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업체 시세표 현황(사진=뉴시스)
지난 2월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업체 시세표 현황(사진=뉴시스)

[뉴시안=김지형 기자] 전국 부동산 소비심리가 악화하면서 수도권에서 '역전세난' 조짐이 강화되고 있다. 여전히 터무니없이 높은 수도권 매매ㆍ전세가는 전세값 하락 전망 속에서도 부동산 시장이 얼마나 왜곡됐는지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만 대출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여파가 부동산 소비심리와 주택시장 동향 등 부동산지수에 실반영되고 있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집주인들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전셋값이 억 단위로 떨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의 2018년 4월 소비자동향조사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CSI는 전월 대비 6포인트 급락한 101로 집계됐다.

이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핵심 규제로 한 8ㆍ2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난 8월(-16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이다.

특히 은행권 대출 기준 강화, 주택공급 과잉 우려, 아파트 매매가격 약세 등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회의적 전망을 확산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16일 국토연구원이 발표한 2018년 3월 전국 부동산시장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4.0포인트 내린 106.0을 기록했고, 같은 달 수도권 부동산 소비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5.8포인트 떨어진 109.6으로 집계됐다.

이달부터 다주택자가 집을 팔 때 최고 60%의 양도세를 물리는 다주택자 중과세 정책이 시행되면서 거래량 감소도 예견되고 있다.

강남 대치동 한 부동산업자는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시행 이전 거래 매물로 인해 지난달 아파트 매매가 100건이 넘었는데 4월 들어 10분의 1토막이 났다"면서 "매매가격뿐만 아니라 역전세현상 등으로 강남 3구 고가 아파트의 경우 거래 가격이 1~2억원씩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가구 2주택 이상 보유자의 부동산 매도가 늘어나면서 매도자에 비해 매수자 우위 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KB국민은행의 주간 주택시장동향 조사결과에 따르면 4월 첫째주(2일) 기준 서울 매수 우위지수는 94.8로 집계돼 3개월 만에 기준점인 100을 밑돌았다.

지난 1월1일 98.8일 기록한 뒤 11주 연속으로 100을 웃돌았지만 3개월 만에 그 기세가 꺾였다.

매수 우위지수는 부동산중개업체 3000여 곳을 대상으로 아파트 매도자와 매수자 가운데 어느쪽이 많은지를 확인해 산출하는 지수다. 지수범위는 0~200이며 기준점인 100을 웃돌면 매수자가, 밑돌면 매도자가 상대적으로 많다는 뜻이다.

지역별로는 서울강북 14개구 매수 우위지수가 이달 95.7로 집계됐다. 지난해 11월 20일 이후 처음으로 기준점을 밑돌았다.

강남 11개구 매수 우위지수의 경우 93.7로 역시 1월1일(82.1) 이후 가장 낮았다.

전국 매수 우위지수는 한참 낮은 45.5를 기록했다. 서울 매수 우위지수는 2006년 12월 101.2를 기록한 이후 무려 10년 가까이 기준점을 밑돌고 있다. 2012년에는 한 자릿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서울 매매거래지수는 17.9로 11월 6일 이후 5개월 최저 수준이다.

서울지역 전세 수급지수는 2일 111.3으로 2009년 3월23일(109.2) 이후 약 9년 만에 가장 낮았다. 전세 수급지수는 전세수요 대비 공급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0~200 범위에서 수치가 높을수록 전세 공급부족을, 낮을수록 수요 부족을 뜻한다.

한 수도권 부동산업자는 "서울의 전셋값이 4년여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면서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구입한 갭 투자자들이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가격을 낮춘 물건들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시장 전문가는 "최근 수도권 내 입주물량이 많은 곳에서는 전셋값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면서 "갭 투자 입장에서는 부담해야 할 금액이 늘어나고, 세입자를 찾지 못하는 이중고가 깊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경제전문가는 "거래절벽과 공실 우려에도 불구하고 매매 및 전세가격이 수도권에서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호가하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의 괴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출규제와 양도세 중과 뿐만 아니라 서울 투기위험지역 중심으로 부동산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특히 재건축 아파트와 신규분양 지역에서의 불법과 투기를 근절시켜야 8.2부동산 대책이 실효성이 있을 것 같다. 부동산 시장에서 '강남불패'는 이제 사라져야 할 적폐"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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