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8일 오후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2월 8일 오후 '건군절' 70주년 기념 열병식이 열린 가운데 이동식발사차량(TEL)에 실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가 등장한 모습을 조선중앙TV가 녹화 중계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20일 개최된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경제건설에 총력을 집중할 데 대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제시했다.

한국과 미국의 전문가들은 일반적으로 북한이 아직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능력을 완성하지 못했고, ICBM 능력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ICBM의 추가 시험발사가 필요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미국에게 큰 위협으로 간주되는 ICBM 능력 완성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를 통해 “우리 국가에 대한 핵위협이나 핵도발이 없는 한 핵무기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 어떤 경우에도 핵무기와 핵기술을 이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국내외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에 ‘비핵화 선언’과는 거리가 먼 ‘핵보유국 선언’을 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일례로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4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및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선언에 대해 ‘비핵화 선언’과는 거리가 멀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핵실험을 중단하고 핵을 선제적으로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과 핵무기와 기술을 이전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도 “북한이 책임 있는 핵무기 보유국이 될 수 있다는 선언”이라고 규정했다.

빅터 차의 주장이 부적절한 이유는 북한의 ‘비핵화 선언’은 남북정상회담을 거쳐 북미정상회담 이후에야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비핵화 선언은 미국이 북한과 관계를 정상화하고, 관련 국가들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며, 국제사회가 대북 제재를 전면 해제하는 방안에 대해 포괄적인 합의가 이루어질 때 나올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은 현 시점에서 ‘북한 비핵화 선언’을 기대하는 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것과 같다.
북한이 스스로를 ‘핵강국’으로 간주하는 것과 향후 비핵화 협상도 결코 모순되는 것은 아니다.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지 않으면 비핵화 문제를 가지고 한국과 미국이 북한과 협상을 진행할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당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채택한 결정서를 통해 “핵시험 중지는 세계적인 핵군축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우리 공화국은 핵시험의 전면중지를 위한 국제적인 지향과 노력에 합세할 것이다.”라고 밝혀 ‘핵군축’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런데 북한은 ‘세계적인 핵군축’에 대해 언급했지 미국과의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고 밝힌 것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결정서의 내용을 가지고 북한이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확대해석이다.

만약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북핵 프로그램의 완전하고도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폐기(CVID)를 요구하는 문재인 및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개최할 이유가 전혀 없다.

그러므로 김정은 위원장이 지금까지 한국과 미국, 중국 정부에 천명한 비핵화 의지와 향후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무시하고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계속 유지하려 한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인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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