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최진봉 교수] KBS 이사회가 지난 달 31일 정기이사회를 열고 해임된 고대영 전 사장의 후임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시작하기로 했다. 

KBS 이사회는 이번 달 5일부터 9일까지 닷새간 사장 후보자를 공모하고, 서류심사를 거쳐 오는 24일 서류심사를 통과한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정책발표회를 실시한 후, 26일 이사회 최종면접에서 새 사장을 확정할 예정이다. 
    
한편, 이 날 회의에서 KBS 이사회는 KBS의 새로운 사장 선임 과정에 이전에는 한 번도 활용한 적이 없는 시청자(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결정했다. 

KBS 이사회는 새 사장 선임 과정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시민자문단’을 구성해 사장 후보자 평가과정에 자문단의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시민자문단’은 서류심사를 통과한 사장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열리게 될 후보자 정책발표회 과정에 참여해 후보자들에게 질문을 하고 후보자들을 평가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자문단’의 평가내용은 이후 KBS 이사회의 사장 선임과정에 반영될 예정이다. KBS 이사회가 사장 선임 과정에 시청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 한 것은 공영방송 KBS의 실질적인 주인인 시청자들이 사장 선임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영 전 KBS 사장은 공영방송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지키지 않고,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정권을 홍보하는 권력 친화적 방송으로 전락시켜 해임됐다. 

따라서 새로 선임될 신임 KBS 사장은 정치권력을 포함한 모든 사회적 권력으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으면서 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낼 수 있는 인사가 되어야 한다. 나아가, 언론의 기본적인 사명인 권력기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 낼 수 있는 능력과 의지 또한 갖추고 있어야 한다. 

즉, 방송의 공정성과 공영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권력기관에 대한 견제와 비판에 주저함이 없는 공영방송에 대한 확실한 철학과 비전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 KBS 사장에 선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사회적 책임은 민주적 여론형성과 민주주의 기본질서를 확립하는데 있는 만큼, 우리나라 대표 공영방송인 KBS의 사장이 되려는 사람은 권력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방송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KBS는 다른 방송사와 달리 국민들이 지불하는 수신료로 운영되는 공영방송인 만큼, 다른 어떤 방송사 보다 더 수준 높은 방송의 공영성과 공공성을 유지해야 하는 사회적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법 제44조에도 “한국방송공사(KBS)는 방송의 목적과 공적 책임, 방송의 공공성과 공익성을 실현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새로 선임 될 KBS의 사장은 특정 정당이나 정부의 입김에 영향을 받지 않는 정치적으로 중립성을 갖춘 인물로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을 실현할 수 있는 의지와 능력을 갖춘 인물이 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신임 KBS 사장은 방송 제작 종사자들의 취재와 제작 자율을 보장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공영방송 KBS의 공정성과 공공성이 확보되기 위해서는 방송 제작 종사자들이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 과정에서 내부 경영진으로부터 어떠한 간섭이나 통제도 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방송 제작 종사자들이 내부 경영진으로부터 뉴스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과정에서 압력이나 간섭을 받게 되면 방송의 공정성은 무너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신임 사장 선정과정에서 KBS 이사들과 ‘시민자문단’은 방송 제작 당사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예컨대, 편성위원회 설치 등)를 마련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사장으로 선임해야 할 것이다. 
     
결국, 이명박-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정치권의 충견 역할로 국민들의 비판을 받아 왔던 공영방송 KBS의 신임 사장이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하는 일은 외압을 막고, 제작 종사자들에게 방송 프로그램의 제작과 편성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임 사장은 방송 프로그램 제작 종사자들의 제작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노사 동수로 구성된 편성위원회 설치와 보도의 독립성 보장을 위한 보도국장 임면 동의제 등을 시행하려는 실천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인물을 찾는 일이 쉽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짧은 심사 과정으로 인해 사장 후보자의 진실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는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 
    
따라서 KBS 이사들은 이러한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KBS 사장 후보자들이 제출한 경영계획과 지원 서류만 보고 판단하지 말고, 지원자들이 지금까지 살아왔던 삶의 행적과 그들이 과거에 작성한 칼럼이나 자료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통해 후보자들의 진실성에 대한 검증을 반드시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에 선임될 KBS 사장은 보수정권 9년 동안 무너지고 망가진 공영방송 KBS를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 회복시켜야 하는 막중한 책무를 가지고 한다. 그래서 아무나 사장으로 선임되면 안 된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