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조타운은 2017년 11월 센서가 부착된 슈츠를 무료로 배포해 개인의 신체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조조슈트를 출시했다.(사진제공=조조타운)
조조타운은 2017년 11월 센서가 부착된 슈츠를 무료로 배포해 개인의 신체사이즈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조조슈트를 출시했다.(사진제공=조조타운)

[뉴시안=김경철 도쿄 통신원의 일본은 지금] 오랫동안 유니클로의 독주가 이어져 온 일본의 패션업계에서 유니클로를 위협하는 존재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패션 IT기업이 있다.

글로벌 패션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주)스타트 투데이(Start Today)다. 2017 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기준으로, 연간 매출 984억 엔(약 9800억 원), 시가 총액 1조 엔을 넘는 굴지의 패션기업이지만, 창업한지 20년이 채 안되는 ‘젊은’ 기업이기도 하다.  

스타트 투데이의 주력사업체인 조조타운은 전 세계 6000개 이상의 인기브랜드를 취급하며 일본어와 영어 외에 한국어 등 5개국어 서비스를 제공, 현재 700만 명의 글로벌 유저가 사용하고 있는 패션사이트이다.

조조타운의 성공배경에는 다른 기업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고객친화적인 독특한 서비스가 있다.

대표적인 것으로 우선 2016년 11월부터 시작된 ‘외상거래’가 있다.

고객들이 제품을 구입한 후, 최대 2개월 후까지 지불을 연기할 수 있는 결제시스템으로, 현재 100만 명이 넘는 회원들이 가입되어 있다.

‘조조슈트’라고 하는 획기적인 신체측정 슈트의 개발은 IT패션기업으로서 조조타운의 명성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다.

조조슈트란, 신축센서를 사용하여 신체치수를 측정하기 위한 슈트로, 2017년 11월부터 고객들에게 배송비만 받고 무료로 배포했다.

직접 입어보지 못하는 인터넷 쇼핑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이면서, 동시에 고객의 빅데이터를 모집할 수 있는 아이디어이다.

원리는 고객이 슈트를 입고 스마트 폰의 블루투스로 연결하면 인체의 1만5000개의 모든 신체부위의 치수가 즉시 측정되면서 ZOZO 애플리케이션에 그 데이터가 저장된다.

조조슈트는 발표 후 10시간 만에 23만개의 예약이 쇄도하면서 생산물량을 맞추지 못해 제작 및 배송이 연기되는 해프닝을 겪고, 2018년 4월부터는 신축센서가 아닌 도트 무늬의 마커를 사용하여 신체를 측정하는 새로운 조조슈트가 개발되어 고객들에게 배송되고 있다.

고객들의 패션 코디를 도와주는 다양한 큐레이션 서비스도 도입하고 있다. 2013년에 도입된 ‘WEAR’는 숍 마스터 등의 패션관계자와 일반인들이 자신의 패션코디를 업로드하여 공유할 수 있는 스마트폰 앱이다.

가장 큰 특징은 점포에 진열된 상품의 바코드를 사진으로 찍으면 상품 정보와 함께 상품이 코디된 패션사진들이 열람할 수 있다는 점인데, 이 패션사진들은 스마트폰에 저장할 수 있으며 조조타운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연동되어 있다.

올 2월부터는 조조슈트로 얻은 고객정보를 사용, 전속 코디네이터들이 고객이 취향에 맞춘 옷을 골라서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오마카세 정기편( おまかせ定期便)’ 서비스도 시작했다.

매달 혹은 2,3개월에 한 번씩 5~10벌의 옷을 무료로 받아보고, 그 중에서 마음에 드는 상품만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다.

조조타운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를 꼽자면, 경쟁을 줄임으로서 사원들이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독특한 기업문화에 있다.

조조타운을 운영하는 스타트 투데이의 근무시간은 하루 6시간이다. 만일 9시에 출근했다면 3시면 퇴근할 수 있다. 최단시간으로 최고의 성과를 올릴 수 있도록 일에 몰두한 후, 나머지 시간은 취미나 여가생활에 사용하게 함으로써 직원들의 창의성을 자극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모든 사원들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연봉을 받는다. 직급에 따른 수당 차이가 있을 뿐, 기본급과 보너스는 동일하다.

쓸데없는 사내 경쟁을 배제하고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개발에만 몰두하게 하기 위한 의도라고 한다. ‘경쟁이 심한’ 도쿄를 떠나 회사가 위치한 치바 현으로 이사를 오는 직원들에게는 매달 5만 엔의 주택수당이 제공된다. 

스타트 투데이를 이끌고 있는 마에자와 유사쿠(前澤友作 1975년생) CEO는 일본에서 14번째 부자이자, 포브스가 선정한 ‘2017 글로벌 IT백만장자 TOP100’에서 55위에 이름을 올린 자산가이다.

고교 시절 음악에 빠져 밴드를 결성해서 프로로 데뷔한 이색적인 경력을 가지고 있는 그는, 1998년 일본에서는 구입이 불가능한 해외 음반을 통신판매하는 (유)스타트 투데이를 설립했다.

통신판매란, 카달로그를 무료로 배포한 후, 전화나 인터넷으로 주문받아 우편으로 배송하는 방식이다.

단칸방을 사무실 삼아 시작한 통신판매 사업이 연 매출 1억 엔으로 성장하자 스타트 투데이를 주식회사로 전환, 의류사업부분까지 발을 넓히기 시작한다.

2004년 ‘상상(일본어로 sozo)과 창조(일본어로 sozo)’를 모티브로 ‘조조타운(zozotown)’이라는 인터넷 패션몰을 설립한 후, 패션 이커머스 시장을 중심으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해왔다.  

일본 경제계에서는 마에자와씨를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회장, 유니클로의 야나이 타다시 회장과 더불어, 일본에서 ‘가장 창의적인 경영자’중 한명으로 손꼽는다.

연공서열제와 과도한 경쟁 속에서 잔업과 휴일 근무가 당연시 되고 있는 기업문화 속에서 마에자와 CEO가 일궈낸 ‘무경쟁 경영’의 성공이 많은 일본기업들에게 신선한 자극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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