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7년 11월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미중 기업인 행사에 시진핑 국가주석과 함께 참석해 서로 다른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주요 2개국(G2)의 무역문제로 정면충돌 직전이다. 미국과 중국의 보복관세를 둘러싼 무역분쟁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이어 농.축산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2일(현지시간) 500억달러(약 54조원) 규모 중국산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고율의 관세부과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러스트벨트의 철강노동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기도 했다. 미국의 관세부과가 철강.알루미늄제품을 포함한 중간제품에 이어 의료기기, 통신장비, 화학제품 등 완제품을 포함한 1300여개 품목으로 확대되자 중국 정부도 발끈하며 반격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대두, 돼지고기, 과일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면서 미국의 전통적 공화당 기반인 팜벨트를 집중 타격하고 있다.

지난 2일 중국 재정부는 국무원 비준을 거쳐 돈육과 재활용 알루미늄 등 8개품목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신선과일, 건조과일, 견과류, 와인 등 120여개 품목에 15%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발효했다.

4일 국무원 관세세칙위원회는 관세부과 품목에 대두, 자동차, 화공품, 항공기 등 14개 항목을 추가했다.

미 대두 수출의 주력시장인 중국이 보복적 관세를 부과하자 미국의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화당 텃밭인 농업지역 표심에도 파장이 미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즈(FT)는 중국은 연간 수출되는 미국산 대두 220억달러(23조 5,000억원) 어치의 56%를 수입하고 있다면서, 미국산 대두 수입량이 20년전 연간 50만t에서 지난해 9,600만t으로 급증했다고 전했다.

홍콩사우스차이나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중국에 140억달러(약 15조원)의 대두를 수출한 것으로 추정됐고, 이는 미국 전체 대중 수출액의 9.2%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이 미국이 생산하는 전체 대두의 3분 1을 사들이고 있는 것이다. 대두가 대미 무역전쟁의 최대 무기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대두를 재배하는 농가들이 수입감소에 직면하면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정부 지지층의 결집에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미국 국익 우선주의를 추구했던 트럼프 정부가 지난 2년여간의 무역성과로 러스트벨트 노동자 이익보호를 내세우면서, 선거기간동안 공화 지역에서 농민들에 대한 지원 및 정부보상 등의 공약을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표밭인 쇠퇴한 중공업 지역과 농업지역에서 또한번 대대적인 지원 약속과 함께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명분으로 내걸면서 지지자들을 결집해나가는 전략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는 5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낸다면 전 세계적으로 외교적 역량을 과시하면서 중간선거에서 미국이 여전히 세계 경찰국가임을 알리고 주요 2개국으로써 미국 우선주의와 아시아-태평양 패권 등을 위해 국내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지속해나가고 있음을 과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파이낸셜타임즈는 중국 정부가 미국산 대두에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지만, 이 카드가 현실화될 경우 중국 측 피해가 상당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으로 수입된 대두는 대부분 가축사료나 식용유 등으로 쓰이는 데 시장에서 대두 가격이 오르면서, 대두를 사료로 사용했던 돈육 농가에 비상이 걸릴 수 있다. 미국산 대두 관세부과는 돼지고기 생산원가 인플레이션의 단초가 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중국에서 육류 소비가 늘어나면서 대두 생산이 소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 대두 생산량은 전 세계 전체의 4% 정도지만 중국 내에서는 불과 6주면 모두 소비될 정도로 대두소비의 블랙홀 시장이다.

중국은 전체 대두 소비량의 9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중 30%가 미국산이다. 전 세계 대두 생산의 90%는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가 차지하고 있는데 중국은 미국과 브라질에서 대부분 수입량을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의 브라질 대두 수입 의존도가 높아진다면 원가상승으로 인해 중국 내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고조될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즈는 분석했다.

블룸버그통신도 인플레이션이 잠재적인 정치불안 요인이 될 수 있으면, 그 예로 연쇄적인 물가 상승은 1980년대 후반 텐안먼(天安文) 사태로 가는 길에 대중의 불만을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는 미 정부가 국내산 철강제품을 관세부과국에서 제외해 안도했지만, 미중 간 보복관세 맞불 양상이 본격화되자 국내 타격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KDI의 한 관계자는 "대두의 경우 미 생산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밭이다. 지금 상황에서 (미중 무역분쟁이)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적으로, 구체적으로 추정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향후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지금 상황에 끝난다면 그 영향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언제부터 관세가 부과될지는 아직 미정인 상황이다. (양국의 관세부과가)발효가 되고, 실제 부과가 된다면 우리나라에도 악영향이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미중수출이 주는냐, 혹은 대중수출이 주는냐다. 우리나라로서는 미국수출보다는 대중수출이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대중수출이 주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면 중국이 다시 제조품을 다시 미국에 수출하는데 미국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하니 우리나라도 그 경로에서 피해가 큰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산업이 가장 피해가 클 수 있다. 지금 상황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타개해나가는 게 중요할 것 같다. 중국과 미국과 싸우다보면 오히려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뿐 아니라 제 3제 시장으로 수출 다변화를 할 필요가 있고, 기회를 포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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