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올려진 대형선박
산에 올려진 대형선박

[뉴시안=김지형 기자] 한계조선사로 법정관리가 예견됐던 성동조선해양(이하 성동조선ㆍ본사 경남 통영 소재)과 최근 법정관리에서 벗어난 STX조선해양(이하 STX조선ㆍ본사 경남 창원 소재)이 정부 지원을 받아 회생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글로벌 경기 회복과 더불어 국내 조선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란 희망에 무게감이 실릴 수도 있지만, 정부가 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해 시장논리를 염두에 두지 않고 정치논리로 부실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결정하고 있다는 회의론도 고개를 들 것으로 전망된다.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 시장원칙이 아닌 경제 주체에 대한 정부의 인위적 개입으로, 새 정부 경제기조가 ‘좌편향적’ 혹은 ‘반시장적’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전국동시지방선거를 3개월 앞두고 그간 정치적 힘을 과시해 온 강성 금속노조와 지역민심 눈치 보기에 급급해 국민 혈세를 투입하는 것 아니냐는 회의론도 확산될 수 있다.

무엇보다, 평균 연봉 7000만원 안팎을 웃도는 귀족노조 감싸기 아니냐는 공분과 함께 정규생산직 노조 철밥통에 국민 혈세를 투입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88만원 세대’, ‘N포 세대’로 대변되는 고학력 졸업자들이 ‘헬조선’에서 비정규직, 계약직으로 전전하면서 정규생산직들에 비해 직업안정성 면에서 상대적으로 차별 받고 임금에서도 박탈감을 느끼는 현실에서 정부의 한계조선업체에 대한 지원 여부는 국민 정서와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청년들의 목소리다. 이러한 사례가 재차 반복된다면 조선업종에 대한 퍼주기 논란이 가열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GM에 대한 정부의 강경한 입장으로 군산공장 폐쇄가 결정된 마당에 유독 조선업종에 대해서는 이중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양사 경영진 모두 이명박 정권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가 있는 등 신한국당(현 자유한국당)과 정치적 끈이 있는 가운데 정부가 조선업을 기반으로 하는 지역사회 경제와 민심에만 무게 추를 두면서 결국 회생 쪽으로 결정한 것 아니냐는 자조와 경상도 ‘표’를 지나치게 의식한 전형적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아냥이 우려된다.

◆회생 위해 정부 지원 ‘오매불망’…대마불사 ‘논란’

정부는 오는 8일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이하 산경장)를 열고 부실기업인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산경장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산업개혁을 추진하기 위해 지난 2016년 6월 출범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지난해 12월 처음 회의가 열렸고 이번이 두 번째다.

성동조선과 STX조선 두 회사 모두 지난해 11월 실시된 회계법인 EY한영의 1차 컨설팅에서 청산가치가 기업의 계속가치보다 높게 나타났다. 특히, 성동조선의 청산가치는 7,000억원으로 계속가치(2,000억원) 보다 무려 세배가량 높았다. 이로인해, 채권단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인 성동조선은 청산을, 수주잔량이 남아있는 STX조선은 보류 입장을 주장하기도 했다.

1차컨설팅의 경우 양사에 대한 재무건전성 위주로 점검이 들어간 반면 지난해 말부터 진행된 삼정KPMG의 2차 컨설팅은 글로벌 조선경기와 지역경제 등도 감안해 조사ㆍ분석한 후 보고서를 정부에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PMG는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회생의 조건으로 STX조선과 성동조선에 대해 인력감축과 기능조정 등을 실시할 것을 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주 산경장을 앞두고 정부가 양사 모두 회생 쪽으로 무게를 둘 것이란 낙관론이 피어나고 있는 이유다.

관련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성동조선은 기존 사업부를 정리하고 선박수리 전문조선소나 선박 일부만 제조하는 블록공장으로 전환하고, STX조선은 자사 인력을 30% 가량 추가 감축하는 방안이 유력 검토되고 있다.

이를 반증하듯,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월 초 “3~4년 뒤의 조선 업황을 따져본 뒤, 조선사 차원이 아니라 조선 산업 전체 포트폴리오를 경쟁력 있게 조정하는 방식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경남 통영 성동조선을 방문해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경남 통영 성동조선을 방문해 야드를 둘러보고 있다.(사진=뉴시스)

한편,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해 11월 STX조선이 발주한 선박에 선수금환급보증(RG)을 예금담보 조건으로 발급해 준 바 있다.

현재 STX조선의 수주잔량은 지난 2016년의 20척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6척인 반면 성동조선은 2016년 28척에서 지난해 5척으로 집계됐다. 성동조선은 지난해 원유운반선 5척을 수주했지만, 선주사 측에서 이 회사의 회생을 확신하지 못해 건조를 유보한 상태다. 선박을 건조하는 도크가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양사는 수주절벽에 맞닥뜨렸고 그 여파로 수익은 저조한 상태다. STX조선의 지난해 3분기 기준(2017.01.01~2017.09.30) 매출액은 3,537억원을, 영업이익이 389억원의 손실을 기록한 반면, 같은 기간 성동조선은 매출 4,090억원, 영업이익이 440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은 등 채권단은 STX조선의 1조 1,000억원의 차입금 만기를 오는 2022년까지 연장해 놓은 상태로, STX조선은 자산매각, 특수선 사업부 정리 등의 구조조정을 통해 약 3,0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자체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자구안을 채권단에 제출하기도 했다.

STX조선은 두 차례의 무상감자와 출자전환을 통해 가까스로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 지난해 7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한 바 있다. 반면,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성동조선은 유동성이 300억원에 불과하다. 주채권은행인 수출입은행은 성동조선에 대한 RG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수은은 지난 2010년 성동조선과 자율협약을 맺은 이후 2조 2,000억원 규모의 신규자금 지원에 이어 출자전환에 1조원을 투입하는 등 총 3조 2,000억원을 쏟아 부었다. STX조선의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총 6조 5,000억원의 자금을 지원받았다.

그러나, 성동조선과 STX조선 모두 추가로 신규자금을 투입하지 않고서는 여전히 독자생존이 요원한 상태다. 특히, STX조선과 성동조선의 부채총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각각 1조 1,755억원, 2조 5,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만성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두 회사를 회생 쪽으로 가닥 잡을 경우 신규자금의 투입과 관련, 채권단을 포함한 ‘이해당사자(stakeholders)’ 간 좁힐 수 없는 이견으로 진통이 예견되고 있는 배경이기도 하다.

현재, 산은과 수은은 신규자금 투입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반대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주채권은행들이 정부와 금융당국의 실질적 영향력 하에 있는 만큼 문재인 대통령 의중과 함께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국정철학 등이 산경장 논의에 크게 반영될 것으로 추정된다.

아울러, 부실 중소 조선사들에 국민혈세를 투입하는 것이 정당한 지 여부에 대한 국민여론 추이와 더불어 구조 조정 시 노조의 반대 투쟁 강도 등도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조선업체 회생 여부 결정에 입김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선거를 눈앞에 두고 지역경제와 민심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만약 구조조정에 대한 인식 차에 따른 노사정 간 강경일변도 파장이 확산될 경우 최악의 상황으로 올 봄 금속노조 총파업 투쟁이란 예상 밖 악재가 불거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빅3’ 조선사인 현대중공업ㆍ대우조선ㆍ삼성중공업 등도 수주가 하향 추세인데다 실적도 악화된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의 인력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성동조선의 직원 수는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1,000여명 정도의 현 직원들도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우려된다.

STX조선은 RG 발행 조건으로 인력 30%(300~400여명) 추가 감축을 약속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의 교통정리 후 양사 합병이 추진될 것이란 관측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정치ㆍ로비에 빠진 조선업체들 실적 ‘곤두박질’

STX조선의 2016년 매출은 1조 682억원, 영업손실은 1,987억원을 기록했고 2015년 매출은 1조 8,493억원, 영업손실은 1,9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4년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2조 9,986억원과 3,137억원으로 나타났다. 2014년 영업손실이 230%, 당기순손실 420% 이상 급증하면서 STX조선 매출액은 46% 이상 감소해 자본잠식 상태로 전락했다.

샐러리맨의 신화로 불렸던 강덕수 전 STX 전 회장은 이때쯤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코스피 상장기업이었던 STX조선은 분식회계 및 수익성 악화로 회장 퇴임 3개월 후인 지난 2014년 4월 상장폐지됐다.

2015년 STX조선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 대책을 마련했고 중소조선사로 전환키로 결정했다. 2016년 11월 법정관리에 들어갔던 STX조선은 8개월만인 2017년 7월 법정관리에서 졸업했다.

한편, 성동조선은 지난 2016년 392억원의 영업이익, 매출은 1조 7,72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2010년 채권단자율협약에 들어간 이후 7년만의 흑자전환이지만 수주가 아닌 인원 감축과 야드 매각, 선박 인도에 따른 실적개선이었다.

성동조선의 2015년 매출은 1조 6929억원으로, 영업손실이 875억원에 육박했다. 성동조선은 2014년 매출은 6,969억원, 3,4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강덕수 전 STX 회장(왼쪽)과 정홍준  전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오른쪽), (사진=뉴시스)
강덕수 전 STX 회장(왼쪽)과 정홍준 전 성동조선해양 대표이사(오른쪽), (사진=뉴시스)

참고로, 성동조선 창업자인 정홍준 전 대표는 3,300억원대 부정ㆍ사기대출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그는 납품단가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수은으로부터 1,500여억원, 우리은행으로부터 1,800여억원 규모 부정대출을 받은 의혹을 받았다. 이외에도, 정 회장은 2005년부터 2009년까지 47억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횡령한 혐의로 1년여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지난 2016년 8월 통영구치소에서 출소했다.

이와 관련, 수천억 대 사기대출과 횡령 혐의 등을 받고 있는 경제사범에 대해 사법부가 지나치게 관대한 것 아니냐는 질타가 쏟아졌다.

최근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지난 2017년 구속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년여 동안의 영어생활을 마치고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고 지난달 5일 풀려났다.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이 부회장은 최근 차한성 전 대법관을 변호인으로 선임, ‘전관예우’ 논란에 또 다시 불을 지폈으며, 2심에서 석방된 이후 ‘유전무죄’ 비판을 받았다.

한편, ‘친이명박’ 기업인으로 손꼽혔던 강덕수 전 STX 회장도 수천억 대 배임 및 횡령, 분식회계 혐의 등으로 2014년 5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으나 2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4년을 받아 2015년 10월 풀려났다.

딱, 구속 후 1년5개월 만이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재인 정부에서, 강덕수 전 STX 회장과 정홍준 전 성동조선 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 출소했다.

이들 기업인들은 모두 이명박 전 대통령의 비리 혐의에 직ㆍ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참고로 성동조선의 경우 8억원을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회장에게 전달했고, 이 회장은 성동조선의 8억원을 포함해 총 22억원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맞사위인 이상주 삼성전자 전무를 통해 이상득 전 한나라당(2012년 총선 직전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7년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으로 분당함) 의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만사형통(모든 것은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을 통하면 된다는 의미)’으로 불렸던 이상득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당시였던 2012년 7월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구속됐으며, 박근혜 집권 초였던 2013년 7월 항소심에서 감형 받아 2013년 9월, 1년 2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됐다.

이팔성 전 회장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으로부터 여러 차례 사퇴 종용을 받았으나 이를 거부하다 결국 2013년 4월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참고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월 새해 첫 산업현장 방문지로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를 찾아 “대한민국의 가장 효자 산업이었고 외환위기를 이겨내게 한 조선해양 산업이 다시 우뚝 설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조선업 구조조정과 정부의 지원이 시장논리가 아닌 정치논리로 재차 번질까 우려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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