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상인 앞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현지 신문이 놓여 있다. 싱가포르에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11일(현지시간) 싱가포르의 한 상인 앞에 북미정상회담 개최 소식을 전하는 현지 신문이 놓여 있다. 싱가포르에선 6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이 개최될 예정이다.(사진=뉴시스)

[뉴시안 통일리포트=박지광 세종연구소 연구위원] 최근 그 단어도 생소한 PVID가 연일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문자 그대로 풀이하면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의미하고 PVID(Permanent Verifiable Irreversible Dismantlement)는 ‘영구적 이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핵폐기’를 의미한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PVID는 근본적인 문제해결 의지를 더 강조하는 것일 뿐 CVID와 PVID가 의미가 차이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 하는 등 한국사회에서는 이 두 가지를 기본적으로 같은 용어로 취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용어라면 왜 미국은 북한 비핵화를 말하면서 갑자기 CVID 대신에 PVID를 쓰기 시작한 것일까?

CVID는 현재 가지 고 있는 핵무기 폐기만을 목표로 한다면 PVID는 북한이 미래에 가질 수도 있는 핵무기 역시 겨냥하고 있다.

즉 PVID는 북한이 미래에도 핵무기를 갖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포함한다.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기 위하여 노력해 왔다.

미국인 다수는 아직도 북한의 비핵화 움직임을 시간벌기용 기만전술로 치부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과의 거듭된 접촉으로 북한의 비핵화 의지가 진정성이 있다고 판단했고 이번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성과를 내는 방향으로 정책 목표를 정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여전히 왜 북한이 자신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여기는 핵무기를 갑자 기 포기하려 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특히 북한이 온갖 경제제재를 이겨내고 핵개발에 성공한 지금 상황에서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은 미국으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물론 북한은 이러한 변화가 북한정권이 단순히 생존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경제적 번영을 추구하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이러한 설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또한 북한은 핵강국이라는 자신감에서 미국과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을 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러한 자신감의 원천인 핵무기를 포기한다는 것이 미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보기에 북한이 정말로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이에 대한 합리적 설명은 북한 이 핵무기를 ‘지금은’ 포기하고 미래에 다시 만드는 것이다.

북한은 이미 핵무기 제조기술을 터득했다. 즉 핵무기 설계도와 핵 기술자들을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핵폭탄을 포기한다고 하더라도 마음만 먹는다면 앞으로 핵폭탄을 다시 제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특히 플루토늄을 은닉해 놓는다면 핵무기 재(再) 제조는 더욱 쉬울 것이다.

만약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한다면 미국은 대북경제제재를 해제하고 북한과의 관계를 정상화시킬 것이다.

그리고 한국과 중국과의 경제 협력도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20년 동안 북한은 한국과 중국이 경험했던 놀라운 경제 성장을 이룩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10년이나 20년이 경과한 후, 북한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발전해 있을 때 북한이 핵무기를 대량생산한다면 지금보다 더 수월하게 해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은 미래에 이러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영구적(permanent)인 핵폐기를 CVID에 더하고자 하는 것이다.

폼페이오가 북한에게 핵실험과 핵시설 관련 데이터를 폐기하고 수천 명에 달하는 북한 핵 기술자들을 해외로 이주시킬 것을 요구한 것도 바로 이러한 우려 때문이다.

북한이 미래에 핵무기를 다시 만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핵개발 인적 자원을 없애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미국의 이러한 전무후무한 요구를 북한이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게다가 북한이 이러한 요구를 받아들인다고 해도 북한의 핵 관련 기술자들을 어떻게 색출·확인할 수 있을 것인가.

약 9,000~1만 5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핵 연구·개발·실험 관련자와 그 가족을 어디로 이주시킬 것인가 하는 등 실천에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미국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미국이 이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이것만이 북한이 ‘현재의 핵개발 인력과 노하우’를 사용하여 미래에 쉽게 핵폭탄을 제조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핵개발 관련 인력의 해외 이주를 거부한다면 미국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보다 구체적으로, 북한이 PVID를 받아들이지 않고 CVID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고 주장한 다면 미국은 비핵화협상을 파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필자 생각에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고 본다.

10년, 20년 뒤 북한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를 뿐 아니라 개방된, 그리고 경제적으로 번영된 북한이 핵무기 개발에 다시 집착할 것이라고 볼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CVID를 PVID로 바꿈으로써 북한에 대한 비핵화 요구 수준을 높이는 것이 미국의 실제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물론 PVID를 협상의 카드로 쓸 수는 있겠지만 미국은 현재 생화학무기 철폐, PVID 등 계속 새로운 요구 조건을 들고 나오면서 핵협상의 문턱을 지나치게 높여가고 있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 응할 의지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 지금, 미국이 너무 욕심을 내서 비핵화 협상이 깨지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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