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열의 법과 정치] 박근혜는 암탉이 아니었다
[양지열의 법과 정치] 박근혜는 암탉이 아니었다
  • 양지열 변호사
  • 승인 2018.04.02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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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빌 게이츠는 아프리카의 빈곤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치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암탉을 나눠 주겠다는 것이다. 키우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 안 되지만 의외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꾸준히 낳는 달걀로 영양섭취를 해 사람의 생산성을 높일 수도 있다. 부수적으로 가정 경제의 주도권을 여성이 쥐면서 양성평등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결코 우습게 볼 닭이 아닌 것이다.
 
# 7시간이나 4시간이나
 
새벽을 깨우는 동물로서 닭은 우리네 풍습에도 상서롭게 여겨졌다. 씨암탉은 막내사위처럼 귀한 손님에게 잡아 대접하던 것이다. 그런 닭이건만 엉뚱한 사람 이름에 붙어 수치스러운 별호로 불리고 있다.
 
지난 28일 검찰은 세월호 침몰 당일 박근혜의 행적을 4년만에 밝혔다. 새벽을 깨우기는 커녕 국가안보실장의 비상 전화조차 받지 않았다. “문고리“라는 비서관이 쫓아가서도 문을 열지 못했다. 침실 밖에서 수차례 불러 깨웠을 때가 오전 10시 20분 전후였다. 배가 180도 기울던 10시 17분 마저 지난 시각이었다.
 
2016년 4월 16일 광화문에 해가 떴던 시각은 오전 5시56분이었다. 해가 중천에 뜨고 4시간이 지났을 때였다. 놀라운 것은 그러고도 다시 침실에 들어갔다는 것이었다. 4시간이 더 지난 오후 2시 무렵 부터 최순실 무리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언론은 이전엔 7시간을 의혹으로 불렀다. 이젠 4시간이라고도 한다. 그럴 필요조차 없어 보인다. 대통령으로서의 책무를 다했느냐를 따지기 위해,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할지 살펴 본다.
 


우리 법원은 공무원으로서 구체적으로 특정한 일을 해야 할 사람이, 그러한 사실을 잘 알면서도 의무를 다하지 않았을 때 직무유기라고 한다. 누구처럼 뭘 해야 할지도 모른채, 그냥 게을러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면, 범죄로 조차 보지 않는 것이다. 아이러니로 느껴질 수 있지만 처벌할 가치를 못 찾는 것이다.
 
# 새빨간 거짓말들
 
물론 청와대가 아무 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책임론이 불거지자 자연재해의 컨트롤 타워는 청와대가 아니라고 발을 뺐다. 빨간펜으로 줄을 그어 서류를 조작하는 일도 빠뜨리지 않았다.
 
윤전추 전 행정관은 관저에 있는 집무실로 자신이 직접 보고 서류를 전달했다면서 헌법재판소에서 거짓으로 증언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눈을 뜨면 출근이고, 머무는 곳이 집무실이라는, 창조적인 발상을 선보였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국민을 향해 “이것이 진실“이라며 당일 행적에 대한 시간표를 올렸다. 탄핵을 당해 직무 정지 중이던 2017년 1월 기자간담회에는 본인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하루 종일 11차례 가량 보고를 받았고 필요한 서류를 결재했다고 했다. 모두 다 거짓말이었다.
 
그들은 도대체 무엇을 위해 최고 권력을 차지했던 것일까? 그리고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것일까? 무엇을 지키기 위해 그토록 치열하게 거짓말을 했을까?
 
염불보다 젯밥이라고 하지 않던가. 원래 해야할 일보다 빙자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에 눈이 멀어 있었던 것이다. 세월호 침몰 보고를 받고도 4시간을 기다려 만났던 최순실이 그 화신인 셈이다.
 
뭘 하자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던 창조경제, 저개발 국가에게 성장의 비결을 전달하겠다는 새마을 운동 사업, 천만다행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던 평창 올림픽 마저 원래는 최순실의 사업장이지 않았던가.
 

“회장님”들이 모인 전경련은 7백억원이 넘는 돈을 모았고, 재계 1위라는 삼성은 경영권 승계를 위해 말값을 대주질 않았나, 유통 공룡 롯데도 뇌물을 주고 면세점 특허를 받아냈다는 것이 최씨에 대한 1심 재판의 결과였다. 그 죄는 고스란히 박근혜와 함께였다.
 
 # 대한민국이라는 제사상
 
국제투명성기구가 공개한 지난해 대한민국의 부패인식지수는 54점, 국가순위는 51위였다. 그나마 전년도인 2016년에 비해 조금씩 올라간 것이다. 하지만 2008년 40위였던 것에 비교하면 지난 10년 동안 대한민국은 부정부패로 썩어갔던 셈이다.
 
그 결과는 어떨까? 올해 대한민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돌파가 확실시 된다. 하지만 삶의 질이 그 만큼 된다고 여기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특권과 특혜로 부는 집중됐다. “낙수효과”라며 하늘에서 물 떨어지길 기다리다 목만 아프게 타올랐다.
 
최근 개헌과 관련해 논란을 일으켰던 토지공영제와 관련해 단적인 예를 찾아 보자. 사실 논란이 된 이유를 잘 모르겠다. 전체 인구의 불과 1% 만이 개인용 토지의 55%가 넘는 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대부분 국민이 한 조각도 가지지 못했는데 다툴 이유도 사람도 별로 없어야 하지 않을까? 정운찬 전 총리는 국유지가 이렇게 없는 나라도 드물다고 지적했다. 국가를 수익사업으로 운영했던 권력자들이 나라 땅마저 마구 팔아버린 탓이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비약적으로 성장한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 성장이 일부를 위한 것으로, 부패로 썩어 가는 것은 막아야 한다. 성장을 멈추고 죽어 버린 나라, 부정한 자들을 위한 거대한 제삿상으로 바뀔 수 있다.
 
6일 박근혜에 대한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결코 암탉이 아니었다. 그에 대한 단죄로 끝일 수 없다. 국민들에게 싱싱한 달걀을 나눠주는 진짜 암탉을 잘 골라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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