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언하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알리바바의 알리페이가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발언하는 마윈 알리바바 회장. 알리바바의 전자결제 시스템 알리페이가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콘도 다이스케 日<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느닷없는 중국 기업의 일본 진출 붐이 일고 있다. 최근 일본을 방문한 중국의 한 외교 관계자는 나에게 이렇게 단언했다.
 

"앞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5번째 경제교류 붐’이 도래할 것이다. 중국이 개혁 개방 정책을 시작한 1980년대에 일본 기업의 제1차 중국 진출 붐이 일었다. 이어 1992년 덩 샤오핑이 ‘개혁 개방을 가속화하자!’는 구호를 외친 후가 제2차 중국 진출 붐. 2001년에 WTO(세계 무역 기구)에 가입했을 때 제3차 붐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개최한 전후에 제4차 붐이 일었다.
 

하지만 이번 제5차 붐의 특징은 지금까지와 같은 일본 기업의 중국 진출 러시가 아니라, 처음으로 중국 기업이 일본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미 중국과 대부분의 국가와의 사이의 경제 관계는 중국의 투자액이 중국에 대한 투자액을 웃돌고 있다. 그동안 중국 기업들은 정치 리스크를 가진 일본에 대한 투자를 주저했으나 이제는 안심할 수 있다는 이유로, 2018년 중국 기업의 ‘일본 진출 러시 원년’이 될 것이다."
 

확실히 알리바바의 ‘알리페이(전자 결제)’는 일본의 백화점이나 편의점 등에서도 서서히 침투하기 시작했다. 일본에서는 아직 전자 결제의 보급율이 10%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에서는 이미 5억 명이 알리페이를 이용하고 있다.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는 광경은 더 이상 보기 힘들 정도로 완전한 캐시리스 사회가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은 이미 무인화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게다가 스마트 폰 결제는 갈수록 발전하고 있어 지문 인증 시대를 거치면서 바야흐로 얼굴 인증 시대가 시작되었다.
 

이에 비해 일본은 작년 12월 20일에야 LINE이 ‘라인페이’를 앞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즉 중국은 모든 소비의 기초가 되는 결제 부분에서 이미 일본의 몇 걸음 앞서 있는 것이다.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 관광객들에게는 중국 여행사가 이렇게 주의를 주고 있다. "일본을 여행할 때는 지갑을 사 가지고 가세요. 일본은 IT가 뒤쳐진 나라라서 아직도 현금 결제가 주류입니다".
 

나의 피부 감각으로 말하자면, 3년 정도 중국 쪽이 앞섰다고 보여 진다. IT산업에서의 3년 차이는 결정적이다. 이 한 가지를 보더라도 "일본=선진국, 중국=개발 도상국"이라는 20세기적 발상은 붕괴하게 된다.
 

작년 11월 2일, 일본의 후지쯔와 중국 최대의 컴퓨터 회사인 연상(聯想 레노버)이 기자 회견을 갖고, 후지쯔의 컴퓨터 부문을 연상에 매각하겠다고 발표했다.

연상은 이미 2011년에 NEC의 컴퓨터 부문을 인수한 바 있으며, 이번 인수로 인해 일본 컴퓨터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
 

일본 최대의 택시 회사인 다이이치 교통이, 도쿄·오사카·후쿠오카·오키나와, 홋카이도에서 세계 최대의 배차 앱인 디디추싱(didichuxing)과 제휴 협의를 진행 중임을 밝혔다.

중국의 배차 앱 회사는 실제로는 이미 하네다 공항을 시작으로 일본 전국의 공항 등에 진출하여 공공연히 대량의 중국인 관광객을 실어 나르고 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일본의 교통업체와 제휴하여 본격적으로 진출하겠다는 뜻이다.
 

중국 최대의 자전거 공유서비스 업체인 모바이크도 이미 삿포로에서 시험 운영을 시작했다. LINE은 모바이크와의 제휴를 발표하기도 했는데, 일본 전국에 있는 편의점과 매칭하여 사업을 전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중국 최대의 훠궈 체인점인 하이디 라오(海底捞)도 도쿄의 이케부쿠로에 300석이나 되는 거대 점포를 상륙시켰다. ‘이케부쿠로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세이부 백화점을 나오자마자 매운 훠궈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하이디라오도 조만간 일본 전역으로 점포를 늘려갈 계획이라고 한다.
 

중국기업의 진출은 일본의 지역경제에도 단비 같은 존재다. 나의 사촌형은 시코쿠 지역인 에히메 현의 대학 교수로, 전공은 ‘지역진흥(地域振興)’이다. 사촌형은 시코쿠의 경제상황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최북단의 북해도에서부터 남쪽의 큐슈·오키나와까지 중국인 관광객과 중국 기업들의 진출 러시가 시작되고 있지만, 시코쿠만은 소외되고 있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붉은 산호를 수확하는 고치 현의 일부 지역 등을 제외하면 도무지 차이나 머니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시코쿠의 4명의 지사가 모여서 대응책을 검토했다. 그리고 일본 전국에서 시코쿠에만 신칸센이 놓여있지 않는 것이 원인의 하나가 아니냐는 결론을 내리고 시코쿠 신칸센을 추진하기로 했다.

현지인들을 위해서라기보다 중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신칸센 건설이라는 점에 위화감이 느껴지지만, 어쨌든 중국인이 오지 않는다면 이대로는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 감소가 진행되어 시코쿠는 소멸하게 된다."
 

중국 기업과 관광객을 일본으로 유치하는 것은 분명 경제적으로 많은 이익이 있지만, 일단 중일 관계가 악화되면 그들은 금방 썰물처럼 빠져나가 버린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 기업은 우선 한국에 가서 ’중국 대책’을 배우고 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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