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온라인 상에서 '가면'을 쓰고 살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뉴시안=송범선 기자] 현대 사회에서는 온라인상의 자아가 강해진 많은 사람들이 ‘디지털 정체성’을 보유하게 됐다.

영화 ‘아바타’에서는 현실의 ‘나’와, 내 정신이 조종하는 또 다른 ‘나’가 공존한다. 현실에서는 아바타에서처럼 또 하나의 실체가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현재도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기술로 가상공간에서의 자아를 형성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아직 멀미가 발생하는 등의 기술적인 결함이 존재한다.

현재 가장 대중적인 것으로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SNS로 수많은 이들이 자신을 중무장 하고 있는 상황을 들 수 있다. 또 카카오톡의 ‘이모티콘’도 나의 표정과 정체성을 반영한다.

또 ‘리니지’와 같은 온라인 게임에서도 게이머들은 자신을 캐릭터와 일치시킨다. 심지어 게임상에서 ‘현피’라고 불리는 실제 오프라인에서 만나 싸움을 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에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모호해졌다. 심지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을 더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현실의 정체성보다 디지털 상의 자신을 더 중요시 생각하는 사람도 등장한 것이다. 남에게 과시하고자 하는 욕구가 현실로 이뤄진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현실은 어렵게 살지만 SNS상에서는 부유하게 포장한다던가, 우울한 감정을 숨기고 즐거운 본인 사진을 SNS에 올리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상의 자신에게 빠져, 현실을 외면하게 되었다. (사진=픽사베이)

SNS로 인해 사람들 간의 관계가 멀어진다

이렇게 SNS를 통해 시공간을 넘나드는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이 타인과 공감할 수 있는 사회적 능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커지고 있다. 이런 우려는 현실적으로 이미 일어나고 있다.

2010년 미시간 대학교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10년 대학생들의 공감능력은 20~30년 전 대학생들과 비교해 40%나 떨어졌다. 이러한 공감능력의 저하는 대부분 2000년 인터넷 발달 이후에 발생했다.

MIT 대학교 셰리 터클 교수는 “10대 청소년 가운데 44%는 운동경기를 할 때나 가족 혹은 친구와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온라인 세상과의 연결을 끊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인터넷 접속을 갈망한다는 설명이다.

터클 교수는 또 “두 사람이 대화할 때 모바일 폰이 단지 테이블 위에 있거나 주변 시야에 있는 것만으로도 대화의 주제와 유대감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연구결과 밝혀졌다”고 언급했다.

기술과 문화에 대한 글을 쓰는 니콜라스 카도 “우리가 디지털 홍수에 빠져 있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우리 스스로 주의력을 통제하지 못해 인지능력이 퇴화하게 된다”며 “인터넷은 우리의 집중력을 분산시키고 생각을 흩뜨린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은 기억력을 약화시키며 우리를 긴장하고 불안하게 만든다”고 언급했다.

1978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허버트 사이먼 박사도 1971년 이미 “정보의 풍요는 집중력의 결핍으로 이어진다”고 경고한 바 있다.

24시간 내내 연결되는 디지털 도구와 연계된 우리의 두뇌는 지속적인 광란의 상태에 빠진다. 영구적으로 움직이는 기계로 변하게 될 위험도 존재한다는 얘기다. 현실과 사이버 세상을 구분하기 힘들어 지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의 발전으로 '온라인'은 많은 사람들이 연결된 하나의 왕국이 되었다. (사진=픽사베이)

SNS는 하나의 왕국

이렇게 SNS에 따른 부작용은 심각해지지만 SNS는 하나의 국가와 같은 기능을 하게 되었다.

규모가 가장 큰 세 개의 소셜 미디어를 국가와 비교한다면, 중국보다 10억명 이상 많은 인구를 보유한 거대국가가 될 것이다.

페이스북의 인구는 현재 14억명으로 중국인구 13억6천만 명, 인도 12억4천만 명보다 높다.

그 뒤를 바로 트위터가 잇는다. 트위터의 인구는 6억6600만 명으로 미국이나 인도네시아, 브라질보다 많다. 인스타그램도 1억5200만 명으로 많은 인구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많은 인구를 보유한 SNS는 전 세계에 그 영향력이 막대해졌다.

이에 SNS는 하나의 거대한 ‘왕국’을 이루고 있다. 이에 따라 마크 주커버그 등이 왕처럼 군림한다. 이들이 신재벌로 부상하며 온라인 상의 국민들을 통치하게 되었다. 최근 페이스북의 5000만명 개인 정보 유출이 대표적인 부작용 사례다.

이런 상황일수록 인터넷상에서의 도덕성이 중요한 사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보다 인간적이고 윤리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돼야 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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