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시작된 미투운동이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가해자의 신원이 언론에 노출된다. 고은 시인, 이윤택 대표, 조민기 배우겸 교수, 배우 조재현, 배병우 작가 등 사회적 영향력이 지대한 사람들의 가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는 이유는 이런 사회 지도층 인사의 성추문 사실을 넘어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다수의 피해자가 있었음에도 지금에 와서야 피해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 성추문 사건은 모두 이른바 권력형 성범죄였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피해사실을 알려도 가해자가 처벌을 받기는 커녕 피해자들이 더 큰 피해를 볼 수 밖에 없는 구조였다. 

서지현 검사는 8년전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실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 했지만 오히려 석연치 않은 인사 조치가 이어졌다. 

고은 시인이나 이윤택 대표는 피해자들의 생사 여탈권(문단의 데뷔나 연극 캐스팅)을 쥐고 있었다. 조민기 교수는 학생들의 학점, 이후 연기 대뷔 등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으며 조재현씨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수의 피해자들이 수치심을 감수하고 미투운동에 동참하면서 우리 사회의 민낯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궁금한 점들(QnA)

이윤택으로부터 피해를 당했다는 사례가 10건이 넘었다. 단순 성추행을 넘어 성폭력과 낙태까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확인된 성범죄를 처벌할 수 없다는 뉴스를 접하고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많다. 

공소시효 문제라고 이해하는 분들도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2013년 6월 19일 이전에는 친족 성폭력과 신체 장애인 대상 성폭력을 제외하고 나머지 성범죄는 친고죄로 규정되어 있었다. 즉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고소를 해야 수사가 진행될 수 있었다. 미성년자 성폭행의 경우에는 2008년 2월 친고죄가 폐지됐고 미성년자가 성년자가 될때부터 10년의 공소시효의 적용을 받는다. 

친고죄의 경우 언제든지 고소만 하면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고소 기간 내에 고소가 이뤄져야만 처벌이 가능하다. 성폭행 사건의 경우 가해자를 알고 난 후 1년 이내에 고소를 해야 하는데 2013년 6월 19일 이전에 발생한 범죄는 고소 기간 내에 고소가 있었던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 

피해 여성들이 폭로한 이윤택의 성추행이나 성폭행의 시기는 모두 2000년에서 2012년 사이에 있다. 따라서 전부 고소기간이 초과하여 처벌할 수 없다. 

결국 이윤택의 경우 2013년 6월 19일 이후의 성범죄가 드러나야 처벌이 가능하다. 이에 반해 조증윤 극단 번작이 대표의 경우에는 2007년~2008년 당시 중학생이던 미성년 여제자 2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이기 때문에 성년자가 된 이후 공소시효의 범위 내에 있어 처벌이 가능하다. 조민기의 경우에도 2013년~2014년 성범죄 혐의여서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것이다. 

피해자가 언론을 통해 가해자의 범죄사실을 폭로하는 것이 피의사실 공표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 의문을 갖기도 한다. 

형법상 피의사실 공표죄는 "검찰, 경찰 기타 범죄수사에 관한 직무를 행하는 사람"이 알게 된 피의사실을 기소 전에 공표하는 것을 처벌하는 범죄이다. 따라서 피해자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범죄사실을 폭로해도 피의사실 공표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허위사실이 아니라 진실한 사실을 퍼뜨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피해자가 가해자의 실명을 거론하여 성폭행 사실을 폭로한 경우에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을 갖기도 한다. 

하지만 진실한 사실을 알려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는 행위일지라도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사회에 만연한 권력형 성범죄를 바로잡기 위한 폭로는 당연히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피해자들의 가해사실 폭로는 명예훼손죄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다. 다만 미투운동 과정에서 허위 폭로를 하는 경우에는 당연히 명예훼손죄가 성립한다. 

배우 곽도원의 경우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있고 계시물도 내려진 상태인데 만일 이 내용이 허위라면 이 익명의 제보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될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권력형 성범죄 뿌리뽑는 계기 되어야

권력형 성범죄의 경우 피해자가 다수이고 피해사실이 은폐되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면 오히려 피해자가 더 피해를 보는 이상한 구조였던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피해자들이 함께 용기를 낸 이번의 경우 우리 사회의 호응과 결합하여 진실이 규명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를 갖는다. 다만 몇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성범죄의 경우 실제로 처벌까지 가는 경우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피해자들이 느끼는 수치심과 트라우마 때문에 이번처럼 적극적으로 범죄사실을 알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적극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알려야 또 다른 피해자를 막을 수 있다. 그리고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연희단 거리패의 침묵과 방조가 이윤택이라는 괴물을 만들어 낸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에 발생했던 사건들은 대부분 폭행이나 협박이 수반된 것이 아니라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한 성추행이나 성폭행이었다. 

형사법 조항으로 보면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간음"에 해당한다. 폭행 협박보다도 피해자 입장에서는 더 거부하기 힘들뿐만 아니라 피해사실이 은폐되기 쉽다. 또한 다수의 피해자가 양산되기 쉬운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이나 간음의 경우 일반 성폭행 범죄에 비해 법정형이 턱없이 낮다. 

징역형만 언급하면 일반 추행은 10년 이하 징역형임에 비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은 2년 이하 징역이며 일반 강간은 3년 이상의 유기징역임에 비해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불과하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 신고해서 처벌이 된다해도 대부분 집행유예가 선고된다. 그 이후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입을 불이익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만하다. 

이번 미투운동을 보며 분노만 해서는 이런 일은 다시 반복될 수 밖에 없다. 구조적인 문제와 입법에 의한 보완을 통해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이번 피해자들의 용기가 큰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이번 미투 운동이 권력형 성범죄의 최후를 불러오기를 바래본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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