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 전문가 칼럼=기영노 스포츠평론가] 야구와 축구의 프로화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우민화 정책의 일환인 3S 정책, 즉 스포츠(SPORTS), 섹스(SEX), 영화(SCREEN) 가운데 하나로 탄생했다.

전 전 대통령은 원래 육군사관학교에서 축구 골키퍼를 했었기 때문에 재임시절 축구의 프로화에 관심이 있었다. 그러나 당시 축구인들은 프로화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 오히려 고교야구가 성행하던 야구가 프로화에 적극적이었다.

결국 프로야구가 1982년 출범을 했고, 프로축구는 1년이 늦은 1983년에 태동했다.

그러나 남녀 프로농구와 배구는 자생적으로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남자 프로농구는 1997년, 여자 프로 농구는 이듬해인 1998년에 출범했고, 남녀 프로배구는 2005년에 동시에 프로화를 선언했다.

우리나라 스포츠는 크게 겨울과 여름 종목으로 나눠지는데, 농구와 배구의 프로 스포츠 챔피언들이 모두 가려지는 봄이 되면, 겨울종목이 끝나게 된다.

이제 남자 프로농구 챔피언이 가려졌기 때문에 2017~18시즌 겨울 스포츠는 완전히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남녀 프로농구와 배구의 챔피언 스토리를 알아보았다.

문 띵, 람보 문경은 끝내 울음보 터져

문경은 감독은 평소에는 초점 없이 멍하니 바라본다고 해서 ‘문띵’ 이지만 코트에만 들어가면 정확한 3점 슛으로 고득점을 올린다고 해서 ‘람보’라고 불렸다.

지난 19일 잠실 학생 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0.5초를 남겨 놓고 원주 DB 버튼 선수의 3점 슛이 빗나가면서 겨울에 시작돼서 봄까지 온 남자 프로농구가 서울 SK의 우승으로 끝났다.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먼저 2게임을 내 준 후 내리 4게임을 이기는 역 스윕을 한 것은 서울 SK가 처음이었다.

또한 문경은 감독 개인적으로도 2012 시즌 팀을 맡은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우승 맛을 봤다.

문 감독은 2012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해, 챔피언 결정전까지 통합 챔피언을 노렸다. 아쉽게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4연패를 당해 첫 우승을 뒤로 미뤄야 했다.

서울 SK는 이번 시즌 직전 전문가들로부터 우승후보 1순위로 꼽혔다. 그러나 부상 악재가 겹쳤다. 팀의 간판 김선형이 개막 두 번째 경기에서 발목을 다쳐서 4개월 가량을 뛰지 못했다.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주 득점원 애런 헤인즈가 무릎을 다치는 바람에 플레이오프에 나가지 못하게 되었다.

그러나 대타 제임스 메이스가 빠르게 팀 분위기에 녹아들었기 때문에 헤인즈의 공백을 느끼지 못했다.

문 감독은 우승 직후 거의 2~3분 동안을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쏟았는데, 그 같은 어려운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문 감독은 또한 2001년 시즌 서울 삼성 팀에서는 선수로서 우승을 차지했고, 이번에 감독으로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박정아는 예뻤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도전정신이다. 챔피언이나 금메달리스트도 안주하는 순간 끝이다. 그래서 스포츠맨이 정상(頂上)에 만족하지 않고 또 다시 도전 길에 나서는 모습은 아름답다.

전 기업은행의 박정아 선수는 2017 시즌을 끝으로 자유계약 즉 FA 자격을 얻었다. 대부분의 배구인들은 박정아가 기업은행 창단 멤버이기 때문에 팀에 그대로 남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정아는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기업은행의 제의를 뿌리치고 2억5천만원을 받고 도로공사로 왔다. 만약 박정아 선수가 기업은행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면 쉽게 우승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올해 챔피언 결정전을 가진 기업은행과 도로공사의 전력을 놓고 볼 때 박정아가 도로공사가 아니라 기업은행 소속이었다면 우승팀의 향방을 달랐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러나 박정아는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기업은행을 포기하고 지난해 최하위에 머문 도로공사를 택한 것이다.

지난해 최하위 팀 도로공사는 외국 선수를 1순위로 뽑을 수 있었는데, 이바나 네소비치를 영입해서 박정아와 쌍포를 이루게 했다. 그리고 백전노장 트리오 정대영, 배유나, 이효희(플레잉코치)로 팀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박정아에게는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문정원, 임명옥을 전담 수비하도록 했다.

도로공사는 정규리그 우승 4번째 만에 챔피언 결정전 정상에 올라 3전4기를 실천했고, ‘6개 팀 가운데 유일하게 챔피언 결정전 우승 경력이 없다’는 불명예 꼬리표도 떼어 냈다. 박정아는 챔피언 결정전 기자단 투표 29표 가운데 무려 26표를 받아 최우수선수로 선정되었다.

박정아 선수 개인적으로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의 부진을 한꺼번에 씻는 계기도 되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 한국 여자 배구는 최소한 메달, 아니면 그 이상의 성적도 기대했었다.

세계적인 거포 김연경에 김희진, 박정아 트리오의 공격력이면 충분히 가능했다. 그러나 8강에서 약체 네덜란드에 1대3으로 패해 탈락하고 말았다.

한국이 조기 탈락하자 서브 리시브 등 실책이 많았던 박정아의 플레이를 놓고 네티즌들이 들끓었다.

'핵 민폐 선수', “박정아! 미안한 줄 아세요” 등 원색적인 공격도 많았다. 결국 박정아는 SNS를 비공개로 전환해야 했다.

박정아는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이후 2년이 되지 않아 만년 하위 팀을 챔피언까지 끌어올려 어느 정도 명예회복을 한 셈이다.

그러나 박정아는 뒤늦게 유탄을 얻어맞았다. 도로공사에게 우승을 내 준 기업은행의 이정철 감독이 박정아에게 “코트 밖에서 교육이 더 필요한 선수”라고 독설을 날렸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구 팬들은 박정아 선수보다 독설을 내뱉은 이정철 감독에게 더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있다.

한 선수, 4전5기 성공하다

남자 프로배구는 창단 이후 14년 동안 챔피언결정전 준우승만 4차례 한 대한항공이 5번째 도전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4전5기’ 끝에 이룬 성공이다.

대한항공은 프로배구 이전, 실업배구 시절까지 포함하면 1986년 창단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항공의 한 선수 세터는 팀이 4번이나 정상도전에 실패하는 동안 줄곧 주전 세터로 활약을 했었다. 그래서 대한항공의 챔피언 결정전 첫 우승이 그에게는 더욱 가슴에 와 닿았다. 만 67세의 박기완 감독도 50년이 넘는 배구 인생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대한항공이 우승을 차지한 자리에 더욱 돋보인 사람이 있었으니 그가 바로 준우승에 머문 현대 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이었다.

여자부에서 준우승한 기업은행이 준우승 컵을 후보 선수에게 받도록 한 반면 현대 캐피탈은 문성민 등 주전선수들이 받도록 했다. 또한 최태웅 감독이 박기완 감독에게 축하 꽃다발을 직접 전해 준 후 대한항공의 주전, 비 주전 선수 모두에게 축하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한항공의 우승 세리머니를 현대 캐피탈의 전 선수들이 지켜보며 축하를 해 주도록 했다.

최태웅 감독의 빛나는 스포츠맨 십은 배구인들 뿐만 아니라 많은 스포츠 인들에게 귀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자프로농구 공식, 기승전 위성우

여자 프로농구는 기, 승, 전 그리고 위성우라는 말이 있다. 어쨌든 우승은 위성우 감독이 맡은 팀이라는 말이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은 2017~18시즌까지 12년 연속 우승 팀에 있었다. 신한은행 코치로 2007년 겨울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6시즌 연속 통합우승에 힘을 보탰다. 우리은행 감독으로 자리를 옮긴 2012-2013 시즌부터 지난 2017~18시즌까지 6년 연속 통합우승의 대위업을 달성했다.

우리은행은 2017~18 시즌을 앞두고 크게 흔들렸다.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선발한 두 명이 모두 부상 때문에 합류가 안 돼서 대체 선수를 뽑아야 했다. 골밑을 지키던 양지희도 은퇴했기 때문에 사실 우승이 어려웠다. 그리고 시즌을 시작하자마자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에 잇따라 패하면서 ‘우리은행 왕국’이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기존의 임영희, 박혜진을 비롯해서 새로 영입한 김정은이 보석 같은 활약을 했다. 김정은은 프로선수가 된 후 처음 우승 맛을 보기 위해 그야말로 살신성인(殺身成仁) 했다. 결국 김정은은 챔피언결정전 최우수선수로 보상을 받았다.

위성우 농구는 체력에서 시작해 체력으로 끝난다. 막강한 체력만이 4쿼터 이후 승부에서 살아 남을 수 있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안다. 그래서 비시즌은 물론 시즌 도중에도 체력훈련을 전가의 보도(寶刀)처럼 여기고 끊임없이 단련하는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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