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북 울진의 한 전통시장의 한산한 모습(사진=뉴시스)
지난 20일 경북 울진의 한 전통시장의 한산한 모습(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고용시장 침체와 보호무역 확대에 따른 수출악화로 소비자 심리가 사상 처음으로 5개월째 위축됐다. 소비자심리지수는 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과 미세먼지 확산 등도 소비심리를 얼어붙게 했다.

25일 한국은행의 2018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결과에 따르면 4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전달에 비해 1.0포인트 하락한 107.1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4월(100.8) 이후 최저 수준이며 지난해 12월 이후 줄곧 하향세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지수는 여전히 기준선인 100(2003년 1월~2017년 12월 평균)을 넘고 있어 소비자 심리가 장기 평균보다 낙관적인 상황으로 진단됐다. 소비자 심리가 100보다 클 경우 소비 심리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응답자가 많은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번 소비자동향조사는 지난 10일부터 17일까지 전국 2200가구를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1978가구가 응답한 결과다.

소비자심리지수 하락 요인으로는 지난 2월 이후 맞불 양상을 보이고 있는 미중 무역분쟁의 확전 가능성, 원화 강세 등에 따른 수출 둔화 우려 등이 꼽혔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소비자심리지수가 크게 상승했다가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라면서 "5개월 연속 하락하긴 했지만 하락 폭 자체는 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취업자 증가 폭이 2~3개월 연속으로 10만명 대로 떨어지는 등 국내 고용시장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도 소비 심리가 풀리지않는 주요 요인인 것으로 분석됐다.

세부적으로 보면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는 6개 지수 가운데 4개가 하락했다.

주택가격전망CSI는 전월 대비 6포인트 급락한 10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8ㆍ2대책이 발표된 8월(-16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은행권 대출 기준 강화, 주택공급 과잉 우려,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 둔화 등이 부동산시장에 대한 회의적 전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판단CSI와 향후경기전망CSI는 각각 86와 96을 기록하며 전달에 비해 1포인트 하락했고, 가계수입전망CSI와 소비지출전망CSI는 102와 107로 각각 1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현재생활형편CSI와 생활형편전망CSI는 각각 95와 102를 기록하며 전달에 비해 보합세를 보였다.

임금수준전망C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떨어진 120을 기록한 반면, 금리인상 기대를 반영하는 금리수준전망CSI는 1포인트 오른 128로 집계됐다.

취업기회전망CSI는 전달과 같은 94를 기록했다. 취업기회전망CSI는 지난해 12월(102)을 마지막으로 100 밑으로 떨어진 상태다.

한은 관계자는 "이번주 남북정상회담 이후 낙관적인 결과가 나오면 소비자심리엔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년 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얼마나 오를 것 같은지 나타내는 물가인식은 2.5%로 보합을 나타냈고,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을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 역시 전월과 같은 2.6%로 집계됐다.

소비자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칠 주요 품목(복수 선택가능)으로는 공업제품(49.9%), 공공요금(45.7%), 농ㆍ축ㆍ수산물(35.5%) 순으로 나타났다.

한 경제전문가는 "청년실업률이 10% 대에 근접하고 체감실업률은 20%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지난 3월 실업률이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됐다. 고용시장 침체가 소비심리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미세먼지 확산에 따른 외출 자제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회의론도 소비심리에 부담을 줬을 수 있다"면서 "유통업뿐만 아니라 외식업계 등이 직ㆍ간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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