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최영일 편집 자문위원/시사평론가] 한국GM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한마디로 위기다. 그 징후는 세 가지로 확인된다.

첫째, 미국 본사 자체가 글로벌 위기에 직면했다. 계열사 오펠을 매각했고, 유럽시장, 호주, 인도네시아, 남아공에서 철수하는 등 위축경영이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서 한국GM에 대해서도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CEO 메리 바라의 발언이 나왔다. 이미 한국GM은 군산공장 가동중지, 창원공장에서는 차가운 구조조정 바람에 노사갈등이 격화되기 시작한 직후였다. 내수시장에서 약 10%를 차지하던 점유율도 7%로 떨어진 상황이고, 수출물량이 더 큰 산업구조에서 완성차, 조립품, 부품 모두 출로가 막혀가고 있는 암울한 상황.
자동차 종주국이던 미국에서 빅3였을 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대우자동차를 출발로 빅3였던 한국GM은 이대로 몰락할 것인가?

미국 본사 vs. 한국 지사

한국GM은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접어들었다. 그런데 미국 본사는 돈을 빌려줘 놓고, 시중금리 2%대의 두 배가 넘는 5%대 고리의 이자를 적용해 연간 천억원이 넘는 가져간 의혹이 짙다.
미국 본사의 글로벌 시장 긴축경영 차원에서도 한국GM을 조기 철수할 가능성은 아직 미지수이다. 그것은 미국 본사나 한국GM 입장에서나 마지막 승부수는 아직 남아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열심히 마케팅을 해온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위기에 처한 여타 업종, 여타 브랜드들의 일반적 노력 이상을 보여주지 못했다. 문을 닫을지 여부를 최종의사결정 하기 전 최선을 다했다는 전략적 승부수를 아직 띄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아주 흔히 이야기 하는 위기가 곧 기회다 라는 전환적 발상과 아이디어는 아직 등장 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한국GM은 이렇게 서서히 허물어지는 장면으로 막을 내릴 것인가?

글로벌 경영 vs. 한국형 노동현황

잠시 자동차 산업의 역사를 돌아보자. 19세기 말 없는 마차의 발명 경쟁기를 거쳐서 20세기 초 대량생산시대의 상징이 된 자동차왕 헨리 포드의 박리다매 저가 시장확대의 생산성 혁명이 시작된 이래 미국 자동차시장은 포드, 크라이슬러, 제너럴모터스(GM)의 삼두마차 사대가 거의 한 세기를 풍미했다. 하지만 70년대 두 번의 오일 쇼크를 거치면서 기름을 많이 먹는 미국산 중대형 제품들은 전혀 새로운 생산방식을 적용해 가격파괴와 우월한 품질을 자랑하는 일본의 도전에 한동안 고전해왔다.

약 20년의 호시장을 구가한 일본차가 2000년대 들어 침체기에 빠지자 우리 한국산 자동차는 세계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현대와 기아가 합쳐지고, 대우자동차가 대우GM을 거쳐 미국 본사가 압도적 지분을 확보하면서 한국GM이  되기까지 내수 및 수출 시장은 나쁘지 않았다. 이는 우리 자동차산업의 생산성과 노하우가 어느 정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도 별반 나아지지 않고, 열악함을 견뎌내고 있었던 것은 현장 노동자들이었다.

강성노조의 이미지로 정치적 수사학로는 귀족노조라 불리는 자동차 노조들도 상대적 측면에서 그러했을 뿐 우리 자동차산업의 일취월장의 성과를 충분히 공유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런데 또 한 번의 시련이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회사측은 원가에서 인건비 비중이 과도하게 높다는 하소연을 시작했다. 그런데 지상욱 바른정당 의원 주장에 따르면 지난 3년간 누적손실 3조원 규모는 회계방식에 따라 수익전환도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지분 17%로 2대주주인 산업은행에 유상증자 참여 5천억원 규모 요구나 정부에 대한 세제혜택, 대출 등 지원 요구는 의심의 눈길을 받고 있다.


마케팅 전략 vs. 비용 대비 생산성

혁신상업이 아닌 일반 제조업에서 경영학의 전략은 사실 매우 단순하다. 세 가지 경우의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공격적 마케팅을 통한 시장확대전략, 가격조절정책, 그리고 비용절감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 세 가지 전략의 변형과 조합으로 차별화 전략을 만들어 낼 수도 있다. 한국GM은 앞으로 이 세 가지 모두를 활용해 볼 것이다. 미국 본사가 한국GM을 바로 접을 가능성은 일단 희박하다.
하지만 노사분규가 격화되고, 현재 3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가 지배구조에 관심을 보일 경우 철수가 현실화 될 가능성은 언제나 남아있다.

한국GM, 나아가 미국GM의 최적화 된 생존 및 성장 전략은 무엇일까? 필자는 여기에서 GM에 이륜차 메이커 할리 데이비슨을 절박하게 벤치마킹 하라고 권고한다. 할리 데이비슨은 이륜차 시장의 몰락기에 전통적인 경영전략으로 실용성 중심 마케팅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창의적으로 정반대의 길로 나갔다. 모터사이클을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대전환 시키는데 성공한 것이다.

오토바이가 아니라 할리를 탄다는 것은 하나의 자부심이자 어느 정도 사회적 성공을 이룬 중장년층의 고급 취미라는 이미지를 구현하고 각인시킨 것이다. 할리를 보유하고 타는 글로벌 커뮤니티인 호그(Harley Owner Group)족은 할리 본사의 경영적 어려움에 투자까지 하는 열정적 팬으로 자리 잡았다.

GM의 라인업은 나름의 고유성이 있다. 머스탱과 경쟁하는 머슬카 카마로, 스포츠카 콜벳, 대표적 세단 말리부와 크루즈의 품질은 나름 훌륭하다. 희소한 아베오 아래로는 베스트셀러 경차 스파크, 그리고 탄탄한 품질의 중저가 SUV 트랙스가 있고, 올란도도 안정적인 차종이다. 전기차로 주목 받는 볼트EV에도 기대감이 존재한다. 판매의 양적 규모가 아니라 충성도를 갖춘 마니아들이 있다는 것이다. 성공한 연예인은 쉐보레 밴 스타크래프트를 탄다.

GM에 권한다. 정체 됐던 신차 출시, 특히 SUV 라인을 추가해야 한다.
이미 갖추고 있는 라인업에 스토리를 불어넣고, 사용자 커뮤니티를 문화상품으로의 창의적 전환을 통해서 묶어내라.
노사관계는 무인자동화 된 대량생산 시스템의 기계적 생산성이 아닌 장인 중심의 사람 중심적 상생관계로 방향을 잡아야 한다.
GM 자동차의 몰락을 안타깝게 바라보는 적지 않은 소비자들이 존재한다. 마지막 기회일 것 같다. 안 해본 것을 하라. 안 가본 길을 가라. 
그리고 산업은행은 지금까지 제대로 들여다 보지 않았던 장부를 꼼꼼히 검토하고, 정부는 막대한 일자리와 공급사슬의 협력업체 생태계를 볼모로 삼는 GM의 실상황부터 파악해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성장동력이지만 재앙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다는 양면성의 깊은 이해와 함께.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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