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상하이를 세계 최대 주식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관련 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정부는 상하이를 세계 최대 주식시장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관련 제도를 개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콘도 다이스케 日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베이징 서쪽에 위치한 시청(西城)구 일각에는 ‘금융가’로 불리는 구역이 있다. 남단에는 중국 인민 은행 본점이, 북단으로는 중국 정부의 유일한 공식 자문 기관인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장엄한 건물이 들어서 있다.

그 사이로는 중국 금융 기관들의 본점과, AIIB(아시아인프라투자 은행)의 본부 빌딩이 북적거리고 있다.
2018년 4월, 이곳을 찾은 나는 현지의 금융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두지아오쇼(独角獣)’와 ‘CDR’, 이 두 낯선 용어가 중국 금융가의 유행어로 자리 잡고 있었다.
우선 ‘두지아오쇼’란 유니콘의 중국어 이름이다. 유니콘은 설립한 지 10년 이내의 회사로, 기업 가치 10억 달러가 넘는 비상장 기업을 말한다. 일본에서는 1개밖에 없는 이 유니콘 기업이 중국에서는 164사나 된다.

중국 과학기술부 산하의 싱크 탱크가 3월 23일 발표한 <2017년 중국 유니콘 기업 발전 보고>에 따르면, 중국의 유니콘 기업은 전년도의 133사에서 1년 만에 31개사가 늘어난 164개사라고 한다. 또한 이들 기업 가치의 합계는 6248억 달러로 원화로는 약 670조원에 이른다!

기업 가치 100억 달러 이상의 거대 유니콘 기업도 10사나 된다. 1위는 알리바바 산하의 인터넷 금융사인 엔트 파이넨셜(蟻金服)로 기업가치 750억 달러, 2위가 인터넷 택시회사인 디디추신(滴滴出行)으로 기업가치 560억 달러, 3위가 저가전자제품 제조사인 샤오미(小米)로 기업 가치 460억 달러, 4위 알리바바 산하의 클라우드 서비스업체인 아리윈(阿里雲)은 기업가치 390억 달러, 5위가 텐센트 산하의 인터넷 배달 서비스 업체인 메이뚜안 디안핑(美団点評)으로 기업가치 300억 달러다.

이 밖에 6위는 신생에너지 자동차 기업인 CATL(寧徳時代), 7위는 인터넷 매체인 토우티아오(今日頭条) , 8위가 인터넷 물류업체인 CAINIAO(菜烏網絡), 9위와 10위는 각각 인터넷 금융업체인 류진쒀(陸金所)와 제다이바오(借貸宝)다.

164곳을 업종별로 보면 인터넷 쇼핑몰 20.1%, 인터넷 금융 12.8%, 물류 8.5%, 건강 7.9%, 인터넷 교육 6.7%, 신생에너지 자동차 6.1%, 문화 오락 5.5%, 교통 5.5%, 클라우드 서비스 3.0%, AI 3.0%의 순이다.
그 동안 상하이 증권 거래소는 IPO(신규 상장 주식)에 대해서 까다로운 ‘8항목’을 조건으로 걸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신흥 IT산업에게 있어서 상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은 이른바 ‘제6항’으로 불리는 재무 요구다.

상하이 증권 거래소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은 상장 전 3년 간의 누적 순이익이 3000만 위안 이상이 되어야 한다. 또 상장 전 3년간의 현금 유통 자금이 5000만 위안 이상이거나, 누계 매출액이 3억 위안 이상이어야 한다. 또 무형 자산과 순자산 비율이 20%를 넘지 못하며 과거 3년간의 재무 보고에 허위 기재가 있어서는 안 된다>

신흥 IT산업들은 그 해 매출이 전년 대비 1000%가 넘는 성공 스토리도 존재하기 때문에, ‘3년 단위’기업 경영을 생각하는 기존의 증권 시장에 맞지 않는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신흥 IT기업들도 상장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2018년 1월에 선전에서 만난 DJI(大疆創新 다장촹신)의 간부는 주식 상장 예정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우리는 주식을 상장할 생각이 없다. 주식 상장의 최대 장점은 경영 자금을 조달하는 것인데, 우리 회사에는 세계에서 투자하겠다는 회사가 줄을 서고 있다. 주식 상장은 주주의 눈치를 보면서 회사를 경영할 수밖에 없다는 면에서 경영에 마이너스이다. 또한 인수나 경영진 교체와 같은 리스크도 생긴다. 우리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신흥 IT기업들이 주식상장의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다시 말하면 현재 증시 구조 자체가 21세기의 세계 경제 추세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다."

2018년 중국은 대담한 주식 시장 개혁을 벌이고 있다. 첫째, 상하이 주식사장의 까다로운 ‘8항목 조건’에 예외 규정을 만들어, 164개의 유니콘 기업을 상하이 시장이라는 ‘우리’ 안에 넣는 것이다. 그리고 상장 여부는 개별 회사가 아니라 시진핑 정부가 결정한다. 그것이 사회주의 시장 경제의 ‘법칙’이다.

2번째는 CDR의 도입이다. CDR은 중국 예탁 증권(Chinese Depository Receipt)의 약칭으로 2018년 중에 시작할 예정이다. BAT라고 불리는 중국 IT 빅 3중, 알리바바와 바이두는 NY시장에서, 텐센트는 홍콩 시장에서 상장하고 있다. 신흥 IT기업의 입장으로 보면 어차피 상장한다면, 세계 최대이며 최첨단인 뉴욕 증권 거래소를 택하고 싶다.

그런데 중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든지 이들을 중국 시장으로 되돌리고 싶어 한다. 그래서 CDR이라는 제도를 도입하여, 해외에서 상장하고 있는 중국계 기업의 주식을 그대로 상하이 시장에서도 팔게 한다는 계획이다. 신탁 회사가 예탁증권을 발행하는 구조를 갖추면 그것이 가능하다.

최근 베이징의 금융가에서 만난 한 금융 당국자는 주식시장 개혁의 필요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2기 시진핑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 확대와 2021년 중국 공산당 100주년을 위한 경기 부양을 위해 2014년 후반~2015년 전반에 있었던 주식 붐을 다시 한 번 조성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주식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다. 유니콘 기업의 참가와 CDR의 도입으로 상하이를 뉴욕을 뛰어넘는 세계 최대의 주식 시장을 만들려고 한다. 그래서 트럼프와 미국에게 제대로 한방 먹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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