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른쪽부터 우상호 의원,박영선 의원,박원순 현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나선 이들 3명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3일 서울 상암동 JTBC에서 TV토론회를 가졌다.(사진=뉴시스)
오른쪽부터 우상호 의원,박영선 의원,박원순 현 서울시장.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나선 이들 3명의 서울시장 예비후보는 13일 서울 상암동 JTBC에서 TV토론회를 가졌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지난 13일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를 뽑기 위한 첫 TV 토론회가 열렸다. 경선주자인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현 박원순 서울시장에 이번 서울시장(3선)이 되면 대선은 불출마하는것이냐"고 물었다. 박 시장은 "서울시장에 출마하는 건 임기를 끝낸다는 전제에서 하는 것이지 중간에 그만둔다고 하고 하겠느냐"고 답했다. 서울시장 토론회인지 대선토론회인지 혼란스러웠다.

박 서울시장은 최근 경제공약에서 청년층을 위한 주거정책과 관련, 신혼부부 임대주택 8만5000호를 2022년까지 공급하겠다고 공약했다. 우리나라 인구 4분의 1이 몰려있는 서울특별시공화국을 디딤돌로 대권주자로 향후 부상하고자 하는 취지의 발언이 아닌가 의심이 들만한 대목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청계천 사업을 최대 성과로 TV토론에서 포장하며 '경제대통령'이 될 것을 자임했던 장면이 떠오른다. 박 시장은 신혼부부 임대주택 건설이 젊은층을 위한 '복지후생' 정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TV토론에서 이 전 대통령의 실정을 거론하며, 자신은 문재인 정부와 함께 서울의 혁신을 이끌겠다는 각오을 밝혔다.

박 시장의 신혼부부 8만5000호 임대주택 공급은 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공공임대 및 공공분양 주택 100만호 공급과 그 맥을 같이 한다. 하지만 공공임대나 공공분양 주택 모두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온갖 비리와 특혜, 건설사 및 입주자 선정에서 불공정 사례로 좌초했다.

임대공공주택에는 외제차들이 즐비했고 입주자들은 '금수저'란 비아냥을 들었다. 취약계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1980년 말 시작됐던 공공임대주택사업은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장애인, 금치산자, 상이군인, 다자녀가정 등 국가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결손계층의 후생 개선에 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오히려 사회적 게으름과 태만을 낳고 있는 것 아닌지, 땀흘려 버는 노동을 유도하기 보다는 불로소득과 대박을 노리는 도박장이 되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박원순표 신혼부부 8만5000호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박 시장의 공공임대 정책 공약은 전직 비리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 말기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게 아닐까 우려스럽다. 박 시장이 2012년 이후 자신의 치적 중 하나로 12만호 임대주택공급과 재개발 뉴타운 정리, 도시재생 등을 성과로 꼽았기 때문이다. 청계천 복원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불도저'라고 내세웠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데자뷰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시장은 매년 1만7000가구, 2022년까지 모두 8만5000가구 신혼부부용 주택을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 4406억원, 5년간 총 2조446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지원을 받기 위한 소득 기준은 부부합산 월 337만에서 482만원으로 완화된다.

시가 직접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이 3만6000가구, 민간이 공급하는 공공이 지원하는 공공지원주택이 4만9000가구다.

서울시는 매년 서울시에서 결혼하는 신혼부부 5만 가구 중 1만7000가구가 전세 2억7000만원을 부담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고 있다.

◆온갖 비리와 편법 막는 제도적 보완이 선행돼야

하지만 공공임대주택이 명의를 도용한 편법분양, 입주자 선정과정에서의 불공정사례, 건설사의 배만 불리는 특혜 등 온갖 탈법과 비리가 판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작 주거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들은 주택정책 지원에서 외면당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박시장 시장의 청년층 주택시장 정책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권 이후 지어진 공공임대 아파트의 경우 현행법상 5년, 10년 공공 임대 아파트는 최소한 그 기간의 절반을 반드시 임대 방식으로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임대가 아닌 사실상 분양 형식으로 매매된 사례가 적지 않다.

편법 분양된 공공임대주택은 무주택 서민의 주거 안정과는 동떨어진 정책으로 건설사와 임대계약자가 사실상 공공 재원을 나눠먹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공공임대 아파트 건설에 참여한 민간건설사가 부지를 시세보다 싸게 매입한 후, 공공임대 아파트 건설 후 대부분의 물량을 임대가 아닌 일반 분양 방식으로 팔아치운 사례도 있었다.

한 민간건설사는 위례신도시 일반분양 아파트 용지에서 분양아파트가 아닌 4년 임대 후 분양전환 아파트를 공급하려다 '꼼수 논란'이 일자 건축심의 신청을 취소하기도 했다. 분양가 상환제를 피하기 위한 이른바 '꼼수분양'이었다.

공공분양 주택이 입주자 선정과정에서 서민 주거안정이란 취지가 무색해진 경우도 많다. 공공분양 주택의 청약과정에서 재산이 많아도 당첨이 가능해 '금수저' 공공주택이란 논란이 제기된 것이다.

6년전 무주택 서민을 위해 지었던 강남의 한 보금자리주택의 경우 재산이 많은 이들에게도 청약기회를 준 탓에 '금수저 당첨'이라는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이 임대주택에는 벤츠 E클래스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등 고급차들이 즐비했고, 유리창 앞유리에는 백화점 VIP가 붙어있었다.

신혼부부 공급 임대주택 단지에 젊은층과 아이들이 많이 살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질적으로 노인층과 재임대를 통해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는 경우도 상당 수 적발됐다. 젊은 부부들이 보육, 교육과 문화 등을 고려해 주거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차명을 이용해 상당한 재력을 갖춘 중산층이 분양받았다는 것 자체가 임대주택정책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점을 웅변한다. 정책의 실효성을 위해서는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함을 반증한다. 과거 정권의 실정에 대한 철저한 반성도 없이 박 시장은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공공주택 보급을 늘려나가겠다고만 주장하고 있다. 양적확장 만을 강조했던 이명박과 다름 없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당시, 공공분양아파트의 일반공급은 재산기준이 아예 없었고, 신혼부부 특별공급의 재산기준은 부동산과 자동차로만 제한돼 있었다. 금융자산 기준이 없다보니 소득이 없는 사람이 부모에게 받은 현금으로 아파트를 분양받는 식으로 편법증여를 해도 막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행된 공공주택인 '행복주택'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수 십억원 상당의 특혜 논란이 있었다.

경기도형 행복주택으로 불리는 '따복하우스'의 경우도 문제가 많았다. 본사업에 포함되지 않은 수십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별개 사업을 별도의 발주(공모) 등의 과정없이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넘겨 준 정황이 최근 드러났다. 지난 2016년 403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수원광교, 안양 관양, 화성 진안 등 모두 291세대의 임대주택을 건립하기 위해 시행된 따복하우스 1차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과 관련된 비리다.

박근혜 정부의 행복주택ㆍ뉴스테이와 이명박 정부의 보금자리주택은 각각 55만1000가구와 45만5000가구의 공공임대 사업을 진행했다.

공공임대 공급목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부 때가 각각 달랐다. 기준도 이명박 정부 때는 사업승인이었다가 박근혜 정부 이후 준공으로 바뀌는 등 정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공공임대 65만호와 공공분양을 포함해 총 100만호의 주택을 2022년까지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도덕적해이를 부추기고 국민혈세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

앞서 두 정부 때처럼 수도권 부지 확보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그린벨트를 풀거나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준 점 등의 불법을 반복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적폐청산을 강조했던 문재인 정부가 또다른 적폐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러한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박 시장이 신혼부부 임대주택을 8만5000호를 보급한다는 것은 위험하다. 그 사업이 특혜와 비리로 점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토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는 100만호 주택공급등 주거복지 로드맵을 추진하기 위해 연 평균 29조9000억원, 총 100억4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국토부는 주택도시기금 총지출을 10% 이상 확대할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는 100만호 중 신혼부부 주택공급물량 27만호와 청년주택 30만호를 계획하는 등 취약계층 주거난 해결의 초점을 젊은층에 두고 있다.

한 부동산전문가는 "보금자리주택이나 뉴스테이가 그랬듯 정권이 바뀌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시한부 정책이 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서민임대주택은 정권의 홍보수단이 돼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금융전문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단초가 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를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면서 "이 시기 부실대출은 시장가치가 떨어지는 주택시장에 투입된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프로그램이었다. 박근혜 정권 이후 부동산 투자 가치가 떨어지는 지역에 분양된 아파트 개발단지에 대규모 집단대출이 이뤄진 만큼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과 주택사업 지원은 신중히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전문가는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하는 공공임대주택의 확대보다는 저출산과 혼인률 제고를 위해서는 전세값과 아파트 매매가격 안정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신혼부부 공공임대를 확대한다는 것 자체가 반시장적이고 거꾸로 가는 정책"이라면서 "젊은이들의 경제적 안정과 생활안정을 위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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