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열의 법과 정치] 제발 머리 좀 써라
[양지열의 법과 정치] 제발 머리 좀 써라
  • 양지열 변호사
  • 승인 2018.02.19 12: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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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갑일까

[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올림픽 같은 대규모 행사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놓치지 말아야 할 대상들이 있다. 자원봉사자들 역시 그 중 하나다.

평창에는 1만 5천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뛰고 있다. 12개 경기장에서 관중안내를 맡은 이들, 이동 거점들 마다 배치된 교통 안내 인력, 외국어 실력도 뛰어나 선수들은 물론 세계 곳곳에서 오는 손님들의 입과 발이 되어주고 있다. 경찰, 군인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데, 질서 정연하게 대회가 치뤄지는 모습이 신기할 정도이다.

하는 일이 많은 만큼 자원봉사자들은 경기장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많이 알고 있다.  다양한 경력과 전공으로 이뤄져 있고, 해외에서 온 봉사자들도 있다. 젊은 세대가 주축인 만큼 SNS로 자신들만의 통신망을 구축해 정보를 나누며 쌓고 있다. 반은 주최측이고, 반은 손님이고, 1차적인 관찰자인 셈이다.

그런 그들에게 대한체육회장과 집행부 일행이 “머리 좀 써라”며 막말을 했다고 한다. 이유도 황망하기 그지 없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예약석에 무단으로 앉았으니 자리를 옮겨 달라는 요구에 발끈한 것이다. “우리가 개최국”이라고 하면서, 관리하던 봉사자들 입장에선 “내가 누군데 감히!”라고 들릴 수 있는 갑질을 한 것이다.

대한체육회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을 했다지만, 의미 없다. 받아들이는 사람 귀에 어떻게 들렸을지가 더욱 중요하다. 법적으로 해석할 때의 기준이 그렇다. 이 소식은 앞서 짚은 것처럼 봉사자들이 운영하는 SNS를 통해 삽시간에 퍼져 나갔다. 언론이 놓칠 수가 없다.

자원봉사자들이 기자들 보다는 정작 주최측인 대한체육회에 중요한 대상이라는 사실을 새삼 짚을 이유가 있을까. 자신들이 하는 일 자체에 진짜 “갑”은 그들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에 나온 행동으로 보인다.  자신이 있는 곳, 있어야 할 곳의 위치 파악이 안됐던 것이다.

# 정치인과 연예인, 스포츠 스타

평창에 나타난 아이언맨! 시속 124km로 금빛 질주를 했던 스켈레톤 윤성빈 선수의 소식에도 뜻밖의 혹이 붙었다. 박영선 의원 역시 자리를 제대로 찾지 못했던 모양이다. TV에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이 비춰졌는데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곳이다. 선수들이 경기 준비를 하는 곳으로 엄격하게 출입이 금지된 구역. 정작 윤 선수의 어머니도 들어가지 못했다.

여러가지 의혹이 나왔지만, 스켈레톤 종목 회장의 안내를 받았던 것으로 최종 정리가 됐다. 규정 위반은 아니더라도 여전히 일상적인 절차가 아니기에 특혜일 수 있다. 게다가 그 특혜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를 할지에는 고개가 많이 기울어진다. 윤 선수 혹은 스켈레톤과 박 의원은 딱히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해명도 갸우뚱했다. 설날 아침 응원하는 사람도 적고, 관심 종목이 아니라 간 것이었다고 했다. 하지만 윤성빈은 전날 1, 2차 시기 주행으로 압도적인 1위에 올랐다. 이변이 없는 한 금메달이라고 국민 대다수는 믿고 있었다. 박 의원 주변만 몰랐던 모양이다. 국회의원이 응원하면 더 힘이 나기라도 한다고 믿었을까? 비인기 종목이라면서 옆에는 왜 섰을까?

정치인 역시 관심을 먹고 사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연예인, 스포츠 스타와 공통점은 있다. 하지만 정도와 종류가 많이 다르다. 우리 국민은 고위 공직자, 정치인 보다 후자의 직업군에 더욱 가혹하다. 스캔들, 음주 사고라도 있으면 수 년 동안 자숙하도록 하는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 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큰 것이다. 정치인 중 그런 사랑과 기대를 받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설령 박 의원이 팬으로서 윤 선수 옆에 섰더라도 득보다 실이 크지 않을까. 

# 인정받지 못한 특권 의식

다른 사안인데도 두 가지 일이 겹치는 이유는 시기 때문만이 아니다. “특권”이라는 공통어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 박 의원 쪽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이 가졌을, 혹은 가졌을지 모르는 특권에 개념치 않은 자원봉사자, 윤성빈 선수를 주목하는 것이다.

자원봉사자들은 대한체육회장과 그 일행이라는 신분을 알았지만, 원칙대로 자리를 비우라고 반복해서 알려줬다. 역설이지만 오죽했으면 큰 소리를 들었겠는가. 불편을 겪은 일에 대해서는 주위와 나누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윤 선수 역시 박 의원이 내민 손을 아랑곳하지 않았다. 준비구역 맞은편 응원석을 향해 큰 절부터 올렸다. 누가 진짜 팬이고 “갑”인지 알았던 것이다.

어이없는 갑질이야 하루 이틀 일이 아니지 않은가. 보다 중요한 건 국민의 의식이 그들의 특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뻣뻣한 고개 따위 웃어 넘기면 된다. 지나치면 법으로, 투표로 심판하면 그만이다. 대접받지 못하는데 무슨 특권이겠는가. 그걸 평창의 젊은이들이 보여 줬다는, 그 점을 주목하고 싶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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