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 통신비 인하정책을 정부 측에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해 8월 통신비 인하정책을 정부 측에 촉구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대법원이 이동통신사 통신비(2Gㆍ3G 대상) 원가공개 판결을 내림에 따라 향후 LTE(4G)ㆍ5G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지 그 파급력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상옥)는 지난 12일 요금 세부자료 공개는 국민의 알 권리라면서 2005~2011년 사이 통신요금 인가 당시 산정근거 가운데 이통 3사 영업보고서의 대차대조표, 손익계산서, 영업통계 자료 등을 공개하라고 한정했다.

양승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17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통신비 원가 공개는 정부의 요금인하 압력에 힘을 실어준다는 측면에서 이통3사에 부정적"이라면서 통신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양 연구원은 "통신비 원가공개, 요금감면 대상확대, 보편요금제 도입 등 통신비에 대한 전방적인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부가 6월 보편요금제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운데 5G 주파수 경매가 6월로 예정돼 있다. 유료방송 합산 규제 역시 6월27일 일몰 예정으로 정부가 새로운 정책 방향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통사 통신비 원가공개는 시민단체인 참여연대의 소송으로 시작돼 7년만에 확정된 것이다. 이번 대법원 최종 판결로 이통사 원가 관련 자료는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달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법원은 그러나 영업보고서 중 접대비, 유류비와 같은 항목, 이통사가 콘텐츠 공급회사나 보험사 등 제 3자와 체결한 계약서 등은 영업전략 자체가 노출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공개 대상에서 제외했다.

관련 업계는 이번 원가공개로 가계통신비 인하를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의 정책이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대대수가 이용하고 있는 LTE 서비스가 아닌 2Gㆍ3G로 한정돼 있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12일 공식 석상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정보 공개가 예상되는 자료는 대단히 제한적"이라면서 "2G.3G 관련 자료로 제한돼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 LTE 자료까지 공개해야 한다"고 정부와 이동사 측을 압박하기도 했다.

추 의원은 "LTE가 포함되지 않은 정보공개는 현재의 이동통신 시장을 고려했을 때 의미가 퇴색된다"면서 "원가공개에 그치지 말고, 공개된 원가에 대한 검증제도를 검토해야 한다. 이번에도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한다면, 이는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이며 사업자와의 담합이라 볼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2011년 전후 스마트폰 등장 이후 고가 프리미엄폰이 확산됐다. 이동통신업계가 LTE 서비스를 도입하면서 특히 저소득 취약계층ㆍ청년층 등 서민들의 생활고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통신업계가 정부와 담합하면서 공공재인 통신비 인상을 통해 사실상 세금부과율 인상 효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동통신업계는 LTE나 5G 서비스 원가공개로까지 이어진다면 수익성 훼손이 가시화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5G 서비스 상용화를 앞두고 정부와 업계 투자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볼멘소리다.

지난 2017년 말 기준 국내 LTE가입가수는 서비스 개시 6년 만에 5000만명을 넘어서며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반면 3G, 2G 가입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각각 수백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올 들어 자급제폰 보급이 확산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끈다. 이통 3사와 알뜰폰 업계간의 경쟁 촉진, 문재인 정부가 제안한 2만원대 보편요급제 도입, 선택약정할인율 상향 등이 통신비 인하에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공식 입장을 통해 "이번 대법원 판결이 이동 통신의 공익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 계기로 인식하고, 앞으로도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통신비 경감을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2011년 통신서비스가 국민의 생활필수재라면서, 2005년~2011년 5월까지 2Gㆍ3G 요금을 평가한 방송통신위원회 자료 공개를 요구해왔다. 소송을 낼 당시 피고는 방통위였으나, 정부조직 개편으로 상고심 피고가 미래창조과학부로 바뀌었다. 지금은 해당 업무와 피고의 지위를 과기정통부가 넘겨받은 상태다.

당시 참여연대는 2013년 3분기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 지출액이 전년대비 12% 늘어난 15만 5252원인 것으로 나타난 점을 지적했다. "통신비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원가자료 공개를 주장한 것이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안진걸 시민위원장은 12일 "2011년 이후 LTE 관련 원가 관련 자료 또한 통신 서비스의 공공성을 높이는 차원에서 마땅히 공개되어야 한다"면서 "이번 판결이 가계통신비 부담을 완화하고 통신서비스의 공공성을 더욱 더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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