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 교수] 방송법 개정 이슈가 국회 공전의 빌미가 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을 포함한 야당들이 일제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지난 해 박홍근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라며 국회 일정을 보이콧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더불어민주당이 스스로 발의한 법안을 거부하는 것은 말 바꾸기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런데 말 바꾸기는 자유한국당이 먼저 했다. 자유한국당은 자신들이 여당일 때 당시 국회 과반 이상인 160여 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서명해서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결사적으로 반대했던 정당이다. 자신들이 여당일 때는 결사반대했던 법안을 야당이 되자마자 통과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이렇게 180도 입장을 바꾼 자유한국당은 그 이유를 국민들에게 일언반구 설명도 없이 막무가내로 방송법 개정안 통과만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자유한국당의 돌변에 국민들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불과 몇 개월 전에 자신들이 주장했던 주장을 아무런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채 손바닥 뒤집듯이 뒤집은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모습은 부끄러움을 모르는 후안무치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은 지난 9년 동안 현행 방송법을 활용해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낙하산 인사들을 공영방송 사장에 임명했다. 공영방송을 정권홍보 수단으로 전락시킨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유한국당의 전신이었던 한나라당과 새누리당은 정권이 공영방송에 낙하산 사장을 임명하는 데 적극적으로 동조하고 협력했다.

현행 방송법이 따르면, KBS 사장은 방송법 제50조 2항에 따라 이사회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MBC 사장은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 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회가 방송문화진흥회법에 따라 선임하고 MBC 주주총회를 통해 공식 임명하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문제는 현행 방송법에는 공영방송사 사장 선임에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영방송 이사회의 구성이 너무 편파적으로 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KBS 이사회는 여야의 추천을 받은 인사들로 구성하게 되어 있다. 여권 추천이사 7명과 야권 추천이사 4명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MBC의 대주주인 방문진 이사회 역시 여권 추천이사 6명과 야권 추천이사 3명으로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이처럼 공영방송사 이사진 구성에서 여야의 추천 비율이 편파적이다 보니, 항상 이사회의 다수결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정부 여당의 입맛에 맞는 인사가 공영방송사 사장에 임명될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편파적인 현행 방송법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9년 동안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당과 시민단체들이 끈질기게 개정을 요구했다. 그런 요구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버텨오던 자유한국당이 정권이 바뀌니까 방송법 개정을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나서는 것은 속이 뻔히 보이는 저속한 술수로 볼 수밖에 없다. 방송법 개정을 누구보다 앞장서서 막아 왔던 자유한국당의 이러한 갑작스런 변심은 그 순수성이 의심된다.


이런 이유로 자유한국당은 방송법 개정을 요구할 자격이 없다.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더불어민주당에 강요하기 전에 먼저 이명박-박근혜 보수정권 9년 동안 정권에 충실한 낙하산 사장들을 공영방송사 사장으로 임명해 공영방송을 정권홍보방송으로 전락시킨 잘못에 대해 국민과 공영방송사 구성원들 앞에 고개 숙여 사과해야 한다.

이러한 사과와 잘못에 대한 반성 없이 방송법 개정안 통과를 주장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마치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에게 충성했던 자가 해방 후 일제 부역자들을 색출하는 역할을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