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최영일 편집 자문위원/시사평론가] 평화롭고 안전하고 아름답고 흥겹게 지나간 평창의 대축제가 채 지나기도 전 미국발 태풍이 삼각파도로 몰려왔다. 

첫 번째 파도, 우리나라 세탁기와 태양광 제품의 미국시장에 대한 세이프가드. 지나간 세기 이미 시끄럽게 들었던 슈퍼301조 시대를 방불케 하는 압박으로 값싸고 질좋은 가전제품을 미국의 소비자는 누리고 우리의 수출기업은 수익을 창출하는 자유경제시장의 거래에 트럼프의 편견이 미국 행정부의 통제권력으로 목줄을 조이는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

두 번째 파도, 축제의 진행과정에 한국에서 생산하는 제너럴모터스 지사가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했다. 먹튀 음모론도 제기 되었고, 음모론이라기엔 본사를 살리는데 변방의 지사를 희생시키는 대기업, 글로벌기업의 흔해 빠진 행태의 요소가 있음은 여러 가지 정황과 자료로 드러나고 있지만 경영이 힘든 기업의 고충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당장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정부는 비상신호에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고용유지와 자금지원의 거래협상에 나설 수 밖에 없었고, 실사가 진행 중이다. 이 파도에서 가장 경악할 점은 역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련 발언이다. 

자신이 대통령 직에 있지 않았으면 듣기 어려웠을 기쁜 소식이라는 거다. 한국으로 빠져나간 일자리가 디트로이트로 돌아올 것이라는 매우 비미국적 시장개입 발상과 함께 지나간 정치경제 흑마술의 흑막을 대놓고 드러냈다.

세 번째 파도, 이미 스테인리스 스틸은 고관세 제재를 감내하고 있던 가운데 추가로 철강, 알루미늄 제품 대미수출에 대한 53% 고강도 통상제재 예고. 우리가 황당했던 것은 제재 대상국 10여곳 중 캐나다, 일본은 다 빠져나간 가운데 우방국으로는 유일하게 우리가 들어갔다는 점이다. 게다가 낡은 법조항을 살려낸 미 상무성 보고서는 ‘안보’라는 명분을 달고 있다. 정말 이게 뭥미?

청와대의 반응은 투트랙 접근법이다. 안보는 안보로, 통상은 통상으로.

이 기류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및 취임 전부터 한미자유무역협정에 대한 노골적인 적대감은 결코 사라지지 않은채 재협상에 들어가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혈맹이라고도 부르는, 북핵에 대해 빛샐틈 없이 군사적 공조를 하고 있는 동맹과 무역전쟁을 치르고 있다. 

경제전쟁의 적과 군사적 동맹으로 물리적 적과 대치하고 있는 이 묘한 상황은 뭔가?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야 하는데 정부, 외교라인, 책임있는 당국자 모두 이 민감하게 얼키고설켜 있는 아이러니에 대해 아버지를 아버지라 발설하지 못하고 있으니 필자가 대신할 밖에.

트럼프 씨, 당신은 아군인가, 적인가?

국내 정치권에서는 남남대결로 그렇게나 알 수도 없고 물을 필요도 없는 정체성, 진정성이라는 말에 관심법을 동원하는 정치인들이 이 중요한 질문과 답을 외면하고 있다. 명작영화 베트맨 다크나이트에는 명답이 나온다. 당신이 누구인지는 행동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트럼프 씨. 당신은 과연 세계질서의 정리와 유지에 기여하려는 베트맨인가, 아니면 혼돈의 사도 조커인가, 그도 아니면 이중인격에 스스로도 오락가락 하는 투페이스 하비인가.

- 2편으로 계속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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