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경의선 최북단역인 도라산역 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 1월 12일 경기도 파주시 군내면 경의선 최북단역인 도라산역 에서 관광객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정윤기 기자] 남북 정상회담은 주식시장에도 훈풍을 불러왔다. 회담이 열린 27일 주식과 채권, 원화까지 일제히 강세를 보여 금융가에는 낙관적인 분위기가 돌고 있다.

이번 남북 대화로 우리에게 늘 존재해왔던 가장 큰 불안요소인 ‘전쟁가능성’이라는 위험부담이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다. 물론 전날 미국 채권금리가 하락한 영향도 어느 정도 작용했다.

거기다 29일 일요일 발표된 북한의 적극적인 비핵화 의지와 표준시 조정 소식까지, 앞으로 대대적인 개방을 예고하는 청신호가 켜졌다.

한달 뒤 진행되는 북미 정상회담까지 이런 화해와 개방 기조가 유지된다면 원화 강세와 그동안 우리가 받아왔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사라져 외국 자금 유입이 원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코스피 이틀째 상승, 한때 2500선도 돌파

정상회담이 열린 금요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2475.64)보다 16.26포인트(0.68%) 오른 2492.40으로 마감했다. 전날의 3.45% 상승에 이른 이틀 연이은 상승세였다. 특히 정상회담을 앞둔 오전 9시17분께 최고치를 돌파, 2508.13를 기록하며 지난 달 22일(2508.71) 이후 한 달 만에 2500선을 넘었다.

4월 들어 매도에 주력했던 외국인은 이틀 동안 1459억 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에 나섰고,  개인도 2567억 원 순매수로 돌아섰다. 반면 기관은 3964억 원을 순매도하여 차익을 거뒀다.

업종 별로 살펴보면, 정상회담에서 언급된 '고속철도'와 관련된 주가 급등세를 보였다. 현대로템(4.31%), 대아티아이(25%), 대호에이엘(13.62%), 푸른기술(30%), 에코마이스터(6.21%) 등 철도 관련주가 눈에 띈다.  

한편 섬유의복(-0.39%), 비금속광물(-1.17%), 철강금속(-1.44%), 건설업(-1.09%), 운수창고(-0.75%). 금융업(-0.22%) 등 남북 회담으로 수혜를 입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들은 모처럼 차익 실현에 나선 매물이 쏟아져 하락 마감했다.

이재선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비핵화 및 종전 선언으로 여느 정상회담과는 확실히 다른 이번 남북 회담으로 외국인 자금 유입이 계속되는 것이 주요한 변곡점"이라고 밝혔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한반도 지정학적 리스크가 해소되고, 금융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낮추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오 연구원은 "비핵화 과정이 검증을 받고 이에 따른 경제 제재 해제, 경협 진행 등이 경제적 효과를 가져 오기까지 시장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다행히 북한이 비핵화 검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경제적 효과를 불러오는 시기는 애초 예상했던 6개월~1년보다 훨씬 앞당겨질 것으로 보인다.

원·달러 환율 6거래일 만에 하락

외환 시장에도 낙관적인 조짐이 일고 있다. 남북 회담이 열린 날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은 지난 19일 이후 처음으로 하락, 전 거래일(1080.9원)보다 4.3원 내린 1076.6원으로 마감했다. 그동안 미국 장기금리 상승세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강 달러로 원·달러 환율은 오름세를 보여 왔다.

그런데 27일 미 국채 금리가 3% 떨어지면서 환율도 상승폭을 회복했다. 6거래일 연속 상승했던 미국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하락 전환한 것이다. 또 월말이라 수출 네고물량이 유입돼 수급상 매도 우위를 이루어 원화 강세를 거들었다. 

남북정상회담과 미 국채금리 하락은 채권 가격에도 영향을 미쳐 강세를 보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3.3bp(1bp=0.01%) 내린 2.201%, 국고채 1년물 금리는 1.3bp 내린 1.875%, 국고채 5년물 금리는 3.9bp 내린 2.471%로 집계됐다. 

장기물도 같이 하락세를 보여 국고채 10년물은 전날보다 4.9bp 내린 2.700%, 국고채 20년물은 4.6bp 하락한 2.704%를 기록하고 있다. 또 국고채 50년물은 3.8bp 하락한 2.683%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과 미국 국채금리 하락과 함께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중앙은행(BOJ)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채권금리 하락을 이끈 것으로 내다봤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남북회담이 열리는 이 날 원화, 주식, 채권이 모두 호조를 보였다. 미 국채 10년물이 3% 아래로 내려오고 ECB 통화정책회의도 나쁘지 않은데다  BOJ 영향으로 오후 들어 하락폭이 커져 남북 정상회담과 대외 이슈가 우호적인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 연구원은 "북미 정상회담 결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나면 신용등급 상승과 신용부도스왑(CDS) 프리미엄 하락도 기대되는데, 그러면 원화와 채권도 더 내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다만 금리는 제한된 수준에서 오르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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