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2000년 10월 736포인트에서 2018년 4월 현재 1만 6,115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18년 동안 20배 넘는 상승을 보여주었다. 고평가 논란에 이번 분식회계 악재를 계기로 하락할 것인가 여부에 초점이 모아지고 있다. (차트=하나금융투자)

[뉴시안 맛있는 주식=송범선 기자] 금융감독원의 '회계처리 위반' 통보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가 급락한 가운데 바이오 종목들의 앞날에 먹구름이 끼었다.

금감원이 다른 제약·바이오 기업들에 대해서도 동일한 회계처리 이슈가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바이오 업종 전체에 분식회계 우려

지난달 12일 금융감독원이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을 대상으로 회계처리 특별감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파문이 터졌다. 이 때문에 바이오 업종의 회계 신뢰성 자체가 의심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일부 전문가들은 “많은 바이오 회사들이 ‘바이오 대장주’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슷한 사례가 있을 것”이라 전망하고 있다.

회계처리 문제에 대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회계처리에 대해 외부감사인으로부터 적정하다는 의견을 받은 바 있다"며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를 반박했다.  주가는 그러나 여전히 하락세다.

고의성이 인정되면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의 최대 20%까지 과징금이 추징될 수 있다. 또 회계 처리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의 2.5%를 넘어가면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된다.

이같은 20% 과징금이 다른 바이오 회사들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대두되자 시장은 일순 공포감에 휩싸였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재무제표. 분식회계 논란이 나오고 있다. (표=와이즈에프엔)

바이오업종 고평가 논란

바이오 종목들은 원래부터 펀더멘털에 비해 고평가를 받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미래가치를 먹고 사는 업종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전날 비상장 관계사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회계처리와 관련해 금감원이 분식회계로 결론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도 덩달아 17.21%나 급락했다.

주가는 4월 10일 고점이었던 60만원에서 순식간에 40만원이 되었다. 한달도 채 안되는 기간에 시가 총액 3분의 1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현재 구간에서 싸다고 말할 수는 없다.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의 PBR은 6.72를 기록 중이다. 주가의 33%가 증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현재 주가는 자산대비 6배 이상 고평가된 상황인 것이다.

제약 업종 전체적으로도 고평가 상황이다. 코스피 시장에서 의약품 업종은 2000년 10월 736포인트에서 2018년 4월 현재 1만 6,115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18년 동안 20배 넘는 상승을 보여주었다. 다른 업종들의 상승에 비해 제약 바이오 업종의 상승만 너무 도드라진다는 점이 고평가의 원인으로 지적받는다.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돈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했다는 논란도 바이오 업종에 악재다. (사진=픽사베이)

R&D는 자산인가. 비용인가

또 일부 바이오 기업들은 그동안 연구개발(R&D)에 들어간 돈을 비용이 아닌 무형자산으로 처리해 왔다는 점에서 '실적 뻥튀기'논란까지 나오고 있다.

바이오 업종의 경우 다른 업종에 비해 R&D 비용의 규모가 매우 크다. 그렇기 때문에 연구개발비용을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할지 자산으로 처리할지 여부가 회사 재무제표에서 이익 또는 손실과 직결된다.

통계에 따르면, 올해 시가총액 1조원 이상의 제약·바이오사가 작년에 연구개발비(R&D)의 28% 가까이를 자산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제약·바이오사가 R&D 비용의 10%대 정도만 자산화하고 나머지는 비용 처리를 하는 것을 고려하면 국내 바이오 회사들이 실적을 크게 부풀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제약·바이오주가 하락세에 접어들면 실적 부풀리기를 한 제약사를 중심으로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며 투자자들의 주의를 환기했다.

물론 R&D 비용을 많이 지출하고 자산화 비중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성공 가능성이 있는 신약을 개발한다는 증좌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제약·바이오업은 특성상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분야인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신약 개발에 실패하면 무형자산으로 잠정 처리한 R&D 비용이 순식간에 손실로 바뀐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R&D 비용 자산화율 등을 비교하면 '옥석가리기'가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연구개발비를 비용과 무형자산 중 어떤 것으로 처리하느냐에 따라 영업적자냐 영업흑자냐가 갈린다.  R&D 자산화 비율 문제가 추가 악재가 되어 바이오 기업들에 대규모 주가 조정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은?

이번 사태로 인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 폐지될 경우, 바이오 업종은 더 크게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진흥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소는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100% 상장폐지로 결정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과거 분식회계에 연루됐던 한국항공우주, 대우조선해양 등이 그런 경우다. 진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악재가 분명하지만 막상 상장폐지가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홍가혜 대신증권 연구원은 "상장적격성 실질심사까지 진행된다면 거래 정지가 이뤄질 수 있으나 아직 섣부른 판단은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이슈는 중대한 사안으로 충분한 의견교환이 필요한 만큼 단기간에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폐지 가능성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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