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2018년 3월 23일 새벽 MB는 가족들과 측근들을 뒤로하고 서울 동부구치소로 향했다. 영장실질심사에 불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서류로만 심사가 진행된터라 MB 역시 이미 구속을 예감하고 있었다.

구속되기 하루 전 새벽 MB는 친필 입장문을 통해 구속의 소회를 미리 정리해 놨다. 대통령으로 재직할 당시 최선을 다했다는 말과 함께  "바라건대 언젠간 나의 참모습을 되찾고 할말을 할 수 있으리라"라는 내용이었다.

쉽게 풀어보면 "나는 다소 미흡했지만 임기를 잘 마친 대통령이다. 구속되야 할 상황이 아님에도 정치적 탄압을 받는 것이다. 검찰의 수사는 부당하다" 정도가 아닐까.
 
#MB측이 검찰을 바라보는 시선
 
MB의 구속영장 청구 여부가 결정된 3월 19일 MB 비서실의 입장문을 살펴보면 MB측이 검찰의 수사를 바라보는 관점과 향후의 대응방안을 짐작할 수 있다.  입장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정치검찰이 이명박 죽이기를 위해 혐의를 덧씌웠으니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다. 즉, 검찰은 "허구의 사실"로  누명을 씌운 정권의 하수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검찰을 정치보복의 선봉대로 규정을 했으니 MB가 향후 검찰의 수사에 대응할 방향은 명확할 수 밖에 없다. 검찰을 사실상 수사권의 주체가 아닌 없는 누명을 씌우는 부당한 존재로 규정했으니 MB의 입장에선 기소가 되어 법원으로 가기 전까지 "부당한 수사"에는 전혀 응하지 않는 것이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결국 MB의 검찰 수사에 대한 대응 방안은 향후 모든 수사에 대한 비협조와 무대응일 수 밖에 없다.
 

그 첫번째 신호탄이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는 것이었다. MB는 불출석 하지만 변호사는 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영장실질심사 자체를 포기하면 검찰이 제기하는 모든 혐의를 인정하는 것으로 국민들이 "오인"할 수 있으니 변호사는 출석해 구속이 부당하다는 점을 밝히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구속 전 "피의자"를 심문하는 절차인 영장실질심사에 피의자가 불출석하는 것 자체가 그릇된 선례가 될 수 있어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구속의 부당성을 호소하고 정치탄압의 희생양임을 강조하려던 첫번째 전략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인정되지 않는 특혜를 요구한 것과 같은 상황이 되어 오히려 역효과만 낳은 꼴이 됐다.
 
구속기간은 최대 20일이다. 작년에 구속된 박근혜 피고인의 전례를 본다면 검찰은 MB를 검찰청으로 소환하지 않고 구치소로 방문하여 조사를 할 가능성이 크다. 검찰이 확보한 물증과 측근들의 진술 등에 대해 하나하나 확인해 MB의 진술을 정리해야 한다.

김백준 총무기획관을 포함한 많은 MB의 측근들은 MB측의 주장과 전혀 다른 진술을 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대질신문도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뜻을 이루기 쉽지 않을 것이다. 영장실질심사까지 사실상 거부한 MB가 구속 이후 검찰의 조사에 응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결국 MB의 진술이나 측근들과의 대질신문 없이 검찰은 그동안 확보한 증거만으로 기소를 해야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MB측은 영장실질심사 때의 대응과 마찬가지로 약간의 여지를 뒀다. 구속영장에 기재된 범죄사실 외의 추가 혐의에 관해서는 조사에 응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소한 어떤 범죄로 기소되는지는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이런 조사 대응 방안이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전직 대통령이라는 지위를 이용한 갑질로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영장실질심사에 변호사만 출석하려고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MB측의 재판 대응방안

구속 기간이 최대 20일임을 감안하면 검찰은 4월 10일 이내  MB를 기소하게 된다. 일각에서 MB가 재판을 정치 투쟁의 장으로 활용해 재판을 보이콧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MB측의 검찰 수사에 대응하는 방법을 보면 본인의 혐의 확인과 변호인의 조력에 대해선 적극적이다. MB측은 검찰의 손에 쥐어져 있는게 무엇인지 모르는 지금 상황보다는 수사기록 일체를 넘겨 받을 수 있는 기소 이후 시점부터 제대로 된 대응을 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재판에는 적극적으로 임하더라도 검찰과의 기싸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피고인의 경우 1주일 4회 재판에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재판을 보이콧했다. MB측은 미리 1주일에 2회 재판으로 진행할 것을 요구하고 재판도중 6개월이 경과해 추가 구속영장이 발부될 경우 재판을 거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구속영장 기재 범죄사실의 내용과 지금까지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측근들의 진술도 모두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라면 증인으로 나와야 할 사람도 수백명에 이를 가능성이 많다. 그렇다면 MB측의 요구대로 재판이 진행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MB측은 여론을 이끌어 6개월 후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그런데 이 역시 MB의 뜻대로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MB에게 구속영장이 집행될 당시 MB 사저 주변엔 측근들을 제외하고 지지자들이 보이지 않았다. 그만큼 MB는 이미 국민들의 신뢰를 잃었다.
 
#참회하고 속죄하는 모습이 국민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법
 
언론 보도 등을 통해 국민들이 접하게 된 MB의 혐의들은 충격적이다. 삼성의 다스 소송비 대납이나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으로부터 받은 매관매직의 댓가로 받은 22억5천만원 등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대통령직을 이용한 정황 등은 국민들에게 엄청난 상실감을 줬다.

물론 MB입장에서 억울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모든 혐의를 측근들에게 떠넘기고 난 잘못없다는 태도가 국민들을 더 분노케 한다. 지금과 같은 정치탄압의 희생양 코스프레로는 국민들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

처음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을 밝혔을 때처럼 "모든 책임은 측근들이 아닌 나에게 있다"며 국민들에게 사죄했다면 국민들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돌렸을 것이다.

이제라도 수사를 피하고 재판을 무력화시키려는 마음보다는 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성실히 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대통령으로 재직할 때 그렇게 강조하던 "법치주의"를 조금이나마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들에게 사죄하는 첫걸음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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