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햄버거. (사진=픽사베이)

[뉴시안=송범선 기자] 햄버거가 대중화되기 50년 전인 1800년대 후반부터, 뉴욕 월스트리트에서는 패스트푸드가 유행했다. 이는 주식 시장의 활황과 함께 증권인들이 바빴기 때문이다.

미국의 소설가 마크 트웨인은 세계 1차대전이 발발하기 전인 1914년까지를 도금시대라고 불렀다. 황금같은 시대라는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실로 엄청난 인구가 증권판에 뛰어들었고, 증권브로커들의 사무실은 군중으로 휩싸였다”며 “상점들이 초호황을 누리면서 다들 흥청망청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드디어 허영과 낭비의 시대가 왔다”고 언급했다.

마크 트웨인은 이 시기를 표면적으로는 번영을 구가하지만, 내부로는 ‘썩은 사회’라고 칭했다.

썩은 사회인만큼 증권브로커들도 많이 부패해 있었다.

1900년대 이전까지 대다수의 증권 중개인들은 주의회의 인가를 받은 기업들이 아니었다. 사무실도 없이 하는 이들이 다수를 이루었다.

이 중 바람처럼 나타나 연기처럼 사라지는 이들이 많아 사기를 당하는 투자자들이 계속 발생했다.

그럼에도 주식 거래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올라갔다. 미국 경기의 호황과 함께 주식은 날마다 성장했다.

그리고 이 허영과 낭비의 시대에 햄버거는 월가 인사들이 즐겨먹는 대표적인 상징적 음식이었던 것이다.

 

◆ 월스트리트에 등장한 패스트푸드

증권시장이 초호황을 구가하자, 증권 거래인들은 점심 밥 먹을 시간조차 부족해졌다.

이에 많은 노점상들과 함께 패스트푸드점이 등장했다.

밥먹을 시간이 부족한 증권 거래인들이 햄버거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일상적인 풍경이 되었다.

시간이 부족한 증권 거래인들이 햄버거로 점심을 간단히 때우는 모습은 월스트리트의 일상적 풍경이 되었다. (사진=서적 <월스트리트 제국>)

맥도날드가 일반인들의 대중적인 음식으로 자리잡은 1950년대의 50여 년 전인 1800년대 후반부터 월스트리트에서 햄버거는 인기였다.

당시 일반인들에게 패스트푸드점은 구멍가게 수준이었다. 이는 이후 미국인들의 일반적인 식습관으로 확장했고 대규모 패스트푸드 체인점으로 성장했다.

1954년 밀크 쉐이크 기계 판매원으로 근무하던 레이 크록은 우연히 캘리포니아의 맥도날드 형제가 운영하던 햄버거 가게에 방문했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에서 햄버거를 주문 했고 그들에게 감탄했다. 이에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에게 프랜차이즈 사업을 제안했고 맥도날드는 체인점화 되었다.

1955년에 크록은 일리노이주의 데스플레인스(Des Plaines)에 맥도날드의 첫 정식 프랜차이즈 매장을 오픈했다.

이 후 큰 성공을 거두어 불과 5년 만에 점포 수는 200개가 되었다.

맥도날드는 햄버거를 팔아서 버는 수익보다 부동산으로 거두는 수익이 많았다. 각 지역의 요충지에 자리잡아 강제로 점주들에게 임대료를 받으며 성장해 나갔던 것이다.

레이 크록은 맥도날드 형제에게서 ‘맥도날드’라는 상표를 빼앗았다는 질타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크록은 탁월한 영업력을 발휘하며, 맥도날드의 성장에 지대한 공헌을 한다.

계속 성장하던 맥도날드는 마침내 주식시장에 상장한다.

그리고 1960년대에 햄버거 산업은 주식시장에서 최고의 성장주로 자리 잡는다.

 

◆ 햄버거의 기원과 방향

이처럼 가장 미국적인 음식으로 꼽히는 햄버거는 사실 몽골에서부터 기원한다.

13세기 몽골제국의 칭기즈 칸은 전 세계를 정벌할 때 며칠씩 쉬지 않고 말을 달리면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찾게 되었다. 그리하여 몽골인들은 고기를 패티로 만들어 말과 안장 사이에 넣고 다니면서 말을 타는 동안 반복해서 먹었다.

이후 이 음식은 17세기 독일 최대의 항구도시 함부르크에 전해졌다. 질 낮은 고기를 갈아 향신료로 간을 한 후, 생으로 먹거나 익혀 먹어서 ‘함부르크 스테이크(Hamburg steak)’라 불렸다. 여기서 함부르크(Hamburg)란 용어가 미국식 발음으로 햄버거가 된 것이다. 이후 햄버거는 선원들을 통해 뉴욕에 전파되었다.

프랜차이즈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사진=송범선 기자)

소수만이 먹었던 햄버거는 가장 미국적인 음식이 되어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맥도날드, 버거킹, KFC, 쉑쉑버거, 인앤아웃 버거, 파파이스 등이 프랜차이즈로 전 세계에 자리 잡았다.

이들은 전 세계 주요도시 대로변에 위치해 최고의 상권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이 회사들의 주식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에 미국 햄버거 주식은 코카콜라·팹시콜라와 함께 식품주의 대장으로 자리잡았다.

사람들의 입맛은 잘 변하지 않고 이들의 브랜드 가치는 뛰어나다. 따라서 식품업계는 신규 도전자들이 맥도날드 등을 따라잡고 올라오기 힘든 구조다.

한국에서 롯데리아와 8ㆍ15콜라, 맥콜 등이 맥도날드와 버거킹, 코카콜라를 이길 수 없는 이유와 비슷하다.

최근 20년 된 신촌 맥도날드가 폐점하면서 맥도날드 위기론이 닥쳐왔다. 신촌점 외에도 서울대입구점, 사당점, 용인단대점, 부산서면점의 맥도날드가 올해 안으로 폐점할 예정이다.

맥도날드 측에서는 임대료 상승이 폐점의 주원인이라고 밝혔지만 다른 햄버거 체인점은 정상적으로 영업이 되고 있음을 비교해보면 한국에서 맥도날드의 입지가 점점 약해짐을 알 수 있다.

덜 익은 고기패티가 든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먹고 희귀병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ㆍ햄버거병)에 걸렸다는 어린 여자 아이 A양(4)의 사례에서부터 한국 맥도날드의 약세가 시작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맥도날드의 전 세계적 입지는 여전히 강하다.

각 나라의 물가지수를 살펴볼때 빅맥지수를 살펴보곤 한다. 다른 물건의 가격은 제품의 품질에 따라 다르지만 맥도날드의 빅맥은 세계 모든 나라에 동일한 품질을 제공하므로, 물가를 측정하는 척도가 되는 것이다.

이처럼 햄버거는 주식시장 뿐만 아니라, 전 세계를 장악하는 문화 현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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