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24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철회, 1차 범시도민대회'를 열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해외매각 반대를 고수하고 있는 금호타이어 노조가 국내 대기업이 인수합병(M&A) 의사를 최근 밝혔다고 발언해 그 파장이 주목된다.

24일 2차 총파업에 돌입한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거리에서 ‘금호타이어 해외매각 반대’ 대회를 갖고 이같이 밝혔다.

이날 해외매각 철회 집회에는 노조원, 시민ㆍ연대단체 회원 등 주최 측 추산 7000여명이 참석해 동구 금남로-한미쇼핑-대인광장-금남로 코스로 약 3km를 행진하기도 했다.

이날 반대 대회에서 정송강 금호타이어 노조 곡성지회장은 “국내 건실한 기업이 산업은행이 진행 중인 매각조건과 동일하게 금호타이어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면서 “지역 유력 정치인이 확인해준 내용”이라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이날 오전 6시30분부터 오는 25일 6시30분까지 2차 총파업에 돌입했으며, 광주와 전남 곡성공장 조합원, 금속노조 소속 비정규직지회 도급사 생산직을 포함해 3500여명이 쟁의에 나설 것이라고 발표했다.

금호타이어가 노사자구안 제출을 6일 앞둔 가운데 채권단과 인수우선협상자인 더블스타 측이 노조 설득에 나섰지만 노조와의 면담이 무산되는 등 양측 간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더블스타 차이융썬(柴永森) 회장은 23일 노조 측과 면담을 위해 광주공장에 방문했지만 생산직 노조와의 면담은 성사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다.

생산직 노조 측이 향후 10년 고용보장을 약속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더블스타 측을 압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22일 내놓은 보도자료에서 “국내법인 향후 10년간 고용보장을 담보할 답변을 해주고 객관적인 자료를 달라”면서 “요청한 자료가 도착하는 즉시 검토를 거쳐, 적절한 시기에 더블스타 회장과 산업은행 회장 면담을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기존 3년 고용보장이 아닌 10년으로 늘리는 제안을 받아주지 않으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면서 더블스타 측과 채권단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유상증자를 통해 금호타이어 지분 45%를 매입, 최대주주가 되겠다는 인수안을 제시한 더블스타는 근로자들의 고용보장과 관련해 3년을 채권단과 협의한 바 있다.

벼랑 끝에 몰린 노조 측은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고, 더블스타에 매각하는 것은 중국 자본에 국내 자동차업계 기술과 자본, 설비 등을 유출할 것이라면서, 차라리 법정관리가 나을 수 있다는 강경 입장을 내놨다.

노조 측은 22일 “사측과 채권단은 ‘더블스타의 매각은 대주주 변동에 불과해 단체협약 및 고용이 법률상 보장된다’는 형식 논리로만 설명하지만 국내 공장 축소, 폐쇄 등의 경영정책이 실현될 경우 국내 고용보장은 사실상 무의미해진다”면서 “10년 간 경영계획과 함께 고용을 보장할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블스타의 차이융썬 회장은 21일 채권단 관계자와 면담 후 영등포구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려는 목적은 금호타이어를 소유하거나 기술을 가져가는 게 아니라 파트너가 되려는 것”이라면서 “지리자동차가 볼보차를 인수한 사례처럼 금호타이어의 독립경영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차이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노조와 직원과 체결한 합의는 모두 존중할 것”이라면서 국내 시장 기반 독립경영을 보장할 것이라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차이융썬 회장은 3년 고용보장안에 대해 “이는 국제관례와 산업은행과의 협의에 따라 정한 것”이라면서 “3년 뒤에 금호타이어를 다른 데로 옮기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고 설명했다.

차이 회장은 “경영정상화를 위해서라면 노조와 어떤 방식이든, 어떤 시간이든, 어떤 장소이든 소통을 희망한다”면서 “더블스타의 이념과 철학은 직원이 우선이어서 근로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금호타이어 노조와 이해 상충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회견에 차이 회장과 동석한 이대현 산업은행 수석부행장은 "더블스타가 투자할 6,500억원을 회수하려면 적어도 15년에서 그 이상 걸릴 것"이라면서 노조가 제기한 ‘먹튀’ 논란을 반박했다.

최근 진행된 금호타이어 실사에서 이 기업의 존속가치는 4,500억원 수준으로 청산가치인 1조원을 두 배 가량 밑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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