받았기 때문이다라며 은행권의 일방적인 통보에 시장에서 강제로 퇴출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신규 진입을 예고하고 있던 거래사이트들은 당장 오픈을 미뤄야하는 처지다. 특히 이달 말 개시를 목표로 하던 가상화폐 거래소 지닉스는 신규 거래가 가능해질 때까지 2월로 오픈을 연기했다. 지닉스는 최근 중국 보안 솔루션 업체 등으로부터 투자 금액까지 유치했다고 공시했지만 국내 법률적인 부분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투자 전문가들은 실명제로 단기적으로는 신규자금이 들어와 가상화폐 가격을 긍정적으로 볼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익명 자금이 빠져나간다는 점에 비추어봐 가상화폐 전망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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