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인스타그램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인 모델 루카의  인스타그램(사진=루카 인스타그램)
일본은 인스타그램 열풍이 불고 있다. 일본인 모델 루카(RUKA)의 인스타그램.(사진=루카 인스타그램)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의 '일본은 지금'] 전 세계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SNS, ‘인스타그램’의 열풍이 일본에서도 한창이다. ‘인스타그램용 사진발’을 뜻하는 ‘인스타바에(インスタ映え)’가 2017년 10대들이 뽑은 유행어 1위에 선정되기도 했으며, 일본 최대의 은행인 미츠이스미토모 은행그룹 계열의 컨설팅업체 SMBC가 선정한 2017년 힛트상품 1위에 이름을 올려 화제를 모았다. 

인스타그램은 사진이 중심이 되는 SNS로서,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과 동영상을 다양한 필터로 가공한 후에 온라인에 올려 공유하는 스마트폰 앱이다. 현재 전 세계의 8억명의 유저를 보유하고 있는데, 특히 비주얼을 중요시하는 20대가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SNS로 정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페이스 북의 주 사용자가 40대 이상의 중장년층으로 확대되면서 자신들만의 공간을 원하는 젊은층이 인스타그램으로 ‘이주’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2014년 일본에 처음 상륙한 인스타그램의 일본인 유저수는 2015년 810만, 2016년 4월에 1000만명을 돌파한 후, 2017년에는 2000만명을 돌파했다. 인스타그램 활동에 적극적인 일본인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인스타바에’를 노린 상품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일본 최대 여행사인 HIS는 작년 3월부터 인스타그램용 사진촬영을 목적으로 하는 여행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하와이, 발리섬, 방콕 등 총 10개 지역의 여행상품이 준비되어 있는데, 일반 여행상품보다 20%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20대-30대 여성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수많은 팔로워를 보유한 인기 인스타그래머(인스타그램 유저)가 여행을 안내하는 ‘인스타포토투어’라는 여행상품도 판매되고 있다. 유명 인스타그래머들의 안내로 사진발이 좋은 스폿을 여행하면서, ‘좋아요’를 많이 받을 수 있는 촬영기법을 배운다는 취지이다.

편의점과 레스토랑, 카페 등도 ‘인스타바에’가 좋은 상품기획에 열을 올리고 있다. 2016년 9월에 출시된 메이지 제과의 'the chocolate'은 수제감각의 고급스런 패키지로 젊은 여성들에게 ‘인스타바에 상품’으로 입소문이 났다. 일반 쵸코렛의 두 배나 되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출시 8개월 만에 2000만개가 판매되어, 연간 목표판매량을 초과 달성했다.

미국의 인스타그램에서 유행하고 있는 ‘유니콘 컬러(엷은 무지개색)’와 ‘밀레니얼 컬러(엷은 핑크색)’로 장식한 도넛과 아이스크림 등의 디저트도 앞 다투어 출시되고 있다.

2017년 12월에 처음 열린 인스타그램용 사진촬영을 위한 이벤트 ‘도쿄 아이스크림랜드’는 단 3일간의 개최에 7000명이 입장해 큰 성황을 이뤘다. 올해부터는 오픈기간을 한 달로 늘려 개최하고 있다. 유명 호텔들은 환상적인 조명시설에 ‘인증샷 존’까지 갖춘 야간수영장을 일반인들에게 개방하여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인스타바에가 얼마나 좋은지를 측정할 수 있는 ‘instafly’라는 스마트폰 앱도 출시되었다. 앱 개발자인 이누이 아키히로씨는 1만 5천장의 사진으로 기계학습을 한 AI를 사용, 사진의 인스타그램 적합도를 측정하여 수치로 알려주는 알고리즘을 만들었다고 한다.

인증샷을 위해 가족이나 친구역할을 대여해주는 업체도 등장했다. 업체는 2시간에 8000엔을 받고 인증샷을 함께 찍는 스태프를 파견하는데, 크리스마스나 벚꽃놀이 시즌 등에는 월 50여건의 의뢰가 들어온다고 한다.         

한편 인스타그램 열풍은 많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선정한 인스타바에의 성지로 불리는 도쿄디즈니랜드는 최근 인증샷을 위해 매너 위반 행동을 일삼는 입장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셔틀버스가 다니는 길목에 쪼그리고 않아 사진 찍기에 열중하는 10대들, 위험한 놀이기구에서 몸을 내밀고 사진을 찍는 위험천만한 젊은이들, 오브제를 올라타거나 길바닥에 드러누운 채 사진을 찍는 여고생들도 있다. 도쿄 디즈니랜드에서 벌어지는 ‘예의바른 일본인’의 일탈행동이 매스컴을 통해서 보도되면서, 사회적으로 비난이 일고 있다. 

후쿠오카 현의 사사구리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한 규슈대학의 농학부연습림이 ‘인증샷’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관광객들로 인해 오염되고 있다는 뉴스도 화제가 되었다.

규슈대학은 연구를 목적으로 조성된 연습림을 2010년부터 지역민의 휴식처로 개방했다. 이 곳 물속에서 자라는 거대한 낙우송이 인스타그램에서 화제가 된 후, 사람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들면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주변지역의 교통정체는 물론, 담배꽁초와 바비큐의 흔적이 발견되는가하면. 인증샷을 위해 출입금지 지역까지 들어가는 사람들로 자연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이다. 결국 대학은 오염된 숲을 보호하기 위해 일시폐쇄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인증샷을 위해 민폐를 서슴지 않는 인스타그램 유저들이 사회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인스타 사진발을 뜻하는 유행어였던 ‘인스타바에’가 인스타그램 민폐족을 야유하는 ‘인스타바에(インスタ蝿=인스타그램과 ‘파리’의 합성어)로 둔갑하기도 한다. 사진촬영을 금지하는 ‘촬영 NG존’을 설정한 레스토랑과 점포도 늘어나고 있다.

일본의 매스컴들은 인스타그램의 열풍 뒤에는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승인욕구’가 숨어있다고 설명한다. 인스타그램의 ‘좋아요’와 팔로워 수로 자신의 존재가치를 증명하려는 고독한 일본인들의 자화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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