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항공의 보잉 747 여객기 . 8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 선언 직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보잉사와 에어버스 그룹의 대이란 민영항공기 수출 면허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사진=뉴시스)
이란 항공의 보잉 747 여객기 . 8일(현지시간)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핵합의 파기 선언 직후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보잉사와 에어버스 그룹의 대이란 민영항공기 수출 면허를 취소한다고 발표했다.(사진=뉴시스)

[뉴시안=이석구 기자] 이란에 진출한 세계 기업들이 충격에 빠졌다. 5월 8일(현지 시간)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란과 미국 사이에 맺었던 국제 핵 협정에서 탈퇴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보잉사와 에어버스 그룹의 대이란 민영항공기 수출 면허를 취소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란에 진출한 기업들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CNN은 항공, 자동차, 호텔, 에너지 등 다양한 업종에서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항공기 제작사 타격 커

2015년 미국 오바마 정부 때 이란과 맺은 핵 협정(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은 이란에 대한 국제 사회 제재를 풀고 이란이 석유 자원으로 국제 경제에 동참하는 길을 터주었다.

물론  세계 기업에 이란이라는 큰 시장을 열어주는 계기가 되어 그때 세계 주요 기업들은 앞 다투어 이란에 들어가 계약을 체결했다.

이란이 해외 기업과 맺은 거래는 중 가장 큰 건은 항공기 도입 계약.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되면 보잉과 에어버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두 회사의 손실은 최대 390억 달러(약 42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보잉은 2016년 이란에 777 기종 등 항공기 80대를 공급한다는 조건으로 17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1차 인도는 올해 안에 이뤄질 예정이었다. 지난해 4월에는 이란의 다른 항공사와 737 맥스 기종 30대를 30억 달러에 판매하는 합의도 이뤄냈었다.

보잉의 경쟁업체인 에어버스도 이란 항공사와 항공기 100대를 190억 달러에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인도한 항공기는 3대.

미국이 보잉과 에어버스에 판매허가 취소

미국이 이란 핵 협정 탈퇴를 선언하면서 두 항공기 제작사의 판매 허가도 폐기될 예정이다.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이란에 상업용 비행기, 관련 부품·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는 허가는 90일 뒤 취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제작사들은 즉각적인 반발보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보잉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정부와 다음 단계에 대해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버스도 "신중하게 발표 내용을 분석하고 있으며, 수출 통제 규정을 완전히 준수하면서도 우리 정책과 일치할 수 있는 다음 단계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자동차와 에너지업체도 철수 위기

자동차와 기계 생산업체들, 그리고 에너지 업체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지난 해 이란 시장에 재진출한 독일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과 프랑스의 푸조-시트로앵(PSA)은 철수해야 할지도 모르는 처지에 빠졌다.

이란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가 연간 300만대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거의 사라진 상황이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그 계열사는 지난 해 이란에서 석유·가스 생산 프로젝트와 석유·화학 장비 공급 계약 등을 통해 수천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GE는 이 날 성명에서 "미국 법에 따르기 위해 우리의 활동을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프랑스 석유회사 토탈은 지난 해 7월 중국 업체와 공동으로 이란 남부 파르스 지역에서 향후 20년 간 천연가스를 생산한다는 내용으로 20억 달러(약 2조1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도 지금 무효화될 위기에 놓였다.

‘이란 리스크’로 중동 시장에 확대

긴 역사를 지닌 이란은 관광지로도 매력적인 나라인데 2016년 이후 비자 발급 요건을 완화하면서 관광사업도 활기를 띠고 있었다.

영국항공과 루프트한자 등 유럽 항공사들이 직항 노선을 신설했고, 여행사들도 이란 관광 상품 개발에 나섰다.

프랑스 아코르 호텔은 국제 호텔 가운데 처음으로 2015년 이란에 문을 연 호텔. 스페인 멜리아 호텔과 아랍에미리트의 로타나 호텔도 이란에 호텔을 열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이란이 제재를 다시 받게 되면서 중동은 시리아 내전에 이어 ‘이란 리스크’까지 더해져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란은 그동안 핵협정 합의를 잘 지켜온 것으로 평가받았다. 핵합의에 미국과 함께 서명한 유럽 동맹국, 국제원자력기구(IAEA), 미 정보기관과 의회도 이란이 잘 준수하고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므로 트럼프 정부가 이런 이란을 상대로 핵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다시 이란을 제재하기로 나선 데는 핵이 문제가 아니라 중동 지역에 넓어지는 이란의 영향력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즈’는 지적했다.

이란과는 종교적 분파가 다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견제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한 뒤 미국산 무기를 1100만 달러(약 119조 원)어치를 사들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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