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인 배우 알레산드로 디 지우세페는 거리에 연단을 마련하고 마크롱을 지지하는 부유층을 풍자하는 개그를 선보였다.(사진=홍소라)
스탠딩 코미디를 선보인 배우 알레산드로 디 지우세페는 거리에 연단을 마련하고 마크롱을 지지하는 부유층을 풍자하는 개그를 선보였다.(사진=홍소라)

[뉴시안=홍소라 파리 통신원] 40세의 엠마뉘엘 마크롱이 프랑스 대통령이 된 것은 2017년 5월 14일의 일이다. 대한민국의 19대 대통령 문재인의 임기가 시작된 것은 그보다 딱 나흘 빠른 2017년 5월 10일.

반면 대통령 선거는 프랑스에서 한 달 가량 먼저 진행되었고, 대선 1차 선거에서 마크롱이 23%를 넘는 투표율로 1위를 했기 때문에 당시 한국 대선의 후보들이 스스로를 '한국의 마크롱'으로 자처하기도 했었다.

외모도 준수하고, 고등학교 때 스승과 결혼을 했다는 뭔가 파격적인 러브스토리도 있으며, 또한 기존 정치인과는 달리 은행원 출신이라는 배경에 새로운 정당까지 ! 마크롱은 신선했고 매력적이었다.

대선 한 달 후 치러진 총선거에서도 마크롱이 이끄는 ‘전진하는 공화국 (LREM)’ 정당은 화끈한 승리의 기쁨을 맛보았다. 그렇게 마크롱의 승승장구가 이어지는 듯 했으나,  임기 1년이 지난 2018년 4월 현재, 마크롱의 지지도는 30% 후반에서 40% 중반 정도에 머무르고 있다.

60% 정도의 프랑스인이 마크롱의 국정 수행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1년 전 마크롱의 인기를 떠올리면 놀랄만 한 일이다.

2018년 5월 5일. 한국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축제가 있었고, 프랑스에서는 마크롱에게 ‘바치는’ 축제가 파리 중심의 오페라에서 공화국 광장을 지나 바스티유 광장까지 몇 시간에 걸쳐 진행되었다.

4.3km에 달하는 파리 시내의 거리가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말이 '마크롱 헌정 축제'지, 실제로는 마크롱 정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이들이 모여  '우리가 이렇게 당신에게 반대한다'를 보여 주는 행진 및 집회에 다름 아니었다.

‘불굴의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프랑스 공산당(PCF), ‘세대들(générations)’, ‘다같이 ! (ensemble !)’, 반자본주의 신정당(NPA) 등의 좌파 정당과 여러 노조, 시민단체 등이 함께 조직한 행사로 경찰 추산 4만 명, 주최 측 추산 16만 명이 모였다.

아마 실제로는 8만-10만 정도 되지 않았을까 ?  <뉴시안>이 그 현장을 다녀 왔다. 이들은 무엇 때문에 마크롱에 그렇게 반대하는 것일까 ?

'파리 동역의 여성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 중'이란 현수막이 걸렸다. 프랑스 철도노조는 지난 4월 3일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사진=홍소라)
'파리 동역의 여성 철도 노동자들은 파업 중'이란 현수막이 걸렸다. 프랑스 철도노조는 지난 4월 3일부터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사진=홍소라)

마크롱 정부는 공무원에 준하는 신분이 보장된 철도근로자들의 종신 고용을 없애고, 신입사원들부터 연봉 자동 승급 등의 혜택을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프랑스 철도의 채무 급증의 최대 원인이 직원들에 대한 도에 지나친 복지에 있다고 보는 것이다. 실제로 프랑스 철도청 SNCF의 부채는 500억 유로(약  67조 원)에 달한다.

반면 철도 노조는 정부와 다른 곳에서 부채의 원인을 찾는다. 부채의 상당 부분이 이익이 나지 않는 비 인기 노선 운영비에서 생긴다는 것이다.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 역시 철도 노동자들의 월급 인상이나 복지에 소요되는 돈이 부채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인정한다.

그럼에도 현재 적자의 가장 큰 부분은 선로 정비나 이익과 무관한 노선 운영 등 공공서비스로서 철도청이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서 온다고 분석한 바 있다. 한편, 프랑스의 철도 노조는  지난 4월 3일부터 계속해서 파업을 이어 오고 있다.

프랑스 데학생들은 마크롱의 대학교육 개혁 정책에도 반발한다. 손바닥 모양의 피켓에 '내 대학교 건드리지 마'라고 적혀 있다.(사진=홍소라)
프랑스 데학생들은 마크롱의 대학교육 개혁 정책에도 반발한다. 손바닥 모양의 피켓에 '내 대학교 건드리지 마'라고 적혀 있다.(사진=홍소라)

전국의 다수의 대학들 역시 마크롱의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이른바 ‘학생들의 목표와 성공을 위한 법 (ORE)’이 오히려 학업성취도를 빈부 격차에 비례하도록 만드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해당 법은 고등학교의 서열화, 대학 입학 시 성적 등에 따른 차등 선별 등을 내용으로 한다. 이전까지 프랑스 고등학생들은 대입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통과하면 이른바 ‘뺑뺑이’를 통해 원하는 대학과 과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법이 적용되면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은 비인기 학교 및 학과에 갈 수 밖에 없게 된다. 그 외에도 장학금이 축소되고 다음 학년으로 진급하기가 더 어려워 질 수 있게 된다.

물론 여기에 찬성하는 학생들도 있다. 파리1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뱅상 부르주아 (24세)는 "학구열이 있는 학생들이 진지하게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기대된다"는 입장을 밝힌다.

반면 프랑스 전역의 73개 국립대학교 중 35개 가량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파업을 하거나 학교를 점령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의사를 표시한 바 있다. <웨스트 프랑스>의 5월 4일 기사에 따르면, 2주의 봄방학 후에도 여전히 학생들이 학교를 점령하여 일체의 수업 및 기말고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학교는 파리8대학, 파리 10대학, 렌느 2대학, 툴루즈 대학 등 네 곳이다.
1968년 5월의 프랑스는 68혁명, 혹은 프랑스 5월 혁명이라 불린다. 드골 정부에 대한 저항운동과 총파업을 뜻하며, 기존의 가치와 질서에 저항한 사건이라는 역사적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이 처음에 파리의 몇몇 대학교에서 시작되었고, 여기에 노동자들이 대거 합류한 결과로 전국적으로 확대되어 나갔다는 점에서 현재 프랑스의 사회 양상과 상당히 많이 겹친다.

그래서인지 지난 3월부터 나타나고 있는 사회현상을 두고, 68혁명 50주년인 2018년에 다시 한 번 이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꽤나 많다.

‘마크롱 헌정 축제’에 참가한 한 여성의 등에 "1968년의 5월과 2018년의 5월. 들고 일어나야 할 이유가 그때보다 50배는 넘는다"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사진=홍소라)
‘마크롱 헌정 축제’에 참가한 한 여성의 등에 "1968년의 5월과 2018년의 5월. 들고 일어나야 할 이유가 그때보다 50배는 넘는다"고 적힌 스티커가 붙어 있다.(사진=홍소라)

지난 4월 22일, 프랑스 하원은 난민 인정 요건을 갖추지 못한 불법 이민자를 신속히 추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이민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마크롱이 당선된 데에는 사실 극우정당의 ‘공’이 컸다.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N)의 마린 르 펜이 1차 선거에서 2위를 차지하는 바람에 결선에 마크롱과 르펜 두 사람이 후보로 올라가게 되면서, 마크롱을 지지하지 않는 이들도 ‘차악’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

극우 정당들이 점차 영향력을 높여 가면서 이들 지지자들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 올 필요가 있었던 마크롱의 LREM 정당은 지난 1년간의 행보로 인하여 기존의 ‘중도’에서 ‘중도우파’로 정치적 스탠스를 변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프랑스 공화국의 슬로건은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자유, 평등, 박애’다. 이 중 ‘박애’는 인류에 대한 형제애로 이해할 수 있는 개념이다.

하지만 마크롱 정부 하에서 이 슬로건이 점차 빛 좋은 개살구가 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 지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굵직한 사안 외에도 마크롱 정부의 정책 중 반 지지자들이 문제 삼고 있는 것은 더 있다. 5월 5일의 ‘마크롱에게 헌정하는 축제’에서도 다양한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실제로 철도나 교육 외에도 의료나 항공 등 공공서비스를 축소하려는 마크롱 정부의 시도가 계속되고 있으며, 환경 정책 역시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부자감세 역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마크롱의 정책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점차 높아져 가고 있지만 프랑스 정부는 확고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 영역의 파업은 계속될 전망이다. 집회 역시 마찬가지다.

5월 한 달, 파리 지역만 해도 5월 1일 노동절의 집회, 이번 5일의 ‘마크롱 헌정 축제’, 7일에는 철도 노동자들의 집회, 13일에는 ‘마크롱 1년, 이제 그만’이라는 타이틀로 집회가 또 예정되어 있으며, 22일에는 공공 서비스 노조들의 집회, 26일에는 ‘민중의 물결’이라는 구호 아래 좌파 정당 및 노조들의 연합 집회가 예정되어 있는 상태다.

마크롱의 프랑스가 어디로 향할지, 일련의 사태들이 프랑스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 있게 지켜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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