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발부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3월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자택에서 나와 동부구치소로 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준환 기자] 이명박(77)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한 법정 공방이 3일 시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 날 오후 2시10분부터 다스(Das) 실소유주 의혹을 가리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등 혐의 1차 공판 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서울법원종합청사 서관 311호 법정에서 개시된 이 전 대통령 재판은 지난 3월22일 구속영장이 발부되고 42일 만이고, 지난 달 9일 구속 기소된 뒤로는 24일 만이다.

하지만 이 날 공판에는 예상대로 이 전 대통령은 출석하지 않았다. 준비기일은 정식 공판과 달리 피고인이 꼭 출석할 의무는 없다.

이 전 대통령 측은 변호인을 통해 준비기일에는 출석하지 않겠다는 뜻을 전달한 바 있다.

이 전 대통령의 변호인으로 나선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강훈 변호사(64·사법연수원 14기)와 피영현 변호사(48·33기), 김병철 변호사(43·39기) 등 세 명이 참석하기로 했다.
 
검찰 측에서는 직접 수사에 참가했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 2부장(48·29기)과 신봉수 첨단범죄수사 1부장(48·29기), 이복현 특수2부 부부장(46·32기) 등 7명이 나온다.

변호사 8명…혐의 대부분 부인 예상

공판의 쟁점을 미리 가리는 준비기일 동안의 최대 관심사는 이 전 대통령에 쏠린 다양한 혐의에 대한 이 전 대통령의 입장이다.

그는 시종일관 잘못이 없다고 버텨왔으므로 혐의를 부인할 증거를 제시해야 한다.
 
준비기일 동안 재판부는 검찰과 변호인의 의견을 확인하여 쟁점을 정리하고 증거조사 계획도 세워야 한다.

전직 대통령인 데다 사건이 워낙 막중하여 준비기일만 여러 차례 열릴 수도 있다.

이 전 대통령 범죄 사실 혐의는 무려 16개에 달한다. 적용된 위반 법조항은 특가법상 횡령· 조세포탈· 뇌물수수 ·국고손실,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등이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를 실제로 소유하고 있던 1992년부터 2007년까지 조성한 비자금을 약 349억으로 본다.

축소 신고하여 포탈한 법인세액 31억 4500여만 원, 삼성그룹 다스 소송비 대납 67억7000여 만 원, 국정원 특활비 수수 7억 원 등 뇌물 수수액을 110억 원대 규모다.

또 대통령기록물 관리법 위반 혐의는 2013년부터 지난 1월까지 청와대에서 보관하던 대통령 기록물 3400여 건을 서울 서초동 영포빌딩으로 유출해 은닉한 것을 말한다.

이 전 대통령은 혐의의 핵심은 다스가 그의 소유냐는 것인데, 줄곧 자신과 관련 없다고 주장해온 바라 혐의 전부를 부인하며 다툼에 나설 수 있다.

다만 지난 3월 14일 검찰 소환조사에서 특활비 수수 일부에 대해서만 혐의를 인정한 바 있다.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할 때, 이번 사건이 대통령 당선 문제와도 연결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영장청구서에서 "다스 실소유주 문제는 피의자의 대통령 당선무효 사유로 연결되는 국가 중대 사안"이며 "한때 측근이었던 사람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청와대에서 작성된 문건 등 객관적인 자료까지 조작됐다고 주장하는 등 반성 기미가 전혀 없어 그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은 혐의 중 뇌물수수 부분만 유죄로 인정돼도 무기 또는 징역 11년 이상 선고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전 대통령은 8명의 변호인단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과 국회의원을 역임한 최병국(76·사법시험 9회) 변호사와 강훈 변호사가 중심이다. 
 
변호사와 관련해, 이명박 전 대통령 편에 섰다가 등을 돌린 김경준 씨가 SNS에 변호인을 향해 던진 발언이 눈길을 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00년 BBK 설립 당시 열심히 활동해준 모 언론인의 급여와 명절 선물 지급과 관련해 ‘하는 척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며 "MB는 돈을 지불한다고 하고는 잊어버린 척하면서 떼어먹는 버릇이 있다, 계약을 정확하게 하고 의뢰인 수수료를 바로바로 청구해 받길 바란다"고 경고했다.
 
첫 발을 뗀 이 전 대통령의 재판은 방대한 혐의에 국가적 사안이라는 점, 피고인이 전직 대통령이 특수성 등을 고려할 때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의 대장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혐의 사건은 지난 해 5월 23일 첫 재판이 열렸고 지난 달 6일 1심 선고가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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