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6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과정을 담은 CNN의 뉴스클립. 북한은 지난 2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처럼 대내외 공개하겠다고 남한 측에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2008년 6월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냉각탑을 폭파하는 과정을 담은 CNN의 뉴스클립. 북한은 지난 4월 29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영변 원자로 냉각탑 폭파처럼 대내외 공개하겠다고 남한 측에 전달했다. (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9일 5월 중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폐쇄하고 이를 공개하겠다고 선언했다. 북ㆍ미 정상회담에 앞서 비핵화 '선제카드'를 뽑아 든 모양새다. 북한의 비핵화 로드맵 설정에서 트럼프 정부가 지속적으로 주도권을 거머쥘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지난달 초 극비리에 방북해 김 위원장을 접견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9일(현지시간) 중동순방 중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ㆍ미 정상 간 도출할 비핵화 합의와 관련) "'완전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 방법론에 대해 (김 위원장과) 심도 깊게 논의했으며, 이를 위한 '진짜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비핵화가 달성되리라는 것을 입증할 수 있는 조치들을 (북한에)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면서 "이 행정부가 매우 분명한 입장을 취해왔듯 우리는 북한의 핵 제거를 설득하는 데 있어 그 이전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이 이미 쓸모없어진 곳인데 북한의 생색내기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이는 핵보유국의 '핵동결 선언'이라는 평가절하 해석도 나왔다.  김정은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가 보여주기식 전략이나 위장전술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 회담장에서 "(풍계리 실험장을) 와서 보면 알겠지만, 기존 실험시설보다 더 큰 2개의 갱도가 있고 이는 아주 건재하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틀 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과정을 전 세계 언론에 공개할 의사가 있다고 한국 측에 전달하기까지 했다. 이는 국제사회가 품고 있는 의구심에 대한 진정성을 증명하기 위한 적극적 제스처로 풀이된다.

또한, 폼 페이오 장관 방북 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받은 김 위원장이 정상회담 성사를 위해 자발적 사전조치를 취했다는 신호를 미국 측에 보낸 것 아니냐는 평가도 제기될 수 있다.

CVID 원칙에서 일괄타결을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과 '단계적ㆍ동보적(동시적)' 조치를 요구해 온 김정은 위원장 사이에서 물밑협상을 통해 구체적인 접점이 형성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이 남ㆍ북ㆍ미 연쇄 정상회담 이후 전격적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검증과 사찰을 수용할 것이란 전망도 힘을 얻고 있는 상태다.

미국 측은 북한이 핵동결→핵시설 신고→IAEA사찰 및 검증→불가역적 핵시설 폐기 등을 최단시간 이행하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 트럼프 정권 말기, 일본 도쿄 올림픽 개최 이전인 2020년이 데드라인으로 제시되기도 했다.

이같은 북한의 핵실험장 사찰 수용은 대량살상무기 포기를 선언한 후 우라늄 농축에 필요한 원심분리기 부품과 핵원료 등을 통째로 미국 측에 넘긴 '리비아식 모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선조치 후 보상'을 골자로 한 리비아 모델은 존 볼튼 국가안보회의(NSC) 신임 보좌관이 주장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백악관 내에서 북ㆍ미 간 합의될 비핵화 로드맵을 두고 리비아식으로 접근하는 '강경론'과 포괄적 합의ㆍ단계적 비핵화로 접근하는 '유화론' 등 다양한 이견이 존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될 수도 있다.

 미국 측을 측면 압박하는 동맹국의 외교적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일본의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무상은 4월 30일(현지시간) 요르단 수도 암만에서 중동 순방 중인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갖고 "CVID를 실현시키기 위해 최대한의 압력을 유지하자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앞으로 대화 국면에서 대북공조 의지를 확인했다"고 일본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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