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에서 공부자탄강일(공자탄신일) 2568주년을 맞아 봉행되고 있는 추기석전을 한 유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지난 해 9월 28일 서울 종로구 성균관 대성전에서 공부자탄강일(공자탄신일) 2568주년을 맞아 봉행되고 있는 추기석전을 한 유림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진은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계 없음)

[뉴시안=백성문 편집 자문위원/변호사] 지금은 누구나 스마트폰 하나쯤은 들고 있는 세상이다. 스마트폰에는 모두 영상녹화 기능이 있다. 요즈음 본인 사후에 가족들 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 유언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렇다면 본인의 유언을 혼자 스마트폰으로 녹화한 경우 유언으로의 효력이 있을까? 결론은 아니오이다. 조작가능성이 전혀 없고 유언을 하는 사람의 진의가 모두 담겨있음에도 말이다.

유언의 가장 큰 의미는 상속인의 의사에 따라 사후에 재산을 처분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것이다. 이 역시 재산적 권리의 하나다. 하지만 아직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 다섯가지의 유언의 방식을 제외한 다른 방식의 유언은 효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민법에 규정되어 있는 유언에 관한 규정은 1958년 민법 제정 당시 만들어진 것으로 그 이후 단 한번도 개정되지 않았다. 세상은 너무나도 많이 변했다. 이제는 유언의 방식에도 변화를 줄 때가 왔다.

유언의 방식과 문제점

유언은 유언자의 사후에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효력 발생 이후 유언자의 의사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그러다보니 유언의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하며 유언의 방법을 법정화하고 다른 방식의 유언을 허용하지 않아왔다.

민법은 제1066조부터 제1070조까지 5개 조항으로 자필증서, 공증, 녹음, 비밀증서, 구수증서 총 5가지 유언의 방식을 규정하고 있다. 유언의 방식에 대해 각각의 요건을 규정하고 그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유언자의 진의가 상속인들을 포함한 기타 증거를 통해 확인이 된다고 하더라도 유언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유언이 여러개 있고 모두 유언의 요건을 갖춘 경우 마지막 유언만 효력을 갖는다.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공증도 받고 해서 가장 우월한 효력이 있다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지만 위 다섯가지 유언방식의 효력은 동등하기 때문에 방식과 상관없이 마지막 유언이 유효하다.

따라서 유언이 여러개인 경우 유언자의 진의 여부를 떠나 반드시 확인하여야 하는 것이 유언의 일자이다. 그 외 유언이 하나라면 일자를 포함한 여러 요건들을 탄력적으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유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언자의 사후 재산 처분의 자유를 부여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보자.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그 전문과 연월일, 주소, 성명을 스스로 쓰고 날인하는 방식의 유언이다. 자필증서에 의한 유언의 효력에 관한 법원의 견해는 아래와 같다. 서명은 있으나 날인이 없는 유언은 무효다. 주소를 '암사동에서'라고만 기재하고 세부내용을 기재하지 않으면 무효이다.

워드프로세서로 유언을 작성한 것도 무효이다. '손'으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위 판결의 대부분에 관해 법원은 "유언자의 진의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엄격한 방식을 요구하는 유언 규정의 취지상 유언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 유언에 관한 법규의 취지에 따라 엄격히 해석하는 법원의 견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유언자의 진의가 명백한 경우까지 주소 등과 같은 사소한 문제로 유언을 무효화하는 것은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 유언의 주된 취지를 고려한다면 "유언자의 진의가 기타 여러가지 정황상 명백한 경우"예외를 인정하는 단서 규정을 추가하는 방향의 입법이 필요하다.

현실과 법 사이의 괴리를 없애야

스마트폰에 의한 유언은 현행법에 당연히 규정되어 있지 않다. 다만 현행법상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 취급될 수 있다.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여야 한다.

따라서 현행법상으로 스마트폰으로 스스로 직접 녹화를 하더라도 성명, 연월일을 구술해야하고 증인도 참여해야 한다. 그렇게 이루어진 스마트폰에 의한 유언은 현행법상으로도 유효하다.

과거의 녹음기라면 녹음을 한 날짜를 특정할 수 없으니 연월일을 구술해야 했으며 녹음 당시에 협박이나 외압이 있었는지가 명확하지 않으며 목소리 변조 등으로 조작할 수 있어 증인까지 필요했던 것이다.

민법이 제정될 1958년 당시의 기술력이라면 오히려 당연한 내용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개개인이 무려 영상으로 자신을 녹화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도 없던 시절이었으니..

하지만 지금의 스마트폰을 보자. 굉장히 선명한 화질에 또렷한 목소리로 자신의 유언 내용을 녹화할 수 있다. 거기에다 녹화한 날짜까지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물론 주변을 비추어 유언을 할 당시의 상황까지 명확하게 확인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다시 유언의 요건을 엄격히 하는 이유로 되돌아가보자. 유언자의 진의를 명확히 확인하기 어렵고 조작의 가능성이 있으며 유언자의 유언 당시의 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이유다. 스마트폰에 의한 유언은 어떠한 우려도 없이 유언자의 진의를 가장 확실하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아직은 유언으로써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민법이 제정된지 60년이 지났다. 그동안 세상은 변했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부족할 정도로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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