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1월 26일 검찰 내부 전산망 이프로스에 충격적인 글이 하나 올라왔다.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장관을 수행하고 온 안태근 전 법무부 국장으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 그 이후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사무감사에서 다수 사건에 대한 지적을 받아 검찰총장 경고조치가 내려졌고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의 글이었다.

성추행법을 단죄하여야 할 검찰이라는 조직 내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사실에 대중은 분노했다. 장례식장에 있던 수많은 검사들이 침묵했다. 8년간 고통의 세월을 보낸 서지현 검사는 용기를 내 얼굴을 드러내고 방송출연까지  했다. 이제는 검찰 조직에서 응답할 때다.

#장례식장 사건과 그 후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안태근 검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이후 이 사실을 검찰 내부에 보고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안태근 검사로부터 사과를 받고 마무리하기로 했다. 하지만 어떠한 사과도 없었다. 그 후 서지현 검사는 자신의 직속상관이었던 부장검사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하지만 어떠한 변화도 없었다. 서지현 검사는 성추행 사실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은폐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북부지검 소속이었던 서지현 검사는 2013년 여주지청을 거쳐 2015년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났다. 통영지청은 6~7년차 선임검사 한 명을 제외하고 통상 3~4년차 검사들이 발령을 받는 곳이다. 그런데 이미 선임검사가 한 명 있는 상황에서 당시 14년차 서지현 검사가 그 곳으로 발령이 난 것이다. 서지현 검사는 2015년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성추행 사건의 가해자 안태근 검사가 직권을 남용해 인사에 불이익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거듭된 문제제기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2015년 가을 안태근 검사가 매스컴을 타기 시작했다. 검찰국장으로 재직하면서 우병우 민정수석과 천여차례 통화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서지현 검사에게는 잊고 싶은 악몽이 되살아났다. 8년전 그날 그 사람의 눈빛이 다시 서지현 검사를 괴롭혔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서지현 검사는 다시한 번 용기를 냈다. 2016년8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메일을 보내 8년전 성추행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와 인사불이익 등을 호소했다. 그 이후 법무부 담당자와 면담을 거쳤다. 하지만 이번에도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서지현 검사는 2018년 1월 26일 29페이지에 걸쳐 소설 형식으로 자신이 겪었던 일들과 검찰 내부의 성추행, 성차별 행태를 폭로하는 글을 올렸다. 그 이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얼굴을 드러내고 진실을 폭로했다. 대중은 분노했고 검찰과 법무부는 당황했다. 대통령과 검찰총장까지 나섰다. 최초 검토해보니 인사불이익이 없었다고 발표한 법무부도 철저한 진상조사를 약속했다. 대검은 조희진 검사를 단장으로 하는 진상규명조사단을 발족했다. 가만히 보면 검찰 스스로 무언가 한 것은 하나도 없다. 결국 여론이 검찰을 움직인 것일 뿐.

#진상규명조사단의 임무

2010년 10월 30일의 성추행은 결론적으로 처벌할 수 없다. 당시에는 강제추행죄가 친고죄였고 친고죄의 고소기간은 6개월이었다. 고소기간이 도과한 이상 처벌은 불가능하다.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의원이 2010년 12월경 만일 직권을 남용해서 성추행 사건을 은폐하였다고 하여도 이 역시 처벌할 수 없다. 7년의 공소시효가 만료됐기 때문이다. 이 사건에서 그나마 처벌가능성이 있는 것은 2015년 8월 경 서지현 검사가 통영지청으로 발령이 난 것에 당시 검찰국장이었던 안태근 검사의 직권남용이 있었을 경우이다. 하지만 인사권의 행사에 부여되는 넓은 재량권과 은밀성때문에 이를 밝히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 역시 처벌이 어렵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이다.

그렇다면 의문하나. 처벌할 수도 없는데 도대체 진상조사는 왜 하는거지? 이번 진상조사단의 임무는 서지현 검사가 입었던 피해를 회복시키는 것을 넘어서서 검찰 내부에 만연해 있는 성추행, 성희롱, 성차별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그 이후 검찰 조직 전반에 대한 체질 변화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단순히 이번 사건에 대한 진상만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서지현 검사 역시 비슷한 언급을 했다. 2010년 10월 30일 무슨일이 있었는가보다도 검찰이 앞으로는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지적했다. 서지현 검사의 글에는 자신이 입은 피해외에 사실에 입각해 여러 다른 사례들을 언급했다. 결국 진상조사단의 임무는 과거의 진상을 규명해 미래 검찰의 체질을 전반적으로 바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단초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Me Too를 넘어 #With You로 나아가야 할 때

서지현 검사의 용기에 대중은 박수를 보냈다. 피해자가 당당해져야 하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성폭력 피해 사실을 알려 성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켐페인인 #Me Too 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기 시작했다. 한 여경과 도의원도 이에 동참했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사회가 변화하려 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잊어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 2010년 10월 30일로 돌아가 보자. 서지현 검사가 성추행을 당할 때 수많은 검사가 이를 목격했지만 침묵했다. 피해자가 당당해 지는 것을 넘어서서 사회가, 동료가 1차적으로 이를 지켜줘야만 한다. 피해자 한 사람은 약자지만 누군가가 함께한다면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다. 서지현 검사의 용기있는 고백이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단순히 분노만 해서는 안된다.

왜 서지현 검사의 피해사실이 묻힐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구조적 문제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피해자가 당당한 사회, 피해자를 보호해줄 수 있는 사회로 변화하는 단초가 되길 소망해본다.  #Me Too, #With you, #Protect you!!!!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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