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반도체 시장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중국 AI 반도체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국 AI반도체 시장을 선점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마윈이 이끄는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알리바바가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반도체 시장도 중국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국내 D램·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는 삼성전자·하이닉스가 독보적이다. 그러나 시스템 반도체에 해당하는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글로벌 IT(정보기술) 공룡들에 맞서 한국 기업의 시스템 반도체 경쟁력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3일 외신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알리바바가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 C-스카이 마이크로시스템을 인수하고 AI 반도체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앞서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내부 연구소인 '달마원'에서 AI 반도체 '알리 NPU(신경망 반도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AI 반도체는 이미지 및 영상 식별, 클라우드 컴퓨팅 등의 문제를 인공지능으로 해결한다. AI 반도체는 다양한 작업을 한 번에 처리하는데, 전자제품의 두뇌 역할을 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포함된다.

메모리 반도체가 데이터를 '기억'하는 장치라면, 시스템 반도체는 고차원적인 데이터의 '처리'를 담당한다. 컴퓨터에 쓰이는 그래픽처리칩(GPU), 모바일 기기에서 쓰이는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이 대표적이다.

AI 반도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개발은 페이스북·아마존·구글·애플 등 실리콘밸리에서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반도체 기술로는 AI 기능을 원하는 만큼 구현하기 어렵다는 판단 하에 AI 반도체 개발에 막대한 돈을 쏟고 있다.

구글은 2016년부터 AI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검색·이메일 등의 서비스에 사용하고 있고, 애플은 2020년부터 자사 컴퓨터에 자체 AI 반도체를 탑재한다고 밝혔다. 미국 인텔과 퀄컴의 반도체를 사용한 페이스북도 자체 AI 반도체 개발에 나섰다.

국내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AI 반도체 개발은 걸음마 단계다. 삼성전자가 AI 칩 개발을 시작한 정도다. 스마트폰 갤럭시S9에 NPU를 탑재했으며, 최근 양산을 시작한 AP 신제품 엑시노스9810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설계기술이 적용됐다.

김정호 카이스트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삼성전자가 AI 칩 연구를 내부에서 시작했지만 국내는 기초연구 단계"라며 "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수천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한데 연구 교수는 10여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나 정부에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데 아직 그런 움직임은 없다"며 "글로벌 IT 기업인 구글과 애플, 알리바바 등이 AI 반도체 시장에 뛰어든 것은 상당히 위협적"이라고 평가했다.

황철성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AI 반도체는 같은 일을 반복하기 때문에 메모리와 비슷한 구석이 없지 않아 있다. 국내 기업이 강점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선진업체에 비해 아직 기술 수준이 뒤떨어져 있다"고 짚었다.

이어 "결국 데이터 과학이다. 빅데이터에 잘 맞는 소프트웨어가 딥 러닝인데, 딥 러닝에 적합한 하드웨어를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며 '구글,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은 AI 서비스에 필수적인 데이터가 많기 때문에 전통적인 반도체 제조사들보다 유리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시스템 반도체는 반도체 설계 업체로부터 도면을 받아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Foundry) 방식으로 양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생산업체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라인 한 개를 짓는 데 10조원 이상 들고 공정 효율화에도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생산은 기존 파운드리 업체에 맡길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AI 반도체가 논리적으로 명령을 내리고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메모리 반도체의 용량도 늘어나야 한다. AI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따로 가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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