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 상반기 안에 만나 정삼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왼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올 상반기 안에 만나 정삼회담을 가질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뉴시안=한기홍 기자)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급해졌다. 북핵 문제 해결의 분위기가 무르익는 가운데 일본의 외교적 소외가 그를 압박하고 있다. 소위 '재팬 패싱'이다. 국내 정치적 스캔들에 휘말려 그의 지지율은 30%대로 급락했다. 자민당 전당대회가 열리는 9월까지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지만 그 이후 아베의 운명은 불확실하다.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를 지향하는 개헌, 그리고 장기집권 전망도 이젠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북일정상회담이 6월 중 열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아베가 처한 이런 위기 때문에 오히려 설득력을 얻고 있다.   
3월 16일 오후 45분간 이뤄진 문재인-아베 한일 정상 간 전화통화 당시로 돌아가보자. 아베 총리는 이날 문 대통령에게 '고이즈미 평양선언'을 언급했다. 평양선언은 지난 2002년 9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가 방북해 발표한 것으로, 북일관계의 포괄적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베 총리가 북일 수교를 염두에 뒀던 '평양선언'을 다시 거론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재팬 패싱'을 극복해보자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왕이면 일본인 납치자 문제에 대한 외교적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보자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 비핵화에 숫가락을 얹고, 납치자 문제를 타결해 국내 정치적 위기를 일거에 탈출할 모멘텀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김정은 위원장이 아베의 이런 조급증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양국 외교전의 향후 관전 포인트로 떠올랐다. 
2002년 북일 정상이 두 차례 정상회담 끝에 선언한 평양선언은 "일본측은 과거 식민지 지배로 인하여 조선 인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준 역사적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며 통절한 반성과 마음속으로부터의 사죄의 뜻을 표명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이에 이어 "쌍방은 일본측이 조선측에 대하여 국교정상화 후 쌍방이 적절하다고 간주하는 기간에 걸쳐 무상자금 협력, 저이자 장기차관 제공 및 국제기구를 통한 인도주의적 지원 등의 경제협력을 실시하며 국교정상화 회담에서 경제협력의 구체적인 규모와 내용을 성실히 협의하기로 하였다"고 명시했다.
 우리나라는 1965년 한일국교 정상화 과정에서 경제협력기금 형태로 무상 3억 달러, 유상 2억 달러를 지급받았다. 일본의 대북한 배상금 규모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난무했지만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다. 다만 지난 2012년에는 평양선언 당시 북일간 114억 달러 밀약 가능성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그같은 추정의 소스가 어디인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보다 앞서 통일전선부 출신 장철현씨는 2008년 "북한이 일본이 납치를 인정하면 일본이 100억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북한은 일본과 수교를 통해 국제사회에 편입되고 배상금을 받아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북일간 국교정상화 과정의 배상금 규모는 적게는 100억~200억 달러, 많게는 30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 정도 금액이 북한 경제 현대화의 종자돈이 될 수 있느냐는 회의론도 물론 존재한다. 일본보다 남한의 대 북한 투자가 훨씬 장기적이고 큰 볼륨으로 이뤄진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서도 최대한 많은 배상금을 받아내고, 한중일 3국을 경쟁시켜가며 막대한 투자 재원을 유치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김정은의 비핵화 구상에는 이같은 보상과 투자 유치의 구체 전술이 빼곡히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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