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 오너 일가의 갑질에 대한 폭로가 끝없이 이어지고 있다.

조현민 전무가 나이 많은 임원에게 괴성에 가까운 목소리로 모욕적인 언사를 이어가는 녹음파일의 공개에 대중은 경악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조현민 전무의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이 2013년 자택 리모델링 공사를 한 작업자에게 한 욕설까지 전파를 탔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미투운동과 같이 그 간에 있었던 오너 일가의 갑질에 침묵할 수 밖에 없던 '을'들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갑질을 넘어서 대한항공이 오너 일가의 국제 택배 역할을 했다는 제보까지 나온 상황이다.

대한항공이 아니라 대한택배라는 자조섞인 조롱까지. 결국 조양호 회장은 4월 22일 사과문을 발표하며 조현아 사장과 조현민 전무를 일선에서 배제시키고 전문 경영인을 양성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아직까지도 싸늘하기만 하다.
 
법적 쟁점은 무엇일까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 논란의 출발점인 조현민 전무의 광고대행사 직원에 대한 행동부터 살펴보자. 3월 16일 광고 회의 당시의 쟁점은 두개다. 유리컵을 던졌는지, 던졌다면 어느 방향으로 던졌는지와 종이컵에 들어 있던 매실음료를 사람을 향해 뿌렸는지 여부다.

일단 매실음료를 사람을 향해 뿌렸다는 부분은 어느 정도 시인하는 듯하다. 물이나 음료수를 사람을 향해 뿌리면 형법상 폭행죄에 해당한다.

폭행죄는 반의사 불벌죄여서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서 처벌이 불가능한 범죄로 이는 피해자와의 합의로 넘어갈 수 있다. 피해자 두 명 중 한명은 이미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한 상태다. 하지만 유리잔을 던졌는지 여부는 법적으로도 중대한 의미를 갖는다.

유리잔은 흉기는 아니지만 직접 맞았을 경우 흉기와 버금가는 위력이 있기 때문에 법적으로 '위험한 물건'에 해당한다. 따라서 직접 맞추지는 못했더라도 사람을 향해 유리잔을 던졌다면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한 폭행에 해당할 수 있어 형법상 '특수'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

사람을 향해 던지지는 않았더라도 다른 방향으로 던져 공포심을 유발했다면  '특수'협박에 해당할 수 있다. 이는 반의사불벌죄가 아니기 때문에 피해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처벌된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유리잔을 던졌는지, 조현민 전무측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유리잔을 밀쳤는지 여부다.

이 사건 외에 국민들을 경악하게 했던 임원에 대한 욕설은 형법상 모욕죄에 해당하나 이는 피해자가 고소를 해야 수사가 진행될 수 있어 이 부분에 대한 수사의 개시는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

다만 피해자들에게 허위 진술을 할 것을 회유하거나 강요하면 조현민 전무가 아닌 제 3자는 증거인멸죄가 성립할 여지가 있다. 경찰의 대한항공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를 확인하기 위한 절차였다.
 
이명희 이사장의 고성과 갑질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의 내사가 진행 중이다. 얼굴에 화초를 던지거나 무릎을 차는 등 직원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했다는 의혹과 2013년 자택 리모델링 과정 중에 작업자에게 욕설과 폭행을 했다는 내용이다.

대부분의 혐의는 폭행이나 모욕죄에 해당할 사안이기 때문에 결국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필수인 사안이어서 폭로자들의 처벌의사 확인이 수사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현민 전무와 이명희 이사장의 갑질은 국민의 분노지수와 무관하게 법적으로만 판단한다면 중형이 선고되기는 불가능한 사안이다.
 
사실상 대한항공을 총수일가의 사치품 등의 택배회사처럼 사용했다는 혐의는 다르다.  이는 관세법상 밀수에 해당할 수 있고 포탈 세액이 2억원 이상 5억원 이하의 경우 3년 이상, 포탈세액이 5억원 이상의 경우에는 5년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한 중범죄에 해당한다.

이에 관세청은 4월21일 그룹 총수일가 자택 세곳과 인천공항 제2터미널 대한항공 사무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했다.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로 재벌 총수 일가를 압수수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러 제보로 총수 일가의 밀수 관세포탈혐의의 내사가 정식 조사로 전환됐다.

포탈 액수의 확인도 중요하지만 지불한 돈의 출처도 중요하다. 본인들의 사비로 해외의 물품을 구입했다면 밀수나 관세포탈 혐의만 적용되겠지만 회사돈으로 이를 구입했다면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도 추가될 수 있다.

해외 지점장을 동원해 물품을 구입한 정황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역시 중요한 수사의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번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사태에 관한 법률적 이슈의 핵심은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가 될 것이다.
 
사과보다는 국민의 의구심 지우는 일이 궁극적인 해결책
 
총수일가의 갑질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던 대한항공도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에 대해 정식 수사가 개시되자 조양호 회장의 사과문을 발표했다.

얼마전 복귀한 조현아 사장과 조현민 전무를 경영 일선에서 배제하고 전문 경영인의 육성을 약속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우리나라의 특이한 재벌 경영 체제의 변화를 꾀하겠다는 것이다.

회사로서는 법적인 문제를 제외하고 내놓을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변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대중의 반응은 아직 싸늘하기만 하다. 이른바 땅콩회항 사건이 발생하고 집행유예기간도 통과하기 전에 슬그머니 조현아 사장을 경영 일선에 복귀시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번 쓰나미만 지나가면 다시 원상복귀될 것이라는 대중의 의구심을 지울만큼 진정성 있는 모습이 지속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총수일가의 행태에 대한 처벌과는 별개로.
 
대중은 대한항공의 '대한'을 바꾸라고 할 정도로 이번 총수 일가의 갑질에 분노하고 있다. 이 분노가 시간이 지나면 사그러들겠지라는 안이한 태도로는 이번 사태는 해결되지 않는다. '대한'이라는 이름이 걸맞는 대한항공으로 변화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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