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지 수일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가 4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탄압 관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북한 인권탄압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북한에 억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로 귀국한지 수일 뒤 사망한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와 프레드 웜비어가 4일(현지시간) 유엔 본부에서 열린 북한 인권탄압 관형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두 사람은 아들의 죽음을 헛되게 하지 않기 위해 북한 인권탄압에 대해 계속 목소리를 높이겠다고 밝혔다.(사진=뉴시스)

[뉴시안=김동현 보스턴 통신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9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두 번째 방북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장기 억류됐던 세 명의 미국인과 함께 미국으로 돌아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공식적으로 북한의 억류 미국인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청와대도 북한의 결단이 북미 회담에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판문점에서의 남·북 정상회담, 북한의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및 핵·미사일 시험 중단 발표에 이은 북한 내 억류 미국인 3명 석방은 북한이 이번에는 비핵화에 진지하게 임할 것이라는 주장에 더욱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북한 억류 미국인 석방 5일 전인 지난 주 목요일 (미국 현지 시각 5월 3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북한 인권상황 관련 심포지엄이 개최됐다.

주 유엔 일본 대표부가 주관한 이번 회의에서는 2017년 북한에 억류되어있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뒤 사망한 미국인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 웜비어와 신디 웜비어, 1977년 납북된 일본인 메구미 요코타의 남동생 타쿠야 요코타가 직접 국제사회에 북한의 인권 유린을 잊지 말 것을 호소했다.

작년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어머니인 신디 웜비어는 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다며 북한의 인권 상황을 지속적으로 거론하겠다고 밝혔다.

신디는 북한 정부가 아들이 뇌사 상태 판정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호의를 베푼 것처럼 식중독에 걸렸다는 해명만 내놓았다면서 북한 정부는 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해 객석의 박수를 받았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 22/13호에 의해 설립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인권조사위원회 (Commission of Inquiry)가 2014년 공개한 보고서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1) 북한에 의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심각한 인권 침해 (2) 북한 최고위층이 수립한 정책에 따른 반인도범죄 (Crime against Humanity)의 자행 (3) 북한 인권 침해의 심각성은 현대 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음.

북한에서 자행되는 현대 사회의 유례없는 인권 탄압에도 불구하고 지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는 논의된 적이 없다.

2000년 6·15 남북 공동선언, 2007년 10·4 공동선언, 2018년 4·27 판문점 선언 모두 남·북 간 인도주의 협력을 언급하긴 했으나 이산가족 문제와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복구 지원 정도에 그쳤다.

남·북 관계 개선이 온 겨레의 한결같은 소망임을 천명한 4·27 판문점 선언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12만 명의 북한 동포, 6명의 한국인 억류자와 17명의 일본인 납북자 문제는 진전의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북한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은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의 징표가 아니라 북·미 정상회담의 개최를 간절히 바라는 북한의 책략일 수도 있다.

전 세계가 다가올 북·미 정상회담과 북한의 비핵화에의 기대를 높여가는 와중에도 북한의 인권 유린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북한 비핵화 합의 혹은 비합의는 다시금 북한 인권 유린을 묵인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달 판문점에서 본 김정은의 호탕함과 북·미 정상회담을 앞둔 3명의 미국인 억류자 석방의 이면에 감춰진 북한 정치범 수용소에서 고통받는 12만 명의 북한 동포, 가족을 잃은 신디 웜비어, 프레드 웜비어, 타쿠야 요코타, 한국인 억류자, 일본인 납북자의 고통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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