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열의 법과 정치] 전직 아나운서를 왜 들개로 만들까?
[양지열의 법과 정치] 전직 아나운서를 왜 들개로 만들까?
  • 양지열 변호사
  • 승인 2018.03.26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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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스웨덴 영화 “개같은 내 인생”은 성장기를 소재로 한 코믹 드라마이다. 열두살 소년 잉마르는 시골마을에서 날마다 처럼 이런저런 사고를 치며 사랑과 우정을 배운다. “길버트 그레이프“로 유명세를 얻은 라세 할스트룸 감독의 1985년 작품이다. 

그런데 하필 왜 개같다고 제목을 붙였을까? 우리에게는 아무래도 욕하는 말로 들린다. 아니면 뭔가 궁색맞고 초라한 꼴이 떠오르기도 한다. 하지만 서구에서는 그런 뜻이 아니란다. 착해 빠진 혹은 순수한 심성을 가리키는 쪽에 가깝다. 주인을 바라보는 반려견의 눈빛을 접해 봤다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 자유한국당의 개 사랑
 
자유한국당이 난데없이 여기저기 개를 끌어다 쓰고 있다. 화제를 모으며 입당한 전직 MBC 아나운서 배현진씨를 두고 들개가 등장했다. 지난 22일 김성태 원내대표가 취임 100일 기자 간담회에서 한 말인데, 옮기자면 이렇다.
 
“화려한 조명 밑의 아나운서가 아니다. 제가 들개 조련사로서 배현진을 조련시켜 반드시 6.13. 지방선거에서 꼭 당선시키겠습니다.“
 
어떤 얘기인지 짐작은 간다. 우아하게 앉아 뉴스를 전달하던 앵커로서의 모습을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리라. 정권을 잃고 “야성”으로 싸워야 하는 자유한국당의 현재 상황을 담은 듯도 싶다. 하지만 “조련”이란, 뭔가 야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을 길들여 순하게 만든다는 뜻 아니던가? 전직 아나운서를 들개로 만들겠다는 건 거꾸로 아닌가 싶어서이다.
 
김성태 대표가 같은 날 조련하겠다고 밝힌 대상은 또 있다. 중요 프로젝트라며 “우리 준표가 달라졌어요”를 소개했다. 여야 누구를 막론하고, 같은 당 사람들을 향해서조차 거친 말을 삼가지 않는 홍준표 대표를 바꾸겠다는 선언이었다.
 
비슷한 제목의 TV 프로그램에서 따 온 것일텐데 아무래도 거칠게 느껴진다. 말 안 듣는 아이 혹은 애완동물을 길들이는 프로그램 제목들 아니었나. 당 대표를 “조련”하겠다는 것이다. 유머 치고는 입맛이 쓰다.

이유는 알 만 하다. “우파 스트롱맨”을 자처하며 강한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강경 보수층을 모으리라 생각했지만 자유한국당 지지율은 10%대에 머물러 왔다. 지방선거에서는 “부드러운 홍준표”를 간판으로 내세워 보겠다는 것이다. 배현진은 강한 들개로, 홍 대표는 충실한 반려견으로 바꾸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될까?
 
# 사냥개, 미친개


 자유한국당의 입에서는 다른 이유로도 개가 쏟아져 나왔다. 수석 대변인 장제원 의원이 경찰을 가리켜 광견병에 걸린 사냥개라며,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라며 맹비난을 쏟아낸 것이다. 자유한국당 소속인 울산시장 주변 비위 의혹을 수사한다는 이유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경찰은 크게 화가 났다. “돼지 눈에는 이 세상이 돼지로, 부처님 눈에는 부처님으로 보인다”는 문구를 든 인증샷 올리기 릴레이가 시작됐다. 무학대사의 말을 빌어 점잖게 들리지만, 자유한국당이 “미친개” 아니냐고 맞받아 친 것이다.
 
홍준표 대표가 거들고 나섰다. 경찰 전체를 지적한 게 아니라 울산경찰청장 등 일부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면서 다시 개를 꺼냈다. “사냥개를 피하려다가 미친 개를 만난다”고 말이다.
 
검찰이 독점하고 있는 수사권을 경찰과 나누려 했는데 그러면 안되겠다고도 했다.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수사권 조정이건만 개에게 먹잇감 던져 주려다 만 것처럼 된 셈이다. 문제가 된 울산경찰청은 황운하 청장이 맡고 있다. 황 청장은 경찰대학을 1기로 졸업했고, 지난해 7월 치안감에 오른 인물이다. 경찰 수사권 독립을 강력하게 주장해 왔으며, 경찰 내부의 신망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 들개일까 반려견일까


 배현진, 홍준표에 대한 입장과 경찰에 대한 반발을 보면 언뜻 혼란스럽다. 들개처럼 야성을 가지고 싸우겠다는 것인지, 반려견으로 국민의 품에 안기겠다는 것인지. 공통점이 있다.

MBC 메인뉴스 앵커로 7년이라는 최장수 기록을 가진 배현진은 언론탄압을 주장하고 있다. 7년 동안 외압은 없었고 자유롭고 독립적인 환경에서 뉴스를 진행해 왔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면서 갑작스레 자리를 빼앗기고 “조명창고”로 쫓겨났다는 것이다. 이념을 내세워 방송마저 장악한 정권과 싸우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노라고 한다.
 
울산 시장 주변 수사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이유도 있다. 황 청장이 수사를 시작하기 전에 송철호 변호사를 만났다는 것이다. 송 변호사는 여권의 차기 시장 후보이자 조국 민정수석과도 가까운 사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은 송 변호사를 도와주기 위해 경찰이 기획수사를 벌인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두 경우 모두 정권을 빼앗기고, 편향된 정권에 탄압받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갈 곳을 잃고 떠도는 들개인 것도 맞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하는 상황을 국민이 알아주고, 안아주면, 반려견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6.13. 지방선거를 맞는 자유한국당은 그래서 때로는 “들개” 배현진으로, 때로는 달라진 홍준표로 국민 앞에 설 것으로 보인다. 물론 어떤 것이 진실일지를 판단하는 것은 국민 몫이다.
 
그러고보니 올해가 무술년 개의 해이다. 우연이겠지만 국내에 1987년 개봉했던 영화 “개같은 내인생”을 올해 4.19.에 재개봉한다고 한다. “개같은”이라는 말은 앞으로도 여러가지로 쓰이겠지만, 정치권이라면 부디 주인인 국민에게 충성을 다한다는 뜻으로 기억하기 바란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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