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속노동조합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조조정 정책 폐기, 성동조선, STX조선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전국금속노동조합이 14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소공원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구조조정 정책 폐기, 성동조선, STX조선 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정부가 법정관리 위기에 몰린 STX조선해양(주채권은행ㆍ산업은행)에 추가 인력구조조정을 요구하는 노사확약서 제출을 요구한 가운데 STX조선 노조 등이 확약서 제출을 거부하고 상경투쟁에 나섰다.

정부가 STX조선에 대해서는 한 달간 유예, 성동조선(주채권은행ㆍ수출입은행)에 대해서는 ‘법정관리’ 결정을 내린 가운데 정부와 금속노조 산하 부실 조선업체 노동자들과의 갈등이 격화하는 모양새다.

STX조선에 대한 회생 여부 결정이 한 달 앞으로 다가 온 상황에서 법정관리 신세가 된 성동조선에 이어 STX조선마저 회생이 아닌 법정관리 쪽으로 결론 날지, 이에 대한 금속노조의 총력 저지 투쟁이 확산될지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전국금속노조 산하 STX조선과 성동조선 등 조선업종노동자 1500여명은 지난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8일 정부가 제시한 한계 중소조선업체에 대한 자구계획과 강도 높은 추가 구조조정 요구에 반대하는 상경투쟁을 벌였다.

금속노조 소속 노동자들은 광화문 일대에서 정부의 부실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명령에 대한 결사 투쟁을 촉구하는 집회를 갖고, 이후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하기도 했다.

특히, STX조선 노조원들은 추가 인력 구조조정을 골자로 하는 노사확약서에 대한 반대 투쟁 입장을 공식화했다.

금속노조 산하 STX조선지회는 상경투쟁 집회에서 “산업적 측면을 고려한다는 정부와 채권단이 지역과 일자리 등을 무시한 채 결정한 실사보고서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정부가 요구한 노사확약서 제출을 거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에서 “자력 생존이 가능한 수준의 추가 인력 구조조정 및 사업재편 등 고강도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면서 “(STX조선은)추가적으로 대략 40% 수준의 인력을 줄여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총리는 “채권단의 의견수렴, 컨설팅 과정을 거쳐 성동조선은 법정관리 신청이 불가피했다”면서 “STX조선은 한 달 정도의 유예기간을 주되 만약 정부 등이 요구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단행되지 않을 경우 최악의 경우 법정관리로 진행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성동조선에 대해 법정관리 방침을, STX조선에 대해서는 조건부 회생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 소속 STX조선 노동자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14일 상경투쟁에서 한 노조원은 “노동자들은 졸라 맬 허리조차 없다”면서 “법정관리를 받을 수 없다”고 정부를 질타했다.

한 금속노조 소속 STX조선지회 노동자는 “독자생존이 가능한 사업장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추가적으로 사람이 부족한데도 사람을 자르라는 게 말이 되느냐”면서 “우리는 정부의 확약서 제출 요구를 단호하게 거부한다”고 강경 투쟁 의지를 밝혔다.

참고로 성동조선은 지난 2010년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간 이후 잠본잠식 상태에 빠졌고 지난 8년 동안 수출입은행은 이 한계기업에 2조 2,000억원의 자금을 신규투입했고, 1조원 가량은 출자전환해 총 3조 2,000억원을 투입했다.

STX 조선의 경우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총 6조 5,000억원을 수혈했으며, 현재 수주잔량이 16척인데다 자산매각 및 사업부정리 등을 통해 3,000억원 가량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판단돼 시한부 연장 판정을 받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대한 회계법인의 1, 2차 컨설팅 결과에서 성동조선은 청산가치가 7,000억원으로 계속가치인 2,000억원 보다 무려 세 배 가량 높게 나타났다.

STX조선 관계자는 “노사확약서 관련 아직 확정된 게 없으며 현재 노사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답변했다.

정부가 지난 8일 제시한 STX조선에 대한 노사확약서 제출 기한은 오는 4월9일까지다.

김 부총리는 “구조조정은 꼭 필요하지만 어렵고 힘든 과정”이라면서 “원칙을 가지고 신속하고 과감하게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관련업계에서는 정부가 성동조선과 STX조선 등 부실 중소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이들 업체 간 흡수합병 등 ‘빅딜’을 유도할 것이란 전망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들 조선업체에 대한 회생 여부 등이 최종 결정된다면 추가 신규자금이 채권단 등으로부터 수혈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부실 조선업체에 대한 구조조정 및 신규자금 투입을 통한 사업부 재편 등을 통해 새 인수자를 국내외에서 찾을 것이란 시선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한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부실 조선업체들에 대한 구조조정 후 법정관리 혹은 회생 등이 결정된 조선업체들을 대상으로 인수합병(M&A) 장이 설 수도 있다”면서 “(잠재적)인수자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삼성중공업 등 국내 ‘빅3’ 대기업뿐만 아니라 해외 글로벌 해운업체나 선박건설업체 등이 국내에 투자자 형식으로 신규 자금 공모에 들어오는 방안 등도 거론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IMF경제위기 시기, 정부가 인위적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한 후 세금을 투입해 국내 부실기업들에 대한 회생이나 법정관리를 진행한 후 외국계 투자자들에게 매각한 과거 경험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면서 “정부도 이번 성동조선과 STX조선에 대한 구조조정 계획에서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참고로 김대중 정부는 IMF경제위기 시기, 대우전자와 삼성전자의 ‘빅딜’을 추진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또한, IMF시기 과도한 채무를 지고 있던 국내 대기업들의 연쇄 부도의 단초가 된 대우파산 사태 이후, 건설업계, 자동차업계, 철강업계 등에서 인위적인 산업 교통정리를 단행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