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열의 법과 정치] “드루킹”을 진짜 “킹”으로 봐야 하나?
[양지열의 법과 정치] “드루킹”을 진짜 “킹”으로 봐야 하나?
  • 양지열 변호사
  • 승인 2018.04.16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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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안=양지열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지난 15일 경기도 파주에 있는 출판단지에 정치인들이 찾아 왔다.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와 주변 인사들. 포털 사이트 댓글 조작 사건으로 구속된 “드루킹” 김모씨의 사무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드루킹은 인터넷 카페 “경제적 공진화 모임” 대표로 주로 온라인에서 활동했다. 국내외 정세를 다룬 블로그 “드루킹의 자료 창고”는 누적 방문 수가 980만명에 이를 만큼 나름 유명세를 가진 논객이다.
 
그런데 그의 주된 무대는 가상공간이었다. 굳이 지적하지 않더라도, 굳게 닫혀 있는 사무실 밖에서 안 후보가 눈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차라리 그의 블로그에 어떤 글들이 실려 있었는지 알아보는 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현재 드루킹의 블로그에서 볼 수 있는 글은 없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들이 설마 이런 사실을 모를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휴일 언론사 카메라와 함께 파주까지 찾아간 것은 댓글조작 사건을 중요한 정치적 이슈로 삼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게다가 드루킹이 안 후보를 두고 맨 처음 “이명박 아바타”라는 말을 붙였다니, 안 후보로서는 사감이 있을 수도 있다. 대선 토론회에서까지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던가. 그런데 과연 그 만큼 무게가 있는 인물이었을까?
 
# 그의 지난 흔적들
 
드루킹은 경찰이 네이버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문재인 정부 비방 댓글을 무더기 추천하는 방식으로 여론조작에 가담한 혐의로 구속됐다. 뜻밖에도 민주당 권리당원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김경수 의원과 접촉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불이 붙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이미 문제 인물이었던 모양이다. 지난해 3월말 대통령 선거 후보 경선이 진행되던 중 문재인 당시 후보를 돕고 싶다며 김 의원을 만났다고 한다. 김 의원에 따르면 이후 드루킹은 일방적으로 어떤 활동을 했지만, 일일이 확인하는 상황은 아니었다고 한다. 선거 기간 이런저런 이유로 다가오는 수많은 그룹들 중에 하나로 본 것이었다.
 
그런데 드루킹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수 차례 김 의원에게 인사청탁을 했으며, 일부 언론에 따르면 본인 혹은 다른 사람에게 오사카 총영사 자리를 원했다. 당연히 들어줄 수 있는 부탁이 아니었다.
 

이재명 경기지사 예비후보도 드루킹과 인연이 있다. 어떤 이유 때문인지 드루킹은 이 후보를 “동교동계 세작”이라며 공격했다. 분당한 구 민주계 정치세력에서 내분을 목적으로 더불어민주당에 심은 간첩이라는 것이었다. 1년 전 이 후보가 억울함을 호소하며 올렸던 SNS에 그 내용이 남아있다. 오늘의 사태를 예상하고 미리 올렸을 리는 없는 것이다.
 
# 신종 브로커? 정치권 여론 조작?
 
드루킹은 어떤 인물일까? 과거엔 주로 경제 전문가로서 활동했다는 그의 흔적은 여전히 인터넷에 남아 있다. 그의 저서 “차트 혁명”이 판매중인데, 평점이 10점 만점에 고작 1.8점이다. 리뷰들도 냉정하기 짝이 없다. 현란한 글솜씨 때문에 처음에는 속았다는, “교주” 같다거나, 비판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반대 의견을 철저히 삭제하며 속임수로 블로그 관리를 한다는 등의 내용들이다.
 
정치 전문가로서 지금은 볼 수 없는 그의 블로그에 어떤 글들이 있었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구 민주당 동교동계의 갈등이 왜 빚어졌는지 등에 관하여,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설명을 했다고 한다. 참신(?)하지만 어떤 근거로 그렇게 보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의 눈을 확 끌어 당기는 무엇인가 있었던 것만은 사실인가 보다.
 
여권은 그를 일종의 신종 브로커로 보는 입장이다. 상당한 회원수와 유명 논객으로서의 지위를 선거기간에 알렸다. 한 손이라도 고마운 시점이고,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그러다가 막상 당선된 이후엔 이권을 요구하며 나섰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정치 브로커의 형태인데, 다만 포털 댓글이라는 새로운 수법을 동원 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야권은 총공세에 나섰다. 자유한국당은 기자 간담회를 열어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당내 진상조사단도 구성했다. 정권 차원의 정치 여론 조작인 만큼 특검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가까운 김 의원이 관련돼 있다는 점을 물고 늘어질 태세이다.
 
바른미래당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주에 있는 사무실을 직접 찾았다. 규탄 기자회견을 열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했다. 안 후보는 김 의원이 드루킹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한 만큼 자진 출두해 조사를 받으라고 주장했다.
 
# 필요한 후속조치들
 
지금 국민의 의혹은 우선 왜 드루킹이 그런 짓을 벌였느냐에 있을 것이다. 지난 평창 동계 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둘러 싼 논란이 일었을 때, 반대하는 댓글을 달고 짧은 시간에 4만여건이 넘는 공감을 조작해 냈다. 보수진영이 어떻게 조작하는지 테스트해 봤을 뿐이라는 현재의 해명은 누가 봐도 석연치 않다.
 

두 번째로 혹시 김 의원으로부터 특별한 활동을 부탁받고 수행한 사실은 없는지 역시 분명하게 해야 할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길래 무리한 인사청탁을 했는지 말이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여권은 집요한 공세에 시달릴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문제는 포털이 이처럼 손쉽게 여론조작의 무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극히 폐쇄적인 인터넷 카페의 대표 한 사람이, 회원들 아이디만으로 전국적인 여론을 조작해 낼 수 있는 환경이라는 사실이 검증되지 않았는가?
 
사실 정치권 주변엔 언제든지 권력에 기생해 보려는 시도들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선거철이면 이런 저런 모임을 이끌고 있다면서, 몇 표를 보장해 줄테니 얼마를 달라는 식의 부정한 유혹이 넘쳐 난다.
 
드루킹의 경우엔 기성 정치권의 눈에 그럴듯 하게 보일만한 신무기(?)를 선보였다. 하룻밤 사이에 국가적인 행사에 부정적인 기류를 만들어낼 수도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실제 여론이 그래서였는지, 그들의 조작으로 일어난 일인지 가려지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사건을 정치적으로 키우려는 야권의 공세가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있기도 하다. 대선 주자였던 안 후보가 직접 드루킹의 사무실을 찾으면서, 역설적으로 드루킹의 위상도 그 만큼 올라갔다고 볼 수 있다. 자유한국당에서 국정농단을 파헤쳤던 “특검”을 거론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드루킹을, 아니 비슷한 부류의 브로커들을 진짜 “킹”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SNS로 주고받는 글들, 포털 뉴스에 달리는 댓글들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과 입을 열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정치의 일방적 소비자에서 적극적인 참여자로 위치를 바꿔 놓고 있다. 그런 기반에 찬물을 끼얹는 범죄는 확실하게 단죄해서 차단해야 한다. 하지만 그들의 부정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시민 사회의 네트워크 자체를 부정하는데까지 이어지지 않아야 한다. 벼룩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울 수 없지 않겠는가.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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