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도양 기자]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한자리에 모여 하도급 협력기업과의 상생 방안을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에 대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6일 "상생 협력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에 단순히 혜택을 주는 시혜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대기업 스스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문제"라고 역설했다. 

6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 방안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삼성전자, 현대기아차, LG디스플레이, 포스코, SK하이닉스, 네이버 등 9개 대기업과 만도, 대덕전자 등 2개 1차 협력사가 참석해 상생 방안을 논의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경제에 존재하는 양극화는 분배의 형평성 측면에서 문제가 될 뿐만 아니라 분배 이전에 우리 경제의 성장 자체를 제약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면서 "우리 경제가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양극화부터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양극화 해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 주체들이 상생의 자세를 갖는 것"이고 "얼마 전 발표된 헌법 개정안에 '상생'이 규정된 것은 우리 경제의 양극화 현실을 감안한 당연한 귀결"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해외 기업의 성공·실패 사례를 들어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도요타는 경제 불황이 닥치자 경영 합리화를 이유로 부품단가를 낮췄다. 이는 부품의 품질 저하로 이어졌고 2010년 대량 리콜 사태를 겪는 등 위기를 겪었다.

반면 핀란드의 코네 엘리베이터는 250여 개 부품 협력 업체와 장기적인 거래 관계를 유지하며 원자재 가격 상승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공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했다.

그 결과 협력업체들은 지속적으로 기술 혁신을 할 수 있었고 코네 엘리베이터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김 위원장은 "상생 협력을 통한 성과 공유 강화는 단기적으로는 최저임금 등 비용 상승에 따른 중소 협력 업체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는 중소 업체들의 기술력을 높이고 그러한 중소 업체의 뒷받침 속에서 대기업들도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보다 낮은 원가로 생산하는 '혁신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행사에 참석한 대·중견기업 150개 사 중 11개 사는 현재 추진 중인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2차 이하 협력사의 거래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자금을 지원해주는 방안, 1조 원 규모의 상생 펀드를 조성하여 협력사에 자금 저리 대출을 지원해주는 방안을 추진했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협력사 부담 완화를 위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700억 원 규모의 하도급 대금을 증액했다고 밝혔다.

또한 협력사들의 기술 개발을 지원해주기 위해 400억 원 규모의 기금을 출연하고 삼성전자의 특허 활용을 지원하는 등의 방안도 제시했다.

현대·기아차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한 중소 협력사의 인건비 부담 완화와 2·3차 협력사의 경영 안정을 위해 기금을 신규로 조성하고 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하거나 저리로 대출해주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2·차 협력사 전용 채용 박람회 개최와 함께 2·3차 협력사 대상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 운영 등 상생의 효과가 2차 이하 협력사에게 확산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LG그룹은 기존에 1차 협력사에 대한 무이자 대출 지원을 위해 조성한 기금 규모를 확대하고 지원 대상도 2 · 3차 협력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한 보유 특허 등을 협력사에게 제공하거나 협력사에 대해 부당한 기술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도록 시스템을 개발·활용하는 방안 등 협력사와의 다양한 기술 협력 방안도 내놓았다.

사내 협력사도 자사 임직원과 동일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협력사 근로자에 대한 복리 후생 지원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번에 제시된 상생 방안은 대부분 그 수혜자가 1차 협력사로 한정될 수 있는데 앞으로는 2차 이하 협력사의 경영 여건 개선에 필요한 방안들이 보다 많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논평했다.

또한 "대기업의 1차 협력사이자 대 · 중소기업 간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중견기업들도 보다 적극적으로 공정거래 협약에 참여해 달라"며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에 필요한 방안들에 대해서도 대기업들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공정위는 4월 중 공정거래 협약 제도 평가 기준 등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차 이하 협력기업에 상생협력 효과가 확산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주요 내용은 △1·2차 협력사 간 대금 지급 조건 개선 정도에 대한 배점 상승 △1·2차 협력사 간 표준하도급계약서 사용 정도를 협약 이행 평가 요소 추가 등이다.

또한 중견 기업들도 협약에 보다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현재 단일 기준으로 운용되고 있는 중견 기업용 협약 평가 기준을 3원화할 방침이다.

공정위는 "성과 공유의 효과가 협력사라는 ‘회사’ 차원에만 한정되지 않고 협력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 조건 개선으로까지 이어지도록 협약 평가 기준에 관련 내용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차 이하 협력사의 경영 여건과 소속 근로자의 근로 조건이 개선되도록 대기업들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독려하는 행위가 하도급법에서 금지하는 부당 경영 간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을 관련 지침에 명확히 규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공정위는 관련 법 위반 행위를 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법 집행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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