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서울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포스코 서울 본사의 모습. (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포스코는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에도 국제 신용평가사로부터 우리 정부보다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했다. 포스코의 재무구조는 그러나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급격히 악화되며  창사 이후 최악의 위기를 맞았다. '영포라인'으로 불렸던 MB의 최측근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과 '만사형통'으로 통했던 이상득 전 의원 등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출신 정치권 실세들의 책임이 크다. 이들은 포스코란 굴지의 대기업의 투자에 개입해 '폭탄돌리기'를 한 후 박근혜 전 대통령 시기 마지막 한탕을 노렸다. 

창사 이후 반세기동안 무차입경영 원칙을 고수했던 포스코다. MB정부 비호 아래 취임한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은 당시 '왕차관'으로 불린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주도한 아프리카 등 제 3세계를 대상으로 한 해외 자원개발 정책의 선봉장 역할을 자임했다. 결국 전성기 시절 수익구조를 유지하는 데 실패하게 된 것이다.

포스코가 MB정권 아래서 대우인터내셔날과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 등을 '묻지마'식으로 인수합병(M&A)한 것도 문제였다. 포스코는 수익구조 악화됐고, 온갖 특혜와 비자금 세탁의 의혹에 휩싸였다.

박근혜 정권 초기 취임해 망가진 포스코의 수익성을 회복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권오준 회장이 임기 2년 여를 남긴 채18일 중도사퇴했다. 국내 철강업계가 글로벌 보호 무역장벽과 중국 철강업계 과잉 투자 여파로 본격적인 쇠퇴기에 접어들었음을 신호하는 단초다. 이명박ㆍ박근혜 정권과 유착했던 포스코의 말로다.

◆신용등급 강등 배경엔 MB 외압에 따른 무리한 투자

권 회장은 전임 정준양 회장이 박근혜 정부 초 비리 혐의로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중도퇴임한 후 2014년 3월 8대 포스코 회장으로 취임했다. 이후 지난 3년 동안 철강업계 장기 불황에서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증명하듯 포스코는 지난해 6년 만에 최대 실적(영업이익 4조 6000억원)을 기록했다. 2016년 이후 영업이익률은 2년째 10%를 달성한 것이다.

권 회장은 포스코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권 회장 취임 초기인 2014년 6월 국내 대표 신용평가사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했다. 해당 신평사로부터 포스코의 신용등급이 강등된 것은 지난 1994년 'AAA' 등급을 받은 이후 처음이다.

한국기업평가는 포스코에 대해 세계 철강업황 부진으로 수익성이 악화됐고, 원재료 확보 관련 지분투자와 해외 일관 제철 투자, 공장 증설 등으로 재무적 부담이 커졌다는 점을 신용등급 강등 사유로 지적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2013년 11월 포스코의 외화표시 채권등급을 'Baa1'에서 'Baa2(투기등급)'로 강등했다. 2012년 10월에도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2012년 영국계 신용평가사 피치도 포스코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강등했고, 2013년 12월 다시 'BBB+'에서 'BBB'로 한 단계 떨어뜨렸다. 또 다른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도 2012년 포스코 신용등급을 'A-'에서 'BBB+'로 한 단계 낮췄다.

국제신용평가사의 잇따른 신용등급 강등은 모두 정준양 회장 말기 나타났다. 이명박 정권 이후 취임했던 정 회장의 경영기간을 잃어버린 5년이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정 회장은 사업다각화 과정에서 비철기업 인수와 해외자원 사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었고, 36개이던 계열사는 2012년 한때 71개까지 늘어났다. 인수기업 중 상당수가 경영부진에 시달렸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던 포스코 재무건전성에 큰 부담을 줬다.

정 전 회장 취임 첫해 10%대를 유지했던 영업이익률은 5% 아래로 떨어졌고, 연간 7조원에 달하던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무차입 경영신화를 이끌어 온 포스코는 정 회장 재임기간 늘어난 차입금이 10조원에 달했다.

◆박근혜ㆍ최순실 포스코에 부정청탁까지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초 박근혜ㆍ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되면서 특검 수사를 한 차례 받기도 했다. 최씨 등이 권 회장 선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이를 빌미로 최씨 측근 차은택이 포스코 광고계열사인 포레카 지분을 강탈하려 한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권 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를 한 자리에서 여자배드민턴팀을 창단해달라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 박 대통령의 요청으로 16억원 상당의 펜싱팀을 창단해 운영을 더블루K에 맡겼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최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에서 재판부는 배드민턴팀 창단은 직권남용ㆍ강요죄라고 판결했다.

이외에도 권 회장의 고교동창인 유 모씨가 협력업체로부터 로비 자금을 챙긴 정황도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부장 황병주)는 포스코가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유 씨에게 금품을 제공한 협력업체 관계자들을 소환해 수사 중이다.

유 씨는 수억원대 커미션을 챙기면서 사업수주를 위해 포스코에 로비했을뿐만 아니라 채용ㆍ승진 등 인사청탁에도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권 회장은 지난해 6월 방미경제인단, 12월 문 대통령의 중국 방문시 경제인단에서 제외됐고, 10대 그룹 총수 청와대 오찬에서 배제되는 등 정치적 외압을 받았다는 논란이 지속된 바 있다. 권 회장의 이번 사퇴에 정권 외압설이 나도는 이유다. 

사퇴 관련 음모설보다 새로 부임할 회장이 무너진 포스코를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한 이슈다. 지난 10년 간의 국제적인 사업환경 변화가 녹녹지 않은 장벽이다. 정권의 입김에 영향 받지 않는 유능한 CEO의 영입이 포스코 이사회의 책무다. 

저작권자 © 뉴시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