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도유망 두 정치인 낙마, 일본도 미투 폭발하나
전도유망 두 정치인 낙마, 일본도 미투 폭발하나
  • 김경철 도쿄 통신원
  • 승인 2018.04.22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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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다 준이치 재무성 사무차관 여기자 성희롱 폭로돼
-요네야마 류이치 니가타 현 지사는 여대생 성매매로 사퇴
출입 여기자 성희롱으로 지난 18일 사퇴한 후쿠다 준이치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
출입 여기자 성희롱으로 지난 18일 사퇴한 후쿠다 준이치 일본 재무성 사무차관.(사진=일본  슈칸신초 캡처)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 미국에서 시작되어 한국 사회에서도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미투(#Me Too)’ 운동의 바람이 드디어 일본에도 상륙한 듯하다.

일본 최고의 엘리트로 불리며 전도유망하던 두 정치인이 일본판 미투 운동으로 인해 연이어 낙마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에 물러난 후쿠다 준이치(福田淳一 58세) 사무차관은 도쿄대학 출신으로 일본 최고의 관청인 재무성에서 넘버 2의 자리에 있던 인물이다.

1958년생으로 어릴 적부터 천재로 불렸으며, 일본 전역의 인문계 수험생의 상위 600명이 들어갈 수 있다는 도쿄 대학 법학부에 합격했다.

학창시절에는 현역으로 사법시험(변호사 자격시험)에 합격하고, 1982년 졸업과 동시에 한 해에 20명밖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일본 최고 엘리트들의 직장인 재무성 관료로 임용되었다.

35년이 지난 지난해 7월, 후쿠다 씨는 재무성 사무차관에 올랐다. 사무차관은 평균 임기가 2년이기 때문에, 재무부에 들어간 일본의 최고 엘리트 40명 중에서도 단 한명만이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일본 관료 조직의 정점이다.

그런 후쿠다 차관이 임기가 1년도 채 되지 않은 지난 4월 18일, 여성 기자에 대한 성희롱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후쿠다 차관은 언론들 사이에서 ‘관료계의 황제’로 불린다. 많은 언론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하여 후쿠다 씨의 담당기자에 여성 기자를 임명했는데, 후쿠다 차관은 그 중 특히 TV 아사히의 여기자를 마음에 두고 종종 술집으로 불러냈다.

단둘만의 술자리에서 번번이 성희롱을 당해왔던 여기자는 후쿠다 차관의 성희롱 발언에 대해 상사와 상담했다. 하지만 상사는 ‘관료계의 황제’를 적으로 돌리는 것이 두려워 침묵했다. 참을 수 없게 된 여성 기자는 스캔들 보도로 유명한 <슈칸신초>에 녹음테이프를 건네 준 것이다.

"가슴을 만져도 될까?" "키스해도 될까?" "가슴(사이즈)은 무슨 컵?" "좋아한다는 마음과 가슴을 만지고 싶다는 마음과 키스하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어" "너무 좋아서 키스하고 싶어…."

낮 뜨거운 내용의 후쿠다 차관의 육성이 방송을 통해서 공개되면서 일본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기자가 성추행을 당한 TV 아사히는 밤 12시부터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재무성을 비난했다.

“기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강경대응을 고집하던 후쿠다 차관도, 하루에도 수십번씩 TV를 통해 보도되는 녹음테이프에 분노하는 일본 여론에 굴복, 주간지의 폭로로부터 6일 만에 사퇴했다.
 

일본판 미투 운동의 또 다른 주인공은 요네야마 류이치(米山隆一 50세) 니가타 현 지사다. 1967년 니가타 현에서 태어난 요네야마 씨 역시 전국의 이과계 수험생 중 상위 90명밖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도쿄대학 의학부에 합격한 천재다.

그는 1992년에 의사 면허를 취득한 후, 사법 시험에도 합격하여 변호사 자격까지 얻었으며, 그 후 미국 하버드 대학 병원에 유학하여 의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 고향인 니가타 현에서 중의원 선거에 출마했으나, 다나카 가쿠에이 전 총리의 딸인 다나카 마키코에게 패한 뒤, 2016년 10월에 니가타 현의 지사로 당선되었다.

"니가타 현에서는 위험한 원전을 절대로 가동시키지 않을 것이다"라는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원전반대 정책이 니가타 지역 주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사생활에서는 50살이 되도록 독신을 관철하는 탓에 ‘일본 최고의 독신 엘리트’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수려한 외모와 만능 스포츠맨, 거기다 의사와 변호사 자격까지 갖춘 뇌섹남으로 특히 여성유권자들에게 절대적인 인기를 얻고 있었다.

이 요네야마 지사에 대한 믿을 수 없는 기사가 4월 19일에 발매된 <슈칸분슌>에 게재되었다. 요네야마 지사가 1회에 3만~4만엔을 지불하고 여대생과 성관계를 맺는 인터넷 성매매의 단골이었다는 것이다.

마음에 드는 여대생이 있으면 ‘애인 계약’까지 맺었다는 내용이다. 잡지는 요네야마 지사와 관계를 맺은 여대생과 그녀의 남자친구의 입을 통해 요네야마 지사의 적나라한 성생활을 폭로했다.

요네야마 지사는 잡지가 출간되기 직전인 4월 17일과 18일, 이틀 연속으로 긴급 기자 회견을 열고 연신 고개를 숙였다.

"50세가 넘도록 결혼상대도 없이, 매일같이 쌓이는 스트레스와 성욕을 이기지 못 했습니다. ‘매춘’이라고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했고 애인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상대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요네야마 지사는 눈물의 기자회견 뒤, 잡지 발매와 동시에 현 지사직을 사퇴했다.

일본 사회는 정치가나 유명인 들의 여성 스캔들에 대해 유난히 관대한 일면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아베 총리의 최측근인 전 TBS워싱턴지국장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던 여성은 일본 네티즌들로부터 “매명(이름을 알리기 위한 선전)”이라는 공격을 받았다.

2017년에 발표된 ‘세계 성평등 지수’에서 114위(전체 144개국)를 기록하고 있다. 일본 사회가 이번 미투 운동을 계기로 변화의 모멘텀을 맞게 될지 일본 여성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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