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청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발언하자, "노벨!"이라고 외쳐 트럼프 대통령을 흐뭇하게 만들었다.(사진=뉴시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간) 미 미시간주 워싱턴에서 열린 중간선거 지원 유세장에서 연설을 하면서 환하게 웃고 있다. 이날 청중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발언하자, "노벨!"이라고 외쳐 트럼프 대통령을 흐뭇하게 만들었다.(사진=뉴시안)

[뉴시안=김동현 보스턴 통신원의 미국정치 산책] 11년 만에 재개된 4·27 남북 정상회담은 성황리에 마무리되었지만 화해 분위기의 한국과는 달리 미국의 시선은 차분하다. 북한과 관련된 한국과 미국의 국익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북 정상이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의 세 기둥인 ▲ 남북 관계 개선 ▲군사적 긴장상태 완화 ▲평화체제 구축은 한국의 국익 계산법을 잘 드러낸다.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 평화·번영·통일에 중요한 관문이지만 남북 관계의 유일한 의제는 아니다.

반면, 북한과 관련된 미국의 국가 이익은 ▲미 본토 수호 ▲핵 비확산 체제 유지 ▲동아시아 국제질서 유지로 크게 나뉜다.

미 본토 수호는 미 대통령의 최우선 순위로 타협할 수 없는 국익이다. 북한의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은 미 본토를 북핵 위협에 노출시킨다.

북한의 핵·미사일 프로그램 폐기는 미 본토 수호라는 국익에 필수조건이다.

본토 수호와 더불어 중요한 것은 핵 비확산 체제 유지다. 미국은 과거 소련, 현재 러시아, 중국과 공포의 핵 균형을 성공적으로 유지해왔기에 북한의 핵사용을 억지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북 전략을 ‘억지’로 전환하는 순간 북한을 핵무장국가로 인정하게 되고 ‘핵 비확산 체제’라는 국익을 손상시키게 된다.

지속되는 북한의 핵무장은 동아시아 국제질서에 변동을 가져올 가능성이 높다.

제2차세계대전 이후 정착된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국제질서는 북핵으로 미국 동맹이 약화되고 역내 질서를 바꾸는 위험성을 수반한다.

즉, 미국에게 북한의 비핵화는 다른 모든 의제를 압도하는 전략적 우선순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남북 정상회담을 바라보는 미국의 기준점은 북한이 얼마나 비핵화 의지를 드러냈느냐가 관건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 의지를 판가름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 셈이다.

미국은 북한의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 (CVID)를 정책 목표로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발언은 CVID와 일맥상통한다.

미국의 관점에서 4·27 남북 공동성명의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였다”라는 조항은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선언이다.

2005년 9·19 공동성명 대비 구체성이 부족하고 검증 관련 부분이 언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남북 정상회담은 과장된 선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의 비핵화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였다며 2000년과 2007년의 실수를 반복할 위험성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보다는 남북 연방제 통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한미 간 정책 우선순위의 차이를 경고했다.

반면 공동 성명에서 비핵화 언급, 핵·미사일 시험 중단,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되기도 한다.

북한이 북미 회담 전 선의의 제스처를 취해 비핵화의 의지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극비리에 북한을 방문한 신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도 김정은과의 대화에서 비핵화에의 진지한 태도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힌 바 있다.

뉴욕타임즈는 “남북 정상회담, 희망과 의심을 불러일으키다”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김정은이 제재 해제, 경제 개발과 미국의 불가침 약속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며 남북 정상회담이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에 희망을 불어넣었다고 평가했다.

남북 정상회담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하나의 기준으로 판단하기에는 남북 간 의제가 다양한 것이 현실이다.

그럼에도 미국은 자신의 국익에 비추어 볼 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핵심 이익을 기준으로 북한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 조야의 평가가 한국과 엇갈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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