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23일 새벽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뇌물수수ㆍ횡령ㆍ조세포탈 혐의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온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22일 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이로써,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ㆍ노태우ㆍ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대한민국 헌정사상 네번째로 부패혐의로 구속 수사를 받는 대통령의 불명예를 안게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대 다스(DAS)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의 영장심사를 진행한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부장판사는 전날 오후 11시6분쯤 검찰이 청구한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을 허가했다.

이후 검사와 검찰수사관은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자택으로 향해 구속영장을 집행했고, 이 전 대통령을 태운 검찰의 호송 차량은 경찰차 등의 호위를 받으며 23일 0시 20분께 송파구 문정동 서울동부구치소 안으로 들어갔다.

이 전 대통령은 이날 새벽 방 지정에 앞서 인적사항 확인과 간단한 신체검사를 받고 서울동부구치소에 미결수로 수감됐다.

박 부장판사는 전날 “범죄의 많은 부분에 대하여 소명이 있고, 피의자의 지위, 범죄의 중대성 및 이 사건 수사과정에 나타난 정황에 비추어 볼 때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으므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타당성)이 인정된다”고 영장 발부 배경을 설명했다.

검찰은 앞으로 최장 20일까지 이 전 대통령의 신병을 확보한 상태에서 각종 범죄 혐의를 보강 조사에 나설 계획이다.

또한 전직 대통령의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해 향후 박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구치소에서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인 점을 고려해 일반 독실보다 넓은 10㎡ 규모 독방에서 수감 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독방에는 접이식 매트리스, 책상 겸 밥상, 세면대, 변기, 보온시설 등이 구비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압송된 서울동부구치소에는 국정농단 비선실세 주범인 최순실씨와 박근혜 정권의 실세였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구속 수감돼 한솥밥을 먹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편, 자유한국당은 전날 전 이명박 대통령에 구속영장이 발부된 것에 대해 “참담하다”는 심경을 밝혔다.

장제원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이 전 대통령을 타깃으로 수사를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예견된 수순이었지만 무척 잔인하다”면서 “이 전 대통령을 끝으로 다시는 정치보복이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고 정부, 여당을 비판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이 전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법원의 결정을 국민의 뜻으로 깊이 존중한다”면서 “민주당은 적폐청산이라는 국민들의 준엄한 명령을 흔들림 없이 잘 받들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바른미래당은 “MB 구속은 사법원칙에 따른 마땅한 결과”라면서 “이 전 대통령은 삼성의 다스 소송비용 대납, 다스를 통한 35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등 각종 횡령, 배임 등 온갖 범죄 의혹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치소 내 첫 아침식사는 모닝 빵, 두유, 양배추 샐러드로 전해지고 있다.

이날 새벽 이명박 전 대통령 압송차량이 도착했던 서울동부구치소 앞에는 일반 시민 100여명이 모여 있었지만 이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시민은 호소차량에 계란을 던지기도 했으며, 폭죽을 터뜨렸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전날 영장발부 50여분만에 구인된 이 전 대통령은 자택 앞에서 호송 차량에 오르기 전 따로 공식적인 ‘골목 성명’을 발표하지는 않았다.

자택 앞에서 한 시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구속을 촉구하며 “명박아”라고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이 전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를 앞두고 자택 앞에는 취재진 수십명이 대기했고, 방송사 중계차 등도 현장 방송을 준비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구속영장이 발부가 결정되자 해외 외신들도 이를 긴급 타전했다.

아사히신문은 국제면에서 “한국에서는 지난해 탄핵ㆍ파면된 박 전 대통령이 구속돼 1년 사이에 전직 대통령 2명이 구속되는 사태가 됐다”고 전했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은 ‘톱(리더) 4명째 보복과 비극의 연쇄’라는 제하의 1면 기사를 통해 “전직 대통령이 비극적 말로를 따르는 한국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국제면에서 “한국 정계의 보수와 혁신의 대립 심화가 우려된다”면서 비평했고, 도쿄신문은 “제왕적 대통령제라고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권력을 쥔 한국의 대통령은 그간 가족들과 함께 처벌을 받아왔다”고 일침을 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또 한명의 대통령이 구속됐다’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수십년 동안 한국사회를 악순환과 혼란에 빠뜨린 정경유착 등 적폐청산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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