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3월 14일 오전 전직 대통령으로는 다섯번째로 MB가 검찰청 포토라인 앞에 섰다.

국민들에게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정치보복의 희생양인 듯한 뉘앙스의 대국민 메세지를 내 놓았다. 110억대의 뇌물수수 혐의를 포함해 18개의 혐의를 받고 있는 MB는 지금껏 모든 혐의를 부인해 왔다. 검찰은 많은 물증을 통해 MB최측근들의 자백을 받아온 상황이었기 때문에 MB가 과연 검찰에서 무슨 진술을 내놓을지 관심이 많았다.

MB는 1월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국가를 위해 헌신한 공직자들을 짜맞추기식 수사로 괴롭힐 것이 아니라 나에게 물어라"라고 일갈한 상황이었기에.

자신에게 물으라던 MB는 결국 본인이 아닌 측근들에게 모든 혐의를 떠넘겼다. 3월 14일 MB의 진술은 "모른다" "측근들이 허위진술을 한 것이다" "증거가 조작됐다"가 전부였다.
 
#MB는 검찰의 패를 알지 못하고 들어갔다
 
필자는 방송에서 늦어도 3월 14일에는 MB가 검찰 포토라인에 설 것이라고 해왔다.  3월 14일은 MB의 최측근이었던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첫 공판기일이 열리는 날이었다. 검찰은 혹시라도 수사기록이 MB측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에 김백준 총무기획관 측에 수사기록에 대한 열람등사를 MB소환시까지 미뤄달라고 요청했다. 그래서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첫 공판에 변호인들이 수사기록 없이 임했던 것이다. 첫 공판에 기록없이 재판에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음에도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모든 것을 자백한 상황이었기에 변호인도 양해를 했던 것이다.
 
피의자가 수사기관이 무엇을 쥐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에는 피의자와 피의자 변호인 모두 수사 대응 전략을 짜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 경우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일반적인 전략은 어떤 증거를 제시해도 회피할 수 있는 개괄적인 대답을 준비하는 것이다. 그리고 범죄 사실중 검찰수사의 잘못을 지적 할 수 있는 부분을 일부러 내어 주기도 한다. MB는 정확히 이 전략을 가지고 조사에 임했다.


#전략 1. 부인과 떠넘기기
 
영포빌딩 지하 2층에서 나온 수많은 물적 증거와 김백준 총무기획관을 포함한 측근들의 자백이 있는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첫번째 전략은 "보고받지 못했다. 지시하지 않았다"이다. 국정원의 특수활동비 수수의혹 등과 같이 문서로 지시하고 보고받은 것이 없는 부분은 자백외에는 뚜렷한 증거가 없다는 판단으로. 그래서 "모른다. 혹시 그런일이 있었다면 측근들의 일탈행위였을 것이다"라는 진술을 한 것이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과 같이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작성한 청와대 문건으로 지시 보고받은 것이 확인된 부분은 사실 부인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인정할 경우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자백의 신빙성이 인정되어 국정원 특수활동비 관련 진술까지 인정될 개연성이 많다. 이에 MB는 이렇게 대응했다.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작성했다고 주장하는 "삼성 소송비 관련 청와대 문건"은 조작됐다고. MB의 주장대로라면 "누군가가" "예전에 이를 조작해서" "영포빌딩 지하 2층 비밀 창고"에 넣어 두었고 이를 검찰이 찾아 낸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조작되었다는 문건을 보고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검찰에 상세한 자술서까지 제출했다. 아마도 MB의 전략은 김백준 기획관이 임의로 삼성을 압박해서 다스의 소송비용을 받아낸 것이라는 쪽으로 몰고 가고 싶은 것이리라. 그런데 다스는 김백준 총무기획관의 것이 아니다.
 
결국 김백준 총무기획관이 자백한 모든 것은 개인의 일탈행위임에도 본인이 처벌을 덜 받기 위해서 MB자신에게 떠넘겼다는 취지다. 이 둘은 40년지기다. 아이러니한 건 김백준 총무기획관은 첫 조사에서 MB를 보호하겠다고 명확한 증거가 있는 상황에서도 부인하다 결국 구속됐다는 점이다.
 

#전략 2. 검찰에게 일부 내어주기
 

MB가 조사를 받은 다음날 검찰이 브리핑을 했다. MB는 김희중 전 부속실장이 2011년 10월 미국 순방길에 국정원 특수활동비 미화 10만불을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는 부분만을 인정했다라고. 대부분 이 사안은 MB로서도 도저히 부인할 수 없는 증거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는 국정원 특수활동비 사건은 문서로 보고하거나 지시하는 것이 아니고 현금으로 지급되어 추적도 곤란하기 때문에 증거관계 때문이 아니라 특정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아마도 이 돈을 국정원으로부터 받은 것이 부적절하다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사용처가 특수활동비 본래의 취지로 사용되었을 개연성이 많다고. 그 동안 이 돈은 김윤옥 여사의 명품쇼핑에 사용됐을 것이라는 의혹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었다. 이 내용을 뒤집을만한 사용처를 제시하면 MB수사와 언론보도 전체의 신뢰성을 흔들 수 있다.
 
역시나 MB는 이 돈이 청와대와 국정원이 함께 추진한 모종의 대북 공작사업에 쓰였으며 구체적인 용처는 밝힐 수 없다고 밝혔다는 진술을 했다는 것이 확인됐다. 본인이 의도한 대로 진술을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인지 MB는 20여 시간 조사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기다리고 있던 측근들에게 어둡지 않은 표정으로 잘하고 왔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한다.
 
#MB는 둘 다 잃어버렸다
 
MB는 본인의 혐의를 벗어나기 위해 주변인 모두를 버렸다. 결과적으로 40년지기 친구를 포함해 많은 측근들을 MB본인을 배신해 범죄행위를 범한 사람들로 매도해 버린 셈이 됐다. MB는 이들을 모두 잃었다. 그럼에도 MB는 본인의 혐의를 모두 벗어나긴 어렵다. 수많은 물증에 검찰에 소환된 MB의 측근들이 모두 동일한 취지의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분노하고 있는 측근들의 추가 폭로까지 예상되는 상황이기에 오히려 더 불리한 상황에 처해질 가능성이 많다. 여론 또한 더욱 좋지 않아지고 있다. 차라리 1월 기자회견때 본인에게 책임을 물어달라는 말을 실천했다면 그나마 자기 사람들과 전직 대통령으로서의 작은 명예라도 지킬 수 있지 않았을까.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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